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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문학애호가 Nov 13. 2024

어톤먼트(속죄) - 조 라이트

현대영화리뷰

이 작품은 퓰리처 상 수상작가 "이언 매큐언"이 2001년에 발표한 동명의 소설을 2007년에 영화로 옮긴 것입니다. 줄거리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명문 집안의 딸 세실리아 탤리스와 여동생 브라이오니 탤리스, 그리고 쌍동이 사촌 형제와 사촌 롤라 퀸시, 그리고 이 집의 하인의 아들인 로비 터너, 빌런인 폴 마셜간에 벌어지는 사건입니다. 


세실리아, 브라이오니 모두 로비 터너를 사랑하고 있고, 어느날 폴 마셜이 어린 롤라 퀸시를 강간하는데, 하필 상상력이 풍부한 글쟁이였던 브라이오니가 그 장면을 목격하고 언니로부터 자기가 짝사랑하는 로비를 떼어놓기 위하여 그 강간범을 로비라고 거짓 진술하여, 로비는 낮은 계급 출신이라는 이유로 증거도 없이 투옥됩니다. 이어서 2차대전에 영국이 참전하고 감옥과 참전 둘 중의 하나를 골라야 하는 상황에서 참전을 선택하여 프랑스의 전장으로 갑니다. 전쟁은 독일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결국 로비는 덩게르크에서 영국 갈 배를 기다리고, 자기 때문에 로비가 감옥에 갔다가 참혹한 전장으로 내던져졌다는 사실을 괴로워 하며 브라이오니는 언니를 따라서 간호사가 되어 부상당한 병사를 돌봅니다. 어느날 브라이오니는 언니 세실리아가 거주하는 곳에 가고, 그 곳에서 언니와 같이 있는 로비를 만나게 됩니다. 둘의 인생을 망친 것에 대하여 사과를 하지만 둘은 받아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브라이오니는 자신의 마지막 소설을 발표합니다. 그 소설이 바로 "어톤먼트" 입니다. 이 소설에서 그녀는 자신의 과거와 자신이 망가뜨린 커플에 대한 속죄를 하는데, 여기서 반전이 발생합니다. 사실 로비는 언니를 만나지 못하고 덩게르크에서 패혈증으로 사망했으며, 언니도 독일의 공습으로 지하시설에 숨어있다가 폭발에 의한 하수도 붕괴로 수장됩니다. 즉, 둘이 아파트에 같이 있었던 것은 실제로는 브라이오니가 둘을 맺어주기 위하여 소설속에 창작한 이야기였던 것입니다.


이안 매큐언 작가의 베스트셀러 중의 하나인 이 소설속의 브라이오니 탤리스는 결국 영국인이 가장 싫어하는 악녀 캐릭터중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자신의 욕망을 위하여 해서는 안 될 거짓 진술을 했기 때문이지요. 롤라를 강간한 폴 마셜은 나중에 롤라와 결혼하는 바람에 로비가 억울하게 징역을 산것에 대하여 롤라가 잘못된 판결이었다는 진술을 할 수 없게 되어 버립니다. 진정한 비극입니다. 그런데 이언 매큐언이 이렇게 단순한 비극만을 생각했을까요? 이 소설에는 2차대전이라는 시대적 아픔과, 하인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증거도 없이 형집행이 되는 계급사회의 문제, 그리고 브라이오니 탤리스와 폴 마셜이라는 두 빌런 그 누구도 처벌이 되지 않고 오히려 행복하게 인생을 누리는 인간사의 아이러니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영화는 원작을 매우 충실하게 각색하였고, 특히 덩게르크 장면에 엑스트라 2000명을 동원한 거대한 세트를 만들었는데, 이 부분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덩게르크"와 비견될 정도로 잘 만들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특히 맘에 들었던 것은 음악이었습니다. 피아노를 중심으로 흐르는 아름다운 선율이 영화의 서정성과 극적 분위기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 로비가 끌려가기 전까지의 장면은 마치 제인 오스틴의 영화를 보는듯 한데, 실제로 조 라이트 감독은 키이라 나이틀리를 주연으로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연출한 바 있습니다.

  

    음악에 옥의 티가 하나 있습니다. 영화 앞부분에서 1935년을 살고 있는 로비가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 1막의 피날레를 LP로 틀어놓는데, 그 음반은 1956년에 레코딩된 명지휘자 "토머스 비첨"의 음반입니다. 즉, 20년도 더되는 미래의 음반을 가져다 플레이 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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