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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문학애호가 Nov 20. 2024

악마와의 토크쇼 - 케언스 형제

현대영화리뷰

호주 출신 형제 감독이 만든 B급 오컬트 공포영화 "악마와의 토크쇼". 우선 이 영화는 매우 재미있습니다. 1시간 30분이 순식간에 지나갑니다. 그리고 후반에 등장하는 대환장의 고어쇼는 "도대체 어떻게 찍었지?" 하는 궁금증을 자아낼 정도로 훌륭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사실 오컬트 장르를 표방한 사회 비판 영화입니다. 그것도 다양한 각도에서 많은 얘기를 하고 있는 영화입니다. 케언스 형제 감독이 대본을 준비할 때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 느껴집니다. 


때는 1970년대이고, 미국의 대통령은 "지미 카터" 이며, TV 에서는 "자니 카슨쇼"가 시청률 1위로 흥행몰이를 하고 있고, 무대위에서는 "오! 캘커타"라는 누드 뮤지컬이 공연되던 해입니다. 모두 실제 있었던 일입니다. 여기서 TV 시청률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난공불락의 "자니 카슨쇼"를 이겨보고자 UBC라는 방송사에서 "올빼미 쇼"를 기획하고 "잭 들로이"에게 진행을, "거스"에게 보조진행을 맡깁니다. 처음에는 시청률이 좀 나오더니 다시 하락하기 시작하고 시청률 1위는 "꿈의 고지"처럼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제 이 시청률을 무조건 끌어 올려야 합니다. 어떤 주제를 가지고 쇼를 하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도덕적이건 아니건 그것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출연자가 동의를 하건 안하건 그것 역시 중요하지 않습니다. 쇼의 기획자와 진행자는 흥행의 성공 뒤에 따라오는 막대한 광고료와 계약 연장을 위하여 무슨 짓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 무슨 짓이 "악마"를 소환하는 오컬트 쇼라고 하더라도.. 물론 제작진은 진짜로 악마가 소환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쇼"이고, 게스트는 전부 사기꾼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악마가 소환이 되고 스튜디오는 집단 살해와 공포에 사로잡힌 관객의 탈출로 아수라장이 됩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납니다. 


그렇다면 감독 형제는 이 영화에서 무엇을 보여주고자 한 것일까요? 악마가 소환되어 다수의 출연자가 기괴하게 죽임을 당하지만, 진짜 악마는 따로 있습니다. 자본주의가 만든 진정한 악마. "쇼의 제작진" 입니다.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합니다. 그리고 남의 얘기가 아닙니다. "좋아요"만 누르게 만들 수만 있다면, "팔로우"만 하게 만들 수 있다면, "시청률"만 높일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하는 요즘 SNS나 TV방송에서 흔히 보는 장면입니다.


영화는 정말 아이디어가 넘칩니다. 우선 "올빼미 쇼"는 정말로 70년대인것 처럼 옛날 스타일의 색감이나 카메라 각도를 고려하여 촬영하였습니다. 그리고 중간에 광고가 들어갈 때 TV에 나타나는 촌티나는 스틸컷. 광고를 내보내면서 무대뒤에서 벌어지는 장면은 "흑백"이고 그럼에도 스타일은 현대입니다. 즉, 무대위는 "쇼"이고, 무대 뒤는 "현실" 이고 진짜입니다. 무대위는 다양한 인생이 있지만 무대뒤는 죽기 아니면 살기 입니다. 이 영화는 핵심은 "오컬트 심령쇼"가 아니라 이 무대뒤에서 벌어지는 제작자들의 추악한 행태에 있습니다. "쇼"에서는 온갖 내용이 오고 가고, 깜짝쇼도 등장하며, 오컬트 쇼가 전부 사기라고 외칩니다만, 사실은 이 "쇼" 자체가 모두 제작자가 만든 사기 입니다. 중간에 가짜초능력자 사냥꾼 "카마이클"이 무대위에서 악마를 불러내는 행위가 모두 사기라면서 직접 관객과 TV 시청자들, 출연진 모두에게 최면을 걸고 충격적인 장면을 보여주는 부분이 나옵니다. 그리고 모두 충격에 사로잡힙니다만 제작진은 살판납니다. 그리고 어떤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절대로 말리지 않습니다. 통제가 되지 않습니다. 영화는 1시간 30분만에 끝이 나지만, 이 영화에서 읽을 수 있는 내용은 매우 많습니다. 과연 자본주의의 꽃, "돈" 앞에서 우리는 자제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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