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두 번 바람+a핀 남편과 사는 아내의 일기
용서라는 꿈을 꾸었다
2024.10.1
지난달에는 두 번 바람 +a로 상처를 준 남편을 용서한 줄 알았다.
내 생애에 용서는 불가능할 것이라 믿고 처음부터 포기했던 용서의 상태가 3년 만에 불현듯 찾아왔다.
아! 이게 용서의 상태구나!라는 깨달음으로 평화가 느껴졌다.
놀라웠다.
불가능할 거라 믿었는데,
갑자기 자유와 평화가 와주다니 참으로 가볍고 홀가분하니 좋았다.
‘용서’라는 키워드로 글을 써보리라 다짐하고 글을 쓰다 보니, 자려고 누우면 낮에 꺼내놓았던 언어를 타고 가슴에 눌려있던 감정들이 스멀스멀 기어 나온다.
가슴이 찡하니 아파 가슴을 부여잡고,
마음을 열어 몸에 새겨진 긴장과 세포의 아픔을 느낀다.
그러다 보면 원래 있던 불면증에 갱년기 불면증까지 얹어진 상태에다가,
파도치는 불안까지 까만 밤에 올라타 어느새 새벽으로 넘어가곤 한다.
그 상태로 넘어가는 담 날이면 아주 사소한 일로 울컥증이 일어, 짧고 강력한 감정 폭발증을 겪는다.
나조차도 언제 쓰나미가 지나갔나 싶게 휩쓸려 당황스럽다.
옆에 있던 남편에게 폭발시켜 버리고 난 자리는 폭탄이 지나간 듯 휑하다.
그러고 나면 어릴 때 상처받았던 아이의 불안과 분노가 같이 폭발하여
결국 또다시 어린 날의 빈집, 그 자리로 돌아왔구나 싶다.
여전히 상흔이 남은 자리로 회귀한 내 감정과 정체성을 바라보며, 용서는 한여름 밤의 꿈이었구나 싶다.
잠깐 접속되었다가 꿈처럼 날아가 버렸다.
10.10
10일이 흐른 지금까지 숙제처럼 안고 있다가
잘하지 못할지라도 시작이라는 용기를 내어 보기로 한다.
그 끝에 지금 이 자판 앞에 앉아 있다.
브런치 스토리에 내 여정을 맡겨본다.
내 마음의 끝은 어디로 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