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aara Ogaan : 3&4, Malcha Marg, Block C, Market, Chanakyapuri, New Delhi
아이들 학교 근처에 말차 마르그에는 꽤 괜찮은 카페가 많다.
그중 아기자기 분위기가 좋지만 자리가 무척 협소해 자리 잡기가 어려운 Caara Ogaan이 있다.
테이블이 4~5개이던가.
브런치 모임으로 인기 있는 곳을 아이 친구 엄마와의 브런치 데이트로 찾았다.
오픈런을 하니 나 혼자 이 공간을 즐길 수가 있군.
핫케이크와 함께 나온 초콜릿이 너무 맛있어서 어디 제품이냐고 물으니 종업원이 고개를 갸웃한다.
초콜릿은 매장에서 직접 만들어서 다른 곳에서 살 수 없다고...
아.... 수제 초콜릿이라 이렇게 풍미가 좋구나.
나보다 인도 생활을 오래 한 선배의 말을 경청하다 보니
다양한 생각의 씨앗을 품게 되었다.
대화를 통해서 나 자신을 알아가는 성찰은 참 유익하고, 그 시간이 감사하다.
새로운 곳, 낯선 곳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다양한 경험을 좋아하는 나는
이 인도라는 외국 생활에서
11개월을 살아가며
낯선 나라를
낯선 문화를
낯선 나를
탐험하고 있는 중이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
어제와는 다른 나를 매일 만나며
조금은 변화되고
조금은 더 마음을 열고
조금은 더 성장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때로는 영어 원어민들 사이의 폭풍 수다 속에서
나의 갈 곳을 잃고
나의 한계를 깨닫고
망망대해를 나침반 없이 표류하는 사람처럼
막막함을 느끼기도 하고
극 i의 성향으로 낯선 환경,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부끄러움과 쑥스러움을 휘감은 채
왜 좀 더 용기 있지 못했던가.
왜 다수 앞에선 말문을 열지 못하는가.
나의 성격을 자책하며
또 다른 모습의 나를 꿈꾼다.
1년 뒤 나는
2년 뒤 나는
여전히 호기심과 용기를 잃지 않고
인도를 탐험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지만
오늘의 나는 또 인도를 즐기고 있는 건 분명하다.
- 크레스트 클럽 하우스
시간을 들여 공들인 인연 사이에서는
내가 별 말을 하지 않아도
그저 듣고 웃기만 해도
편안하고
즐거운
만남이 있다.
그네들의 일상을 공유하고
감정에 이입하며
별 거 아닌 대화에도
까르륵 웃을 수 있는 사이
그런 인연이 인도에도 있음을 감사하게 된다.
- 브레드톡. 사우스 포인트 몰.
여행이라는 건
그 속에서 많은 만남과 헤어짐,
낯선 경험과 깨달음이 충만한
압축된 인생을 단기간에 경험하는 것과 같다.
고소한 빵냄새 속에서 카푸치노와 함께
베트남에 여행 다녀온 지인의 여행 후기를 들었다.
몇 년 살다가 돌아간 내가 살던 지역
나와 일상을 함께한 친구들
나만 빠져나온 그곳에 여전히 살고 있는 그네들의 일상이
지인에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인도에서 몇 년을 지내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갔을 때,
만약 나에게 인도로 여행을 올 기회가 있다면
이곳은 과연 다시 오고 싶은 곳일까.
몇 년 만에 다시 찾을 인도는
왠지 내가 지금 보고 느끼는 인도와는 무척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엄청난 변화와 발전의 시간을 지나
지금의 인도와는 전혀 다른 인도가 되어있겠지.
그럼 나는 앞으로
지금의 인도를 다시 만날 기회가 없겠구나.
다시 찾아와도 분명 다를 인도일 테니
지금의 인도를
좀 더 아끼고, 즐기고, 사랑해야겠다.
- 이탈리안 문화원
처음 방문한 이탈리아 대사관 안 문화원.
디저트가 정말 예술이라는 지인의 말대로
요 근래 먹어봤던 티라미수 중에 최고였다.
- Diggin : Santushti Shopping Complex Shop No-10 Opp Samrat Hotel, New Delhi
Santushti에는 분위기도 좋고, 맛도 괜찮은 카페 cafe de flora와 Diggin이 자리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초록 초록 생그러움이다.
황량한 인도에서 찾기 힘든,
그나마 마음의 안식을 얻을 수 있는 녹음과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속에서
공간이 주는 안식이 얼마나 클 수 있는지 새삼 느낄 수 있다.
여기가 인도가 맞나?! 싶을 정도로
놀라운 공간과 음식.
나는 시공간을 넘나들며
저 유럽 어딘가 작은 마을의 한 카페에 앉아 우아하게 커피를 마시는 또 다른 내가 된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인연이
바다를 건너 인도에서 이어지고 있다는 건 참 신기한 일이다.
내 아이의 어린 시절을 공유하고,
내 남편과 나의 신혼 시절을 알고 있으며,
우리가 살아온 시간들을 종종 만남으로 함께 한 인연.
귀한 인연이기에 인도에 있을 때 자주 만났어야 하는데
1월에 인도에 도착하고 지난 날들, 나와 우리 가족이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 허덕이느라 바빠서 자주 보질 못했다.
이제 지인이 인도를 떠나게 될 날이 가까워지니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이 가득.
인도에 있든
한국에 있든
잘 지내고 있기.
어차피 계속 계속 만날 인연이니 너무 아쉬워하지 않기로 해요.
- Ladurée : shop 17 B, Khan Market, New Delhi,
여긴 또 왠 신세계인가.
칸마켓 안에 자리한 Laduree
마카롱 맛집이라고 하더니 진열장 안에 마카롱이 한가득이다.
이 공간에 들어선 순간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
황홀한 행복을 느꼈다.
난 원래 이런 분위기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데
인도에서 만난
이 놀라운 공간은
나의 새로운 취향을 일깨워준다.
아... 나 이런 로맨틱하고 우아한 분위기 좋아하는 사람이었구나.
한 끼 식사만큼 비싼 마카롱과 우아하게 따라주는 그 카페만의 차를 마시며
이 공간에 대한 비용을 지불한 거라면
하루 종일 이 공간을 점유해야 할 텐데,
아이들 픽업이 있어 서둘러 자리를 떠나며 아쉬움에 눈물을 흘렸다.
다른 날 찾았던 산투스티 안의 cafe de flora
새롭게 시작된 인연들과 함께 한 자리.
아이들 친구 엄마들의 만남은
아이와 학교라는 매개체가 있어 대화가 끊이질 않는다.
초등 엄마와의 대화는 입시와 성적으로 걱정과 불안을 공유하는 고등 엄마와의 대화와는 다르게
경쾌하고 가볍다.
먼저 잘 다가가지 못하는 극 i의 내게
따뜻하게 손을 내밀어준 고마운 사람들.
인연이 닿고,
시간과 애정을 쌓고
관계가 깊어지는 시간들.
지금의 나를 공유해 주고 함께 해주는 사람들.
- Paul
오랜만에 찾은 폴이다.
오만 쇼핑몰에도 폴이 있어서 참 반가웠었는데.
우유에 대한 거부 반응이 심해서 요즘 차를 자주 마시게 되네.
에그 베네딕트와 크로와상 샌드위치도 맛있었지만, 요거트 볼 같은 아래 음식이 너무 내 취향이었다.
견과류와 과일, 요거트가 입안 가득 머금어졌을 때 그 놀라움이란.
내가 너무 놀란 토끼눈을 하고 있으니
함께 한 언니가 깜짝 놀라 물었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너무너무 맛있어요~"
폴에서 브런치를 먹고 헤어지기 아쉬운 마음에 찾은 한스키친
인도 생활 11개월 만에 한스키친은 처음이네!!!
정갈한 상차림이 새삼스럽고, 놀라워 사진 찰칵!
생선전이 밑반찬으로 나오다니...
해물 수제비와 제육볶음을 먹었는데, 불맛이 살아있는 제육이 인상적이었다.
날이 선선해졌으니 INA 마켓에 들러 새우도 사고, 게도 사서 쟁여야겠다.
빵가루가 바삭바삭 씹히는 갓 튀긴 새우튀김을 상상하니 당장이라고 INA로 가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척박한 인도에서도
잘 먹고, 잘 사는 오늘의 식도락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