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에 다녀와선 여독이 풀리지 않았지만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듯
나는 일상으로 복귀해 애들 학교를 자주 오갔다.
- 11.6. Grade 10 Parent coffee with counselor. 8시-10시. Theater
10학년 학년 모임이 있었다.
10학년 학년 대표가 무척 유능하신(?) 분이라 다양한 행사를 주최하는데, 이번에는 카운슬러들과 함께 하는 모임이었다. 사전에 궁금한 점들을 질문을 받아 그 질문으로 모임을 시작했는데, 아무래도 10학년 모임이다 보니 학업에 치중한 질문들이 많았다.
11학년에 시작하는 IB 과정 과목 선택, 과목의 구성, HL과 SL의 차이.
외국인들 사이에서 이런 질문이 많았는데, IB 과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을 보며 한국인이 역시 교육에 관심이 많은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학교에서 과연 카운슬러의 역할이 정확히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아이들 학업, 사회생활, 감정 다양한 영역을 살피고 상담을 해준다고 하는데,
자신의 이야기를 오픈하기를 싫어하는 사춘기 아들들이 이 카운슬러를 찾아가 자기 고민을 얘기할는지가 의문이다.
아이가 카운슬러를 만난 적은 있는 걸까.
아무래도 미국 대학 진학 쪽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는 상황에서 한국 부모가 대학 입시를 앞두고 학교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일까.
카운슬러들은 경쟁이 치열한 한국 사회, 한국 입시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걸까.
IB 과정을 앞둔 고등학생 부모로서 여러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자.... 걱정될 때는 어떻게 하라고?!
걱정만 하며 불안을 눈덩이처럼 키우지 말고, 행동하자!!
몸을 움직여 불안한 것들, 모르는 것들을 해결해 보자!!!!!
앞으로 IB 과정과 대학 입시에 관한 나의 부족한 식견을 채워나갈 시간들일 거 같다.
- 11.12. Gade 4. Math Parent Session. G4 Pod
초등 4학년 수학 관련 부모 모임이 있었다.
4학년 담임 선생님들이 함께 준비하셨는데, 수학 교육의 목표가 무엇인지 실제 어떻게 아이들의 수학 학습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공유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아이가 4x4=?이라는 질문에 16이라고 답한다 하더라도, 이게 실제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수학적 용어로 아이가 개념 설명을 하지 못하면 가장 처음으로 돌아가 개념부터 다진다고 한다.
연산이나 계산 중심이 아니라, 실제적으로 사용되는 수학에 대한 고민, 진정한 배움에 대한 고민 끝에 나온 학습인 거 같아 무척 인상적이었다.
김밥이 연이어 있는 사진을 보여주며, 여기서 알 수 있는 수학적 개념을 아이들에게 생각해 볼 시간을 주고, 발표하게 한다는 것.
정답이 정해진 게 아니라 다양한 생각을 함께 공유할 수 있고, 실생활에서 접하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 수학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우리한테도 실제 아이들이 풀고 있는 문제를 제공하고 일정 시간을 준 뒤 푸는 기회를 주었는데,
답만 맞추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푸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하셨다.
다양한 풀이 과정들(그림을 활용하거나)을 존중했고, 새로운 풀이 방법을 서로 공유하며 아이들이 서로를 통해 배워나간다고 했다.
(집에 와서 아이한테 물어보니... 그냥 답이 간단히 나오는데, 자꾸 길게 쓰라고 해.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 귀찮아~라는 반응이긴 했다. ㅎㅎㅎ)
집에서 예, 복습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앱들을 공유해 주셨는데,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khan academy나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YummyMath, Enrich도 알려주셨다.
한 시간 동안의 열정적인 프레젠테이션 후, 질의응답 시간에 손을 번쩍 든 외국 학부모.
"숙제 좀 내주시면 안 되나요?
집에서 뭘 시키고 싶어도 엄마 말을 잘 안 들어요.
권위 있는 선생님께서 아이들한테 숙제를 내주고 좀 공부 좀 시키면 안 되나요?? "
공감하는 학부모들.
한 시간 수학과 배움에 대한 비전을 함께 공유했다고 생각하고 뿌듯한 마음인데 학부모에 요청에 당황한 선생님들. 참 대조적이었다.
이상과 현실은 때로 큰 괴리가 있을 수 있다.
진정한 배움의 가치, 실생활에서의 수학의 발견... 함께 도와가며 서로를 이끌어주는 아이들
하지만 연산이나 예복습이 부족해 기본 수학 실력이 부족한 아이들.
숙제가 없어 집에 오면 공부하지 않는 아이들.
그 간극은 결국 부모인 내가 메꿔야 하는 거겠지.
학교 정책상 숙제는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니, 아이들을 잘 구슬려 최소한의 국제학교 수학과 제 학년 한국 수학을 병행해 홈스쿨링을 해봐야겠다.
영원히 인도에 머무를 아이들이 아니라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신데렐라의 귀가 시간처럼 한국으로 돌아갈 아이들이기에....
수학 홈스쿨링이라는 숙제를 내준 수학 세션.
- 11.12-14. Library after school : Read-alouds
도서관 프로그램은 언제나 두 팔 벌려 환영이다.
그게 한국이든, 인도든 아이들이 도서관 행사에 참여함으로써 책에 대해 더 가깝게 느낄 수 있고, 작은 것이라도 느낄 수 있다면 그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국제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도서관 프로그램은 없냐고 묻고 다녔는데, ipop 방과 후 수업이 없는 한 주 동안 책 읽어주는 행사가 있어 아이들이 참여하게 했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이뤄진 책 읽어주는 시간.
도서관 선생님이 이 기세를 이어 계속 비슷한 프로그램을 많이 많이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11.13. 광견병 백신 맞는 날
국제학교에서는 필드 트립을 가기 전 광견병 백신 접종이 필수다.
인도 전역으로 체험학습을 가는 아이들이 개뿐 아니라 원숭이에 물릴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3회 접종 시 영구 면역 체계를 갖출 수 있다는 말에 3회 접종을 신청했는데,
그 말을 들은 직후부터 아이들의 불안감이 가중되었다.
주사를 무서워하는 아이들...
어쨌든 학교에서 맞는 거니 엄마랑 병원에 가서 맞는 거보다는 낫겠지 싶었는데
역시나... 학교에서 보건 선생님을 만나고 주사를 맞으러 가면서도 엄마한테 짜증을 내지 않는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네.
둘째는 급하게 엄마를 찾는다.
무섭다고, 손을 잡아 달라고....
백신 접종 후 상태를 지켜봐야 한다고 일정 시간 동안 그 공간에 머물러야 한다며 간식을 먹고 있으란다.
생각지도 못한 팝콘, 피자, 브라우니, 과일과 레모네이드
주사 맞는다고 간식도 주는 좋은 학교야~
애들은 학교를 다니고 있고,
엄마는 종종 학교에 참여하고 있고,
시간은 '손 안의 모래'처럼 너무 빠르게 흘러간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성장하는 만큼
그 속도만큼
나도 내 자리에서 성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에게 국제학교라는 기회가 주어진 것처럼
나에게도 인도가 기회의 땅이 되어
새로운 도전, 진정한 배움 그리고 미래를 위한 준비가
되는 알찬 시간이 되길
오늘도 바쁘게 하루를 보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