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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져니 Nov 19. 2024

[24년 겨울] 인도 델리의 대기오염, 상상 그 이상

올해 1월, 처음 인도에 도착했을 때를 기억한다. 

공항을 나서자마자 매캐하게 타는 냄새가 코 끝을 찔렀다. 

뿌연 하늘, 확보되지 않는 시야 속에서 나의 인도 생활 또한 쉽지 않을 거 같아 두려움이 앞섰던 것 같다. 

하지만 겨울을 벗어나고 봄이 되자 인도의 파란 하늘을 볼 수 있게 되고

그 사이 나 또한 인도에 적응하며 인도에서의 하루하루를 즐길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르는 건 어찌할 수 없는 것.

어느덧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올 틈도 없이 겨울이 훌쩍 다가왔다. 

디왈리 연휴 이후 뿌연 하늘과 탄 내, 서늘해진 공기가 인도의 겨울을 무섭게 알린다. 

잊지 않았지. 

내가 다시 돌아왔어.

새벽녘 아파트 거실 창


눈을 비비며 아침 준비를 하려는데, 창 밖 광경이 통째로 사라져 있다. 

17층 아파트가 아닌 비행기 상공인 것 같이, 내 몸이 공중에 붕 떠있는 느낌이다. 


여긴 어디고, 밖은 도대체 왜 저 모양인가. 

거실에서 미친 듯 돌아가는 공기 청정기 두 대가 엄청난 굉음을 내고 있다. 

저러다 조만간 터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

조심해! 이 집 안도 안전하지 않아!!

우리에게 경고하는 듯, 집 안 가득 사이렌을 울린다. 


수많은 AQI 지수 중에 우리 집이 최악이라며 공유한 지수 PM 2.5 기준 1005

WHO에서 PM 2.5 기준으로는 25 아래가 안전하다고 했다는데, 

1005에서 살고 있는 우리의 환경은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델리에 위치한 학교의 대기오염이 걱정이지만, 

학교에 공기 청정  시스템이 잘 작동하고 있어서 다행히 학교는 정상 운영을 했었다. 

나 또한 영어 수업을 위해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몇 시간 머물렀는데, 

오히려 집보다 쾌적하게 느껴졌다. 


집보다 안전한 학교라니. 

나 또한 대기 오염이 심할 때면, 안전하지 못한 집에서 탈출해 학교로 가야 하는 것인가. 



남편은 작년 이맘때에도 단 며칠만 대기오염이 좋지 않았다며 금방 지나갈 일이라며 나를 안심시켰다. 

그래, 매일 그러진 않을 거야. 

점점 심해지진 않을 거야.

다시 파란 하늘을 만날 수 있겠지..


그렇게 스스로를 안심시키던 나날이 며칠 지나지 않아 또다시 들이닥친 대기오염.

아... 이번엔 집 안 공기 청정기 수치도 심상치 않다. 

필립스 공기청정기 2.5PM기준 300을 넘는다. 

아무리 공기청정기가 돌아가도 떨어지지 않는 수치...


우리는 이제부터 거실 공간을 버린다. 

모든 창에 커튼을 치고, 거실과 연결된 문들을 닫고, 화장실들을 닫고, 

안방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좁은 공간에 공청기 두 대를 풀가동한다. 

점점 떨어지는 공기 청정기 수치.

옅어지는 탄내.


이불 깔을 옹기종기 이야기꽃을 피우며 

장난이 한창이다. 

엄마에 대한 편애가 심한 셋째에 대한 남편의 질투. 

굴하지 않는 셋째의 엄마 사랑. 


이렇게 살을 맞대고 앉아 놀다 보니

처음 인도에 왔던 때가 생각난다는 남편. 


집만 덩그러니 빌려놓고,

짐은 일주일 뒤에 오는지라

1월 둘째 주 난방시설도 없는 이 아파트에서 

방 하나 겨우 걸레질하고는 침낭 세 개에 누워

온 가족 서로의 온기에 의지해 잠들었던 그 시간들.


인생 뭐 있냐. 

투닥투닥 싸우기도 하고, 서로 실망하거나 섭섭하게 해도

결국은 이렇게 작은 공간에서 서로의 온기를 나누는 가족이 있고, 

함께 공유하고 나누는 추억들이 있으면 조금은 행복한 거 아닐까. 


최악의 대기 오염 속에서 가족애를 느끼는 순간들을 만난다는 건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는 나의 긍정 회로나 

인도에서도 잘 지내고 있다는 자기 합리화의 부산물일지 모른다. 

대기오염을 뚫고 학교 가는 길
내가 사는 구르가온 아파트도 대기오염 수치는 심각



자기 집이 최악인 거 같다며 공유한 수치. 델리

그래도 집보다 안전하다고 느낀 학교였기에 안심하며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왔는데

델리 거의 모든 학교가 휴교한 어느 날,

우리 학교 또한 학교 내 몇몇 공간에 수치가 200을 넘는 곳이 있어서 안전상의 이유로 온라인 수업 전환을 선언했다. 

갑작스러운 온라인 수업. 

이는 2016년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다행히 대기 오염에 따른 온라인 수업 전환은 하루 만에 끝이 났다. 

다시 아이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날, 

나 또한 나의 일상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고 있다. 


인도의 대기오염은

파키스탄 펀자브 지역의 대농장들에서 농작물 수확 후 잔여 농작물을 불태우며 발생하는 연기

급격한 경제 성장과 함께 노후화된 공장과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

도시화와 차량 증가에 따른 차량 배기가스

길거리 빈민들이 추위를 피하기 위해 불 피우며 발생하는 연기

겨울 기상 조건 : 기온이 낮고 바람이 약해지며 오염물질이 대기에 정체하며 발생하는 스모그

때문이라고 한다. 


영국 산업혁명 시절 발생한 스모그로 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하는데

인도 델리의 이 스모그는 과연 우리가 마스크와 공기청정기로 이겨낼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며칠 째 눈이 따갑고, 코가 아프고, 머리가 아프며 

고통받는 나날들이 

마치 2024년 인도의 스모그가 심각했었다 증언하는 

참혹한 현장의 목격자가 된 기분이다. 


여기 이렇게 인도 대기 오염의 한 챕터를 

인도에 살고 있는 한 한국인으로서 기록해 본다. 


부디 인도 정부와 깨어있는 인도 국민들이 빠른 시일 안에 

문제의 심각성을 함께 공유하여

발 빠른 대책을 내놓아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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