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 속에서도 꽃눈은 피고 있다-
캄캄한 밤길을 걸으며 힘든 것은
붓고 저린 다리가 아니다
걷는 먼 곳에
아무것도 없을지 모른다는
막연함과 두려움이다
세찬 눈보라 속
목련 가지 끝에 앉은 꽃눈은
작고 조용한 약속이다
그 부드러운 솜털 아래
봄은 이미 숨 쉬고 있다
숨조차 무거운 날들이 있다
밤을 지새우지도
새벽을 맞이하지도 못하는 시간
내일에 대한 기대보다
오늘보다 못할 것 같은 내일이
더 서럽게 느껴지는 그런 날들이 있다
아무도 모르게
긴 겨울을 견디며 살아가는
꽃눈의 기다림,
휘몰아치는 바람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그 작은 몸짓 속에
희망품은 생명의 숨결이 있다
겨울을 견뎌 온 모든 이들에게
목련 꽃눈은 흔들리며
부드러운 웃음을 보낸다
그리고 마침내,
햇살이 따스하게 다가올 때
목련은 눈부신 흰 꽃으로 피어나
세상을 감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