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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드 입은 코끼리 7시간전

언주역에서 산부인과

수필

여성이라면 산부인과를 가는 것이 치욕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임신해서 당당하게 가지 않는 이상, 청소년기에 들어가거나 대학생 때 질염으로 고생하면서 들어가는 것 또한 소심하게 들어가서 말하게 된다. 마치 남자들한테는 비뇨기과에 가는 것과 비슷한 것일까? 싶으면서도 이건 성에 대한 치욕이 이토록 여성에게만 짊어질 일인가 싶었다. 하지만 내가 잘못 생각한 것이었다. 여성이라면 당연히 아플 수 있는 것이고 여성의 몸은 독특하기에 만들어진 대로 산부인과가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언주역에 한 번 간 적이 있다. 그곳은 복잡스럽고 다양한 넓이의 건물들이 있었다. 그런 건물들 사이에서 직육면체로 되어 있는 건물들이 가장 많았고 무엇보다 내가 간 산부인과는 전시회관과 같은 모습이라 누가 보면 흑백으로 이루어진 미니멀리즘 갤러리 같았다. 갤러리 같은 모습이었지만, 내부는 웅장하고 접견하는 곳에 배부른 산모들이 미소를 잃지 않고 있었다. 나는 그저 생리 주기가 묘해서 온 것이었음을 당당히 밝혀야겠다고 생각하고 들어갔다. 그러자 안내 언니가 말하기를 "혹시 아니죠?" 다섯 글자. 거기서 흠칫 놀라며 뒷도망을 쳤다. 여기서부터 시험에 들게 하면 얼마나 어린아이들이 들어섰다가 나갈까 싶었다. 그 말은 참으로 잘못되었고 거짓되었다.


나는 그러나 당당한 사유가 있었기에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입장을 했다. 그 언주역에 있는 산부인과는 넓어서 엘리베이터로 7층까지 올라가야 의사를 만날 수 있었다. 단 한 번도 가지 않은 산부인과는 너무 고급스러워서 호텔의 조명처럼 떨어지는 우아함이 곁들여져 있었다. 그렇게 엘리베이터의 한 층 올라갈 때마다 나는 음색도 특이했다. 모차르트의 음악이 하나둘씩 떨어졌고 나는 그럴수록 위로 올라갔다.


그렇게 도착한 응접실. 거기에서 등록을 하고 앉았다. 혼자 앉으니까 더더욱 두려움이 엄습하고 사람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보통은 남편과 오거나 친정엄마랑 같이 와서 외롭지 않은 산모들 사이에서 대학생이 배가 납작하게 와 있으니 말이다. 보통의 일이 아니겠거니 하면서 쳐다보곤 했다. 나는 시선을 땅으로 떨구기 싫어서 일부러 좌우를 부지런히 보았다. 그리고 하는 가관의 말들을 삭이면서 40분 동안 기다렸다. 40분의 시간은 생각보다 짧았다. 계속해서 부지런히 눈알을 굴리다보면 밝히게 되는 조각품을 하나둘씩 풀어서 이해하기 시작했고 거기에 있는 산모들의 특징과 그들의 가방이 하나같이 같은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도 유행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 가방 속에 무엇이 들어가 있을까 하면서 생각하다보니 시간이 어느새 30분이 지났고 곧 있으면 내 차례가 온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내 차례가 오자 간호사가 내 이름을 호명하고 의료실에 들어갔다. 거기에는 특이하게도 망이 쳐진 커튼과 저절로 벌려지는 의자로만 되어 있었고 의사 선생님은 나를 등지고 앉아서 컴퓨터를 보고 있었다. 처음 온 사람이라 아무 기록도 없는데도 말이다. 나는 그렇게 앉아서 치욕의 의자를 맛볼 차례인가 하면서 앉았더니 하는 말. 처음 왔으니까 더더욱 편안하게 있어도 된다면서 간호사의 친절함. 그러면서 벌어지는 의자. 다리가 하나둘 떨어져 나가더니 내가 아기를 낳는 것마냥 누워 있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들이었고 나는 황당함에 나머지 그저 증상만 말하고 끝날 예정이었으나 초음파로 확인해야 한다는 의사 선생님 말에 나는 다행히도 배 초음파로 자궁 내부를 확인했다. 다행히 생리는 정상적인 주기라고 말씀해주셨고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 집에 흔쾌히 가도 된다고 하셨다. 나는 그렇게 많은 치욕들을 층층이 맛보았는데 그저 가라는 인사가 덜떨어지도록 어지러웠다.


그렇게 나는 방문을 나가자마자 다음 배부른 핑크색 옷 입은 산모가 들어갔다. 그리고 나는 성인이기에 자궁경부에 관련된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면서 안내를 받고 나왔다. 언주역은 들쑥날쑥한 곳이었는데 산부인과까지 그렇게 들쑥날쑥하게 치료를 하니까 2년이 지나고 4년이 지나도 가지 않고 있다. 그저 아파도 참아가면서 그냥 그 치욕을 다시는 맛보고 싶지 않아서 말이다. 물론 엄청 아파지면 이젠 나도 다시 찾아가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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