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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becca Oct 11. 2024

'한강'을 지나가다.

아쉬운 '시'

TV속에서도  이 채널 저 채널 1번부터 30번까지만.. (이상히 도 30번 이상은 넘어가지 않는다.) 채널을 왔다 갔다 한다. 운 좋은 날 나만의 재미를 발견하는 날 이 있다. 이렇게 뭔가 발견하는 것을 좋아한다. 목적이 있게 시간을 보내기보다 시간 속에 나를 둔다. 거의 성공적이지 못하지만 반백년 이 습관은 변하지 않는다.


어떤 날은 예능, 어떤 날은 드라마, 어떤 날은 시사, 어떤 날은 공치사. 남편은 일찌감치 나와 함께 TV 보기를 그만두었다. 채널에 진득이 붙어 있지 못하고 여기저기 돌리는 까닭에     본인방에서 TV를 보게 되었다. 거기는 딱 두세 개 채널, 정확히 채널 번호를 외우고 왔다 갔다 한다. 축구, 야구, 뉴스. 이렇게 세 개 은근히 못마땅하면서도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내 맘대로 할 수 있어 다행이다.


한글날 휴일로 오랜만에 성수에 가서 변한 입지에 탄복하며, 어느 해외  여행지보다 눈과 귀, 입이 즐거움에 탄성을 지르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대를 쏘 다녔다. 각종 브랜드들의 팝업 샵의 반짝이는 아이디어에 뇌는 샤워를 하듯 시원함을 느끼고, 하다 못해 국내 돼지고기 브랜드의 팝업 샵조차도 귀여 져버림에 창조의 집합촌이구나! 하며 번지수 하나마다 발걸음을 멈추며 들락날락 해 버렸다.


그러다 세련된 문방구 가게에서는 나 혼자만의 생각을 가지고 문방 도구와 재료 사용에 다양한 물건 만들기에 상상하다 1층에서 3층까지  샅샅이 훑다가 거의 한 시간 반 이상이 넘어서야 다리가 후들거리에  포장지와 노트 하나를 얼른 계산하고 나왔다. 이상한 나라, 문방구에 다녀오고 현실세계로 나왔다. 90년대에는 인사동에 즐비하던 종이와 붓 가게길이 내게 그러한 상상의 세계로 인도하던 곳이다. 잠시 생각나다가..


거리를 나오니 또다시 나를 이끄는 것들로 가득하다. 윈도쇼핑으로 성수 창조가가 마치는 거리즈음에 한 출판사의 단순한 팝업존이 눈에 들어온다. 들어가니 소설과 시집만 있다. 한강의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가 눈에 밟힌다.


나태주 시인의 딸 나민애 교수가 위로받았다는 시인, '한강'

읽고 싶었는데, 손에 우선 들어본다.


서점에서 시간을 지내다 보니 서너 개의 책이 손에 들려있다.

이걸 다 살 수는  없고, 결국 계산대 앞에서 각 책을 왜 사지 말아야지 하며 다시 살폈다.


마지막에 손에 든 책, 책장을 넘기는 왜 이리 어둡지?

지금 나는 창조의 기운이 막 돌고 지금 분위기라면 시 서너 편을 말랑 말랑 하게 써낼 것 같은데.. 하고 책을 제자리에 도로 넣어두었다. 그 책은 한강의 시집.. 결국 구매한 것은 여러 시인들의 모음집


지하철로 돌아오면서 구매한 책을 읽다가

여러 시인들로 애매하게 엮어진 시를 읽으니

맛이 사라지는 듯한 맛이다.

두고 온 한강 시인의 시집이 아른거렸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출근길 네이버 앞 면에서 여기도  한강, 저기도 한강 이란 단어이가 보이길래, 이제 네이버 AI가 내가 검색하지도 않은 단어인데 나의 뇌까지 읽을 수 있는가 흠칫 놀랐다. 그러나 그녀의 노벨상 수상 소식의 뉴스임을 알고 출근길 내내 어제 봤던 그 책이 내 가방 속에 없음과 그 책이 '오늘 그 자리에 없겠구나'라는 괜한 아쉬움이 몰려들었다.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다' 책 제목처럼 나도 어딘가에 슬픔이 몰려올 때, 꺼내 볼 시 한 편은 서랍에 넣어 두어야겠다.

맨 정신에 마련된 흐트러진 서랍이 아니라, 언제든 정리되어 있는 그 서랍 한편 정도는 지키자. 노벨상 수상자라는 라벨이 붙으니 명품 시겠구나. 어제 사 두었다면 한강 1일 애독자로 노벨상 수상이 함께 영예로웠을 텐데 이제 명품을 수집하는 된장녀가 되는 느낌이다.


된장녀일지라도 얼렁 구매 하자.. 사라지기 전에.. 그러나 벌써 예약 판매로 변해 있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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