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lf-Care essay ④ - 아무것도 아니지만 전부인 나
몇십 년을 살다 보면 누구나 빛나는 또는 잘 나가는 순간이 있게 마련이다. 빛나는 순간이 한 번도 없었던 인생도 있다고? 잘 나간 기억이 없다고? 그렇다면 거울 속의 자신을 보면서 웃었던 순간이라도 떠올려 보자. ‘인생! 살말한 가치가 있네’라고 여긴 순간은 있기 마련이다. 사랑에 빠져 둥둥 떠다닌 나날들, 결혼식, 자녀의 탄생, 육아의 기억 등이 떠오를 수 있다. 반장이 되었던 날, 1등의 기억, 명문대에 합격했던 순간, 취업 성공, 승진, 내 집 마련 등이 떠오르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런 특별한 시간이 지나고 나면 평범으로 돌아가야 하는 순간도 오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냥 해발 0M의 평탄한 평지로 돌아오면 될 것을 땅을 파고 계속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는 순간도 있다. 내가 나를 봐도 잔뜩 인상을 쓴 얼굴을 하고 있다. 꼬이고 또 꼬여서 나보다 잘 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배가 아프다. 입만 열면 볼멘소리다. 내가 더 잘 됐어야 하는 것만 같다. 이렇게 사는 게 무슨 가치가 있을까 회의적인 태도로 인생과 맞짱 한 번 제대로 뜨고 싶은 순간이 존재한다.
그렇게 오르락내리락거리면서 살아가다 보면,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존재임을 깨닫는 순간도 오기 마련이다. 뭔가 따끈할 줄 알았던 자신의 인생의 온도가 너무 낮다. 1도 특별하지 않은 내가 초라하게 느껴진다. 가족들을 비롯한 지인들은 나를 자랑스러워하기보다 안타까워하는 것만 같다.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아 쪼그라든다. 내가 살고 싶던 인생은 이게 아닌데 그렇다면 내가 바라던 나는 어디로 간 걸까? 난 정말 아무것도 아닌 존재인 것 같다.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 어떻게 거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사람마다 각자의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정답이 정해져 있는 문제는 아니다. 내 마음 알아주고 내 얘기에 귀 기울여주는 사람과 술을 마시거나 수다를 떨 수도 있다. 운동에 집중하거나 종교 활동을 할 수도 있다. 나의 경우에는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조금씩 답을 찾아가고 있다. 아무것도 아닌 내가 결국엔 나의 전부라고 생각해 보기로 했다. 내가 없으면 모든 것이 아무것도 아니다. 내가 없는데 아무것도 아닌 내가 존재할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내가 결국엔 나의 전부라는 것을 알게 되면, 심플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내가 나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나의 전부인 나를 다른 사람한테 케어하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셀프케어가 필요하다. 내가 또 다른 나인 너에게 말해주어야 한다. 넌 아무것도 아니지 않아. 이룬 것이 없어도 괜찮아. 난 바로 이 순간의 너와 함께 살고 있잖아. 나의 전부인 너, 나는 널 끝까지 돌볼 거야. 칭찬해 주고 사랑해 줄게. 사랑해, 나의 전부인 너.
때론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가, 다시 생각해 보면 나의 전부인 나! 나 자신!
나의 전부인 나를 내가 가장 많이 아끼고 사랑해주어야 한다. 그래서 너무나도 어색하고 퍽이나 오글거리지만 내가 나에게 눈에 보이는 칭찬을 해보기로 한다. 최근에 한 일 중에 칭찬할 거리를 찾고, 그것을 눈에 보이는 “상장”에 적었다.
내가 나에게 건네는 최초의 상장이다.
오늘을 기념하고 기록하기 위해 부끄럽지만 이 글을 남겨 둔다. 살다 보면 다시 힘든 날이 찾아올 것이다. 나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이 글을 꺼내 읽어 봐야겠다. 아무것도 아닌 내가 나의 전부라는 것, 누구보다 내가 나를 사랑하고 돌봐야 함을 기억하고, 다시 살아가야겠다.
라이프 고즈 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