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잘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
2025년 추석, 함께 웃는 시간이 아이를 행복하게 키운다.
2025년 올해 추석 연휴는 유난히 길다.
10월 3일부터 12일까지, 열흘이 넘는 연휴 동안 두 딸 시댁 어른들이 여행을 가신 덕분에 이번 명절은 온전히 우리 집만의 시간이 되었다. 두 딸과 사위 둘, 손주 다섯, 그리고 작은딸이 데리고 온 강아지까지 한 식구가 우리 집을 중심으로 모여 지냈고, 손주들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이 집 저 집을 오가며 함께하니 하루하루가 정신없이 흘렀지만, 그 어느 때보다 행복했다.
아침이면 부엌에서는 음식 냄새가 퍼지고 거실에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수시로 터져 나왔다. "할머니, 오늘은 뭐 먹어요?" "엄마, 전 더 부칠까요?" 이런 소리들 사이로 웃음소리가 뒤섞이며 귀가 떨어질 만큼 시끌벅적했지만, 이것이 바로 명절의 진짜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추석 전날 온 가족이 둘러앉아 '손주들 만두 빚기 대회'를 열었다.
초등학교 3학년 큰손녀부터 다섯 살 막내까지 모두에게 만두피와 만두 속을 나눠 주고 "이렇게 속을 넣고, 이렇게 주름을 잡는 거야. 원하는 대로 만들면 돼" 하고 할머니 표 시범을 보였더니, 아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내가 더 예쁘게 만들 거야!" 하며 만두를 빚기 시작했다. 만두 속이 이리저리 튀어나오고 모양도 제각각이었지만 아이들은 그 모습이 웃긴다며 깔깔대고, 어른들도 덩달아 웃음을 터뜨렸다. 만두 빚는 소리, 웃음 섞인 대화, 찜통에서 피어오르는 김, 그 모든 것이 어우러져 따뜻한 풍경이 되었다.
요즘 세상은 참 편리하다. 먹고 싶은 건 언제든 주문할 수 있고 금세 배달되지만, 함께 만들어 먹는 과정에는 그 어떤 서비스도 줄 수 없는 따뜻함이 있다는 걸 이번 추석을 보내며 또 깨닫는다. 나는 이번 명절 내내 "스트레스받지 말자, 아이들이 원하는 걸 존중하자, 즐겁게 느긋하게"를 마음에 새겼습니다. 오스카 와일드의 말처럼 아이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자 먹고 싶어 하는 것을 한 가지씩 선택하게 했다. 갈비, 전, 만두를 함께 만들기도 하고, 한 끼는 음식점에서, 또 다른 날은 치킨과 피자를, 외출 길에는 햄버거도 먹으며 명절의 전통과 아이들의 입맛이 어우러진 우리 가족만의 한가위를 보냈다.
아이를 잘 키우는 방법에 대해 밤늦도록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지만, 정답은 멀리 있지 않았다.
오스카 와일드는 "아이들을 잘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라고 했는데, 이번 추석을 보내며 그 말이 손주들에게도 행복하길 바란다.
함께 어울려 웃고, 자기 손으로 뭔가를 만들어 먹고, 어질러진 자리를 고사리 손으로 치우려 애쓰는 모습,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했다. 이런 문화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이 원하고 즐거워하는 한 이런 추억 쌓기는 얼마간은 이어지리라 믿는다.
늦도록 아이들이 놀다 잠들면 어른 여섯이 모여 앉아 와인도 마시고 차를 마시며 세상 이야기를 나눴다.
서로의 일상과 마음을 들려주며 새벽까지 시간 가는 줄 몰랐고, 특히 두 딸과 사위들이 서로를 배려하며 즐겁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부모로서 가장 고마웠다. 이번에는 스튜디오에서 가족사진도 찍었고, 내 생일과 5살 막내 손녀와 생일이 같은 날이라 근사한 곳에서 식사하며 함께 축하받았다.
사위들이 "이렇게 가족사진도 찍고, 모두 모여 편안한 시간을 보내니 정말 행복하네요"라고 몇 번이고 말할 때마다 고맙고, 감사했다. 부모로서 해야 할 역할을 잘하고 있다는 안도감도 들었다.
긴 연휴 동안 우리는 참 많은 곳을 다녔다.
서점, 놀이공원도 가고 광화문 놀이마당도 관람하고 청계천도 걸어보고 경복궁, 서울역사박물관도 들렀다.
만두피가 손에 붙어도, 만두 속이 튀어도 그 모든 게 행복이었고, 그날그날, 웃음과 냄새, 따뜻한 온기가 아직도 집 안에 머물러 있다. 아직 함께할 시간이 닷새나 남았으니, 앞으로 또 어떤 추억을 만들게 될지 기대가 된다. 추석이라는 명절은 단순히 차례를 지내고 전통 음식을 먹는 날이 아니라, 흩어져 살던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온기를 나누는 시간이라는 걸 이번도 다시 느꼈다. 바쁜 일상에서 미처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들, 서로를 향한 마음, 아이들의 성장을 함께 지켜보는 기쁨이 모두 이 명절 안에 담겨 있었다.
명절의 의미는 거창한 준비나 완벽한 상차림이 아니라 함께 웃고 함께 만들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그 자체에 있다는 것을, 손주들의 웃음소리와 사위들의 고마운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가르쳐 주었다.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우리는 알 수 없지만, 지금 이 순간 아이들의 웃음과 함께 나눈 온기 속에서 자라는 추억은 오래도록 의미 있게 남을 것이다. 나 역시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한 그런 추억들로 누구보다 마음이 풍성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잘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라는 오스카 와일드의 말은 결국 우리가 함께한 이 시간들을 설명하는 가장 완벽한 문장이 아닐까?
가족이란 결국 서로를 위하고 이해하며 함께 웃을 수 있는 관계이고, 그런 따뜻한 관계 속에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사랑을 배우고 성장한다는 것을 이번 명절이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다. 그것이 우리 세대가 아이들에게 남길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유산이 아닐까.
이번 긴 추석 연휴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내일은 또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알 수 없지만, 몸은 조금 힘들어도 이 시간들을 즐겁게 맞이하려 한다. 가족과 함께하는 이 순간들이 언젠가 가장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