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자연수명은 38세라고 한다. 의술이 발전하면서 현대 인간의 수명은 100세가 넘었다.
과거에는 '오래 살면 좋다' 했는데, 이제는 오래 사는 게 문제가 아니고, 안 아프게 가야 호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근데 안 아프게 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만약, 현대에도 인간의 수명이 38세라면 사람들이 아득바득 참고 살까? 38세라면 하고픈대로 살다가 가지 않을까? 수명이 점차 길어지니 미래에 대한 불안이 생기고 이 불안은 사람이 안정을 추구하도록 만든다.
'안정'이라는 말이 언제부터 싫었는지 모르겠다.
어른들이 항상 얘기할 때면 저 단어가 튀어나왔다.
결국 안정적인 게 최고라던지 등등.
일리 있다. 맞는 말이다. 쉽게 말해 길에서 객사할 일은 없다는 거다. 근데, '안정'이라는 늪에 빠지면 진짜 자신이 원하는 걸 못 알아볼 수도 있다. 눈앞에 내가 원하는 게 있음에도, '저건 안정적이지 않잖아. 나에게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해. 지금이 최고야.'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안정'이라는 단어를 인생에서 지우려면, 언제든 낭떠러지로 떨어져도 된다는 마음의 준비정도는 필요하다. 다른 것에 새롭게 도전할 때, 실패해도 된다는 마음의 준비.
나는 세상 사람들이 이제 곧 죽을 것처럼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 하고, 도전하고, 서로한테 매 순간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
결혼이라는 주제도생각해 보게 된다.
'결혼'에 대해 생각했을 때,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나대로 살 수 있을까?'였다.
내 마음 한편에는 항상 도망가고픈 마음이 있다.
내가 있는 현실이 더 이상 싫으면 다른 길을 찾기도 하고. 오늘 밤 당장 바다가 보고 싶으면 바다를 보러 떠나기도 하고.
근데, 결혼을 하면 뻔한 삶을 살고 싶지 않은 내가 그 누구보다 뻔하게, 현실적인 삶을 살 것만 같다.
남이 뭐라 하든 관심 없고, 언제든지 다른 삶을 살고 싶어 하는 내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지면 내가 중심이 아니고 아이만을 바라보며 살 것 같다.
내 아이에게 가장 좋은 것을 해주고 싶어 조급해하며 살고, 정작 내 자신을 돌보지 못할 것 같다. 행복하기보다 불행할 것 같다.
남들과 다르게 살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가진 상황에서, 결혼을 하면 그 희망마저 없이 정말 뻔하디 뻔하게 살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공감됐던 대사가 있다. 단짝친구인 진아(손예진)와 경선(장소연)이가 술을 마시며 하는 대화다.
"내 미래를 안다는 건 너무 슬픈 일이야."
"오. 점집 차리자. 미래가 어떻게 보이디?"
"그냥 뭐, 이렇게 어영부영 살다가 대충 조건 맞는 무던한 사람 만나서 결혼하고 애 낳고 지지고 볶고 사는 거?"
"아, 그런 거? 그 안에도 행복이... 있겠지?"
청소년 작가인 백은별 작가는 '지병이 있어 죽을 날이 정해진 인생만이 시한부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 죽을 날을 정한 인생도 시한부가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시한부>라는 작품을 썼다고 한다.
내 최근 10년을 떠올려봐도, 기숙사에서만 있었던 노르웨이에서의 5개월보다 훨씬 값진 경험을 했던 몽골에서의 11일 해외봉사 기간이 지금까지도 훨씬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