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잠순이 Oct 21. 2024

인생이 너무 길어

안정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삶

인간의 자연수명은 38세라고 한다. 의술이 발전하면서 현대 인간의 수명은 100세가 넘었다.

과거에는 '오래 살면 좋다' 했는데, 이제는 오래 사는 게 문제가 아니고, 안 아프게 가야 호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근데 안 아프게 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만약, 현대에도 인간의 수명이 38세라면 사람들이 아득바득 참고 살까? 38세라면 하고픈대로 다가 가지 않을까? 수명이 점차 길어지니 미래에 대한 불안이 생기고 이 불안은 사람이 안정을 추구하도록 만든다.

'안정'이라는 말이 언제부터 싫었는지 모르겠다.

어른들이 항상 얘기할 때면 저 단어가 튀어나왔다.

결국 안정적인 게 최고라던지 등등.


일리 있다. 맞는 말이다. 쉽게 말해 길에서 객사할 일은 없다는 거다. 근데, '안정'이라는 늪에 빠지면 진짜 자신이 원하는 걸 못 알아볼 수도 있다. 눈앞에 내가 원하는 게 있음에도, '저건 안정적이지 않잖아. 나에게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해. 지금이 최고야.'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안정'이라는 단어를 인생에서 지우려면, 언제든 낭떠러지로 떨어져도 된다는 마음의 준비정도는 필요하다. 다른 것에 새롭게 도전할 때, 실패해도 된다는 마음의 준비.


나는 세상 사람들이 이제 곧 죽을 것처럼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 하고, 도전하고, 서로한테 매 순간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




결혼이라는 주제도 생각해 보게 된다.

'결혼'에 대해 생각했을 때,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나대로 살 수 있을까?'였다.


내 마음 한편에는 항상 도망가고픈 마음이 있다.

내가 있는 현실이 더 이상 싫으면 다른 길을 찾기도 하고. 오늘 밤 당장 바다가 보고 싶으면 바다를 보러 떠나기도 하고.


근데, 결혼을 하면 뻔한 삶을 살고 싶지 않은 내가 그 누구보다 뻔하게, 현실적인 삶을 살 것만 같다.


남이 뭐라 하든 관심 없고, 언제든지 다른 삶을 살고 싶어 하는 내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지면 내가 중심이 아니고 아이만을 바라보며 살 것 같다.

 아이에게 가장 좋은 것을 해주고 싶어 조급해하며 살고, 정작 내 자신을 돌보지 못할 것 같다. 행복하기보다 불행할 것 같다.

남들과 다르게 살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가진 상황에서, 결혼을 하면 그 희망마저 없이 정말 뻔하디 뻔하게 살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공감됐던 대사가 있다. 단짝친구인 진아(손예진)와 경선(장소연)이가 술을 마시며 하는 대화다.



"내 미래를 안다는  너무 슬픈 일이야."

"오. 점집 차리자. 미래가 어떻게 보이디?"

"그냥 뭐, 이렇게 어영부영 살다가 대충 조건 맞는 무던한 사람 만나서 결혼하고 애 낳고 지지고 볶고 사는 거?"

"아, 그런 거? 그 안에도 행복이... 있겠지?"



청소년 작가인 백은별 작가는 '지병이 있어 죽을 날이 정해진 인생만이 시한부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 죽을 날을 정한 인생도 시한부가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시한부>라는 작품을 썼다고 한다.


내 최근 10년을 떠올려봐도, 기숙사에서만 있었던 노르웨이에서의 5개월보다 훨씬 값진 경험을 했던 몽골에서의 11일 해외봉사 기간이 지금까지도 훨씬 기억에 남는다.

앞으로의 인생도 기억에 남는 순간들을 새기며 살고 싶다.

죽을 날을 정해놓진 않았더라도, 기나긴 인생에서 '안정'만 추구하긴 아까우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