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코로나였다.
원래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던 나에게 코로나는 아주 좋은 핑곗거리였다. 마스크를 쓰고 러닝을 뛰면 답답하다고 합리화하면서, 퇴근 후 운동 없이 지내는 날들이 늘어났다.
그러던 어느 날, 코로나와의 전쟁이 공식적으로 '종료'되고 마스크 착용 의무도 사라지면서 "코로나 때문에 운동을 안 하는 거야"라는 나의 말은 더 이상 앞뒤가 맞지 않게 되었다.
약 3년 동안 운동을 멀리해서 체력도 떨어졌겠다, 새로운 운동을 무엇을 할까 고민하며 동네 스포츠센터를 기웃거리다가 '아쿠아로빅'을 보게 되었다. 내가 아는 아쿠아로빅은 물속에서의 에어로빅인데, 이게 과연 운동 효과가 있을까? 수업에 갔다가 나 혼자 젊은 사람이면 어쩌지? 텃세는 없을까? 수많은 질문과 고민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지만, 결국 나는 새로운 운동으로 아쿠아로빅을 등록하게 되었다.
이유는 단 하나. 궁금하니까!
사실 처음 등록했을 때의 마음가짐은 이랬다.
한 달만 해보고 나랑 안 맞으면 그다음 달부터는 다른 운동을 하면 되지 뭐.
하지만 정신 차려보니 어느새 1년 반 넘게 월수금 꼬박꼬박 아쿠아로빅에 나가고 있는 내가 있더라.
아쿠아로빅을 충동적으로 등록하고 첫 수업이 있기까지 얼마나 많이 포털사이트에 "직장인 아쿠아로빅", "아쿠아로빅 나이대"를 검색했는지 모른다. 보통 사람들의 인식이 (물론 처음 등록했을 때의 나도) 아쿠아로빅은 나이대가 있는 어르신들이 주로 하는 운동이라서 상대적으로 젊은 내가 가도 되나?라는 의문이 들었다.
수업 첫날, 수영장에 들어가는 그 순간까지도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약 30명의 아쿠아로빅 회원들 중 내 나이 또래를 찾아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이럴 수가! 직장인들도 한다면서요!
어르신들 사이에서 쭈뼛쭈뼛 어색하게 서 있던 나에게 구세주 같은(!) 할머니 한 분이 말을 걸어오셨다.
젊은 친구 처음 왔어요? 내 옆에 서요. 여기 자리 비었어.
그렇게 나는 처음 말을 걸어주셨던 할머니의 옆자리에서 어색하게 첫 수업을 들었고, 1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나의 반 고정석이 되었다.
태어나서 처음 해본 아쿠아로빅에서 나는 운동이 재미있다는 생소한 감정을 느꼈다.
운동이 재미있다니?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감정이야.
곰곰이 고민해 보았다. 왜 나는 아쿠아로빅에 재미를 느끼는 것일까. 결론은 두 가지였다.
운동을 하면서 땀을 흘리는지 잘 모르겠어요!
사실 나는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운동할 때 땀 흘리는 것은 더더욱 싫어한다. 그래서 그동안 헬스니 러닝이니 이런저런 운동을 해봤지만,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일 뿐, 재미나 흥미를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아쿠아로빅은 수영장에서 하니까, 물속이니까, 땀을 흘리는지 잘 모른다는 아주 큰 장점이 있었다.
이것은 나에게 사소하지만 아주 중요한 포인트였고, 주변에 나와 동일하게 운동할 때 땀 흘리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친구들에게 아쿠아로빅을 적극적으로 추천할 수 있는 이유가 되었다.
운동 시간 동안 이런저런 고민과 잡생각을 멀리할 수 있어요.
수업 시간 동안 끊임없이 노래에 맞춰 강사님을 따라 움직일 때만큼은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다. 강사님의 동작을 똑같이 따라 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팔도 움직여야 하고 발도 움직여야 하고. (물론 동시에!) 가끔은 발을 앞뒤로 차고 옆으로 점프, 위로 점프하면서 팔도 흔들흔들하다 보면 어느새 50분의 수업 시간이 끝나 있다. 이렇게 아쿠아로빅을 하는 50분만큼은 운동에만 집중을 하게 되어 내 머릿속을 어지럽게 하던 사소한 고민과 걱정을 멀리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나는 아쿠아로빅에 푹 빠져버렸고, 첫 달 수업이 끝나갈 무렵 고민하지 않고 바로 다음 달 수업을 등록, 1년 넘는 기간 동안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아쿠아로빅을 하면서 느낀 점을 말해보자면 두 가지로 정리되는 것 같다.
물속에서 하기 때문에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원래 오른쪽 무릎이 좋지 않았던 나는 한동안 정형외과에 치료를 받으러 다녔다. 당시 막 아쿠아로빅을 등록하고 첫 수업을 기다리고 있던 나에게 의사는 아쿠아로빅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했고, 1년이 넘은 지금 다시 되돌아보았을 때 실제로 운동을 하는 데도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아서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생각보다 젊은 사람도 많이 한다!
내가 처음 등록을 망설였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는데, 나의 고민이 무색하게도 수영장의 성수기인 6, 7월이 되자 회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내 나이 또래의 젊은 직장인들도 많이 등록하기 시작했다. 비록 비수기가 된 겨울에는 나 홀로 남게 되었지만 말이야. 젊은 회원이 들어오면 누구보다 기존 (어르신) 회원들의 열렬한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다. 나 또한 그랬고, 앞으로 올 내 또래 회원들도 그럴 것이고.
주변 지인들에게 오늘도 나는 아쿠아로빅의 매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렇게나 매력적인 운동을 모든 사람에게 널리 알리고 싶은 내 마음을 모두가 알아주기를! 나 역시 처음엔 호기심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삶의 일부가 될 정도로 이 운동에 푹 빠져있다. 2030 직장인들이여, 망설이지 말고 아쿠아로빅, 우리 함께 해보지 않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