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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연 Oct 13. 2024

내가 매달 1일을 기다리는 이유

아쿠아로빅 등록을 망설이는 2030 직장인에게

아쿠아로빅을 시작한 지 어느새 벌써 1년(!)이 훌쩍 넘었다.

이 말인즉슨, 벌써 12번이 넘게 (정확히는 17번째) 신규 회원을 마주쳤다는 얘기가 되시겠다.


나는 매달 1일을 기다린다.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신규 회원이 들어오는 날이니까.

물론 매달 등록하는 신규 회원 중 내 또래의 신규 회원을 마주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지금까지 여러 번 신규 회원을 마주쳤지만 2030 나이대의 신규 회원을 마주친 적은 5번? 그나마도 한 달 나오고 다음 달은 안 나오는 경우가 많더라. 

다들 어디로 간 거야 (ㅠㅠ)




신규 회원은 예상하다시피 대부분 어머님들, 어르신들이다.

알음알음 기존 회원 소개로 등록하시는 분들도 있고, 친구분들 여럿이서 함께 운동을 하고 싶어서 등록하시는 경우도 많다. 물론 혼자 오시는 분들도 많이 있고.

내가 지금까지 마주쳤던 수많은 신규 회원 중 가장 특별했던 신규 회원은 아버님 회원이었다. 수많은 신규 회원들이 아쿠아로빅을 지나쳐갔지만, 지금까지 남성 회원은 원 앤 온리, 아버님 회원 딱 한 분이셨다. 

아니 아쿠아로빅 등록을 2030의 젊은 직장인들도 망설이는데, 남성 회원이라니? 아버님 회원이 아쿠아로빅 첫 수업에 등장하신 그날, 모든 어머님들의 관심과 집중을 받으시게 되었다.


내가 다니는 스포츠 센터는 3개 레인은 아쿠아로빅 수업이 진행되고, 3개 레인은 자유 수영이 진행되고 있다. 보통 남성 회원분들이 우리 수업시간에 수영장을 들어오시면 자유 수영을 등록하신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자유 수영 레인과 아쿠아로빅 레인을 헷갈리신 줄 알고 한 어머님께서 '자유수영은 저쪽 레인이에요'라고 말씀을 하셨지만, 아쿠아로빅을 등록하셨다고 하셔서?! 모든 어머님들의 폭풍 질문 세례가 시작되었다.


아버님 회원이 아쿠아로빅을 등록하신 경로는 이러했다.

근력을 키우는 운동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으시고 필라테스를 알아봤지만 어느 정도 근력이 붙은 상태에서 필라테스가 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 근력을 키우기 위해 아쿠아로빅을 등록하셨다고 했다. (아쿠아로빅은 근력을 키우는데도 아주 좋은 운동이다!) 

아버님 회원님은 내 옆옆 자리에서 수업을 듣게 되셨고 약 4달 동안 거의 모든 수업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셨다. 첫날 수업에서는 빠른 연결 동작으로 인해 따라가기 힘들어하시는 게 보였지만 매번 수업이 진행될수록 누구보다 열심히 운동을 즐기면서 하시는 모습을 보여주셨다. 물론 지금은 더 이상 아쿠아로빅에 나오시지 않지만, 아쿠아로빅을 함께 했던 4달 동안은 우리 반에서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운동을 하셨던 분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나도 모르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세상을 좁은 시각으로 보는 게 아닌가 하는.

아쿠아로빅을 어머님들, 할머님들이 한다는 것도 고정관념이 아닐까? 젊은 직장인도 할 수 있고, 아버님, 할아버님도 할 수 있는 운동인데 말이야.

나는 왜 처음에 아쿠아로빅 등록을 망설였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고민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아쿠아로빅을 처음 시작하겠다고 마음을 먹기까지는 몇 날 며칠의 고민이 있었다. 이 역시 내가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 때문이 아니었을까.


아무렴 어때. 지금의 나는 아쿠아로빅에 푹 빠져있고, 이제는 옆자리 어머님 할머님들과 소소한 일상 얘기까지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다음 달에는 어떤 신규 회원이 올까, 내 또래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오늘도 해보며 나는 또 다음 달 1일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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