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은진, 7년 만에 연극 무대로!
“어떤 길을 가더라도 당신의 삶은 여전히 의미 있고 괜찮다는 것, 지지를 통해 유대감을 느끼게 하는 것, 이 공연을 하는 이유죠”
연극 ‘사일런트 스카이’의 각색과 연출을 맡은 김민정이 지난 9일 국립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사일런트 스카이’ 기자 간담회에서 남긴 말인데요.
최근 무기력함과 회의감을 느끼게 되는 국가적 상황 속에서 공연을 통해 관객들에게 단단한 울림과 따뜻한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연극 ‘사일런트 스카이’가 무대에 오르고 있습니다. 천재 여성 천문학자 ‘헨리에타 레빗’의 파란만장한 인생과 업적을 담은 이 작품은 투표권조차 허용되지 않던 시대를 살던 여성들이 자신의 삶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연대하는 과정을 무대로 옮겼는데요.
이날 간담회에서 김민정 연출은 “천문학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담고 있지만, 놀라울 정도로 맥락이 여러 가지로 펼쳐진다”며 “과거를 통해 현재를 살고 배우는 것들이 있는 것처럼, 현재를 통해 미래의 누군가에겐 배움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인류가 진보해온 역사의 흐름”이라고 연출의 의도를 설명했습니다.
7년 만의 무대 복귀 안은진… 정말 많이 떨었다
작품 속 주인공 헨리에타 레빗은 드라마 ‘연인’,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을 통해 매체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안은진이 맡았는데요. 7년 만에 무대에 복귀하게 된 안은진은 “연출님에 대한 믿음과 함께 이야기가 주는 힘, 그리고 원 캐스트라는 점 때문에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는 소감을 밝혔습니다.
“오랜만에 무대에 설 생각을 하니 정말 많이 떨렸다”는 안은진은 “첫 리딩을 가기 전부터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 함께 연습하는 등 대사를 몸에 익히는 연습을 하며 무대에 적응하기 위해 힘썼다”고 답했는데요. 막상 공연을 시작하고 나선 오히려 “한 회 한 회 마칠 때마다 아까운 기분”이라며 “지나가는 순간들을 누구보다 재밌게 잘 즐기려 하고 있다고”고 덧붙였습니다.
천문학자 연기요? 우주의 이야기와 친해지려 했죠
안은진이 연기하는 헨리에타 레빗은 우주 팽창 발견에 초석을 다진 입지적인 미국의 실존 인물인데요. 19세기 초, 하버드대학 천문대에서 망원경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헨리에타 레빗은 육안으로 사진건판에 찍힌 관측 자료를 분석하는 일명 ‘하버드 컴퓨터’로 일 세페이드 변광성의 광도와 주기의 상관간계를 보여주는 ‘레빗 법칙’을 발견했죠.
작품 속에서 안은진은 어려운 천문학 용어들을 소화해 내며 자신의 일에 헌신적인 헨리에타의 모습을 실감 나게 구현해 내는데요. 안은진은 “천문학자인 만큼 하늘과 별, 우주의 이야기와 가까워지는 게 시작이었다. 공부를 하다 보니 의외로 따뜻한 말 한마디 못지않게 과학적 사실이 주는 위로가 컸다”며 캐릭터에 푹 빠져있는 듯한 답변을 남겼습니다.
무대 위 따뜻한 연기 앙상블의 비결, 팀워크죠!
‘사일런트 스카이’에는 헨리에타 레빗 역의 안은진 뿐만 아니라 작곡가의 꿈을 안고 있는 동생 마거릿 레빗 역의 홍서영, 하버드 천문대의 광도 측정가 윌러미나 플레밍 역의 박지아, 항성 분류법의 기준을 마련한 애니 캐넌 역의 조승연, 하버드대학 천문학장 피터 쇼 역의 정환도 함께 출연하는데요.
이들은 무대 위에서 따뜻한 연기 앙상블을 선보이며, 작품이 전하는 연대의 메시지를 잘 느끼게 하죠. 서로에 대한 조언과 지지 속에 연구를 이어나갈 수 있었던 작품 속 인물들처럼 배우들은 연습을 하면서 서로를 통해 힘을 얻을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는데요. 박지아는 “낯간지럽고 어색할 만큼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서로 덕담을 해주는 분위기”라는 답을, 정환은 “누군가 힘들어 보이면 다같이 모여 에너지를 불어 넣어준다”란 답을, 조승연은 "집에 가면 보고 싶을 정도"란 답을 각각 남겼습니다.
헨리에타의 레빗의 동생이자 작곡가의 꿈을 작고 있는 마거릿 레빗 역의 홍서영은 안은진과 자매로 호흡을 맞춘 소감을 묻는 질문에 “언니가 너무 갖고 싶었다. 마거릿에 대해 공부할 때마다 은진 언니 생각을 많이 하다 보니 두 사람의 관계를 감정으로 표현하는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정도”였다고 답하며 안은진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습니다.
다양한 감각 활용해 펼친 무대 위 우주의 세계
천문학을 소재로 한 작품인 만큼 작품은 조명과 영상, 음악 등을 활용해 극 후반 별이 가득 찬 광활한 우주의 모습을 그려내기도 하는데요. 김민정 연출은 “천문학이 아름다운 감각의 장르였기 때문에, 시각뿐 아니라 청각과 촉각 등 다양한 감각을 펼쳐내야 했다”며 “다섯 인물들이 끌고 오는 이야기와 마지막 순간에 여러 감각을 활용해 그린 우주의 모습이 펼쳐지면 관객들에게 전달되는 무언가가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극 ‘사일런트 스카이’는 오는 28일까지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됩니다.
글 : 공연전문인터뷰어 이우진
사진 : 국립극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