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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혜의 단비 Dec 24. 2024

바보에게 (시작글)

소개팅 제안

나와 나이차 한 살 차 남동생은

나와 다르게 활달하고, 밝고, 싫어하는 사람 없이 모든 사람과 잘 지내는 동글동글 시원한 성격을 지닌데 비하여  나는

동생의 성격과 정 반대 ( 싫어하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을 나뉘며 차가운 성격)을 지녔다.


동생은 시끌버끌한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바깥활동을 즐기는, 나는 한적한 곳에서 조용히 시간 보내기를 즐기는 참 다방 면으로 우리 둘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동생의 나이 17세 시절

11월 고3선배들이 수능을 친 후 여유의 시간을 가질 때의 이야기이다.


동생은 내게로 와 갑작스레 남자 한번 소개받아 보면 어떻겠냐고 가볍게 툭 던졌다.

정말 가볍게 던진 동생의 말인지라 귀담아듣질 못했던 건 사실이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 12월 초가 되고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무렵, 남동생은 소개하려던 남자이야기를 또 꺼내기 시작했다.

"누나, 남자 소개받아보라고  2번이나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삼세판 되어서야 마음 좀 열고 만나줄 생각 있는 거야?

누나, 설마 이번 크리스마스도 외롭게 시간 보낼 거

아니지? 제발 이번만은 혼자서 청승 떨지 마라.!"


동생 이야기에 관심 없는 척 괜스레 나는 집안일을 하고 있었지만, 나의 두 귀는 처음보다는 살짝 열려있는 상태였다.

"누나 내 말 듣고 있어? "

"어. 들었어 생각은 해볼게."

"듣고 있었구나?, "

"그럼 들었지 "

"그런데 왜 대답이 늦었어?"

"지금이라도 대답해주고 있잖아."






동생에게 소개받는다는 남자의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하자, 동생은 이때다 싶어 재잘재잘 그 상대남자에 대한 정보를 신나게 말해주기 시작했다.

"누나가 만나게 될 사람은 나보다는 2살 많은 우리 학교 선배야, 그러니까 누나보다는 1살 많은 19세.

집안도 나름 빵아빵하고,  음.. 그리고 공부밖에 모르는 범생이라 공부에 올인하며 지내느라 여자 만나본적이 없어 아마

이번 누나와 만남이 처음일 거야. 여자만 없었을 뿐이지 연애 못하는 티는 그다지 안 날 거야, 주위에 친구도 많고, 운동 좋아라 하고, 착하고"...


열심히 더 나열하며 말하려는 동생의 말을 찬물 끼얹듯 내가 중도에 이야기를 끊어 버렸다.


들어보아 하니 범생이고, 여자 없이 남자들과 어울려 즐기는 뭐 그런 사람이라는 거였으니...

"일단 누나 만나보는 걸로 알고 그 선배한테 연락해 놓는다? "

"그래"

"어?"

"왜 놀래?"

"이렇게 빨리 알겠다고 대답할 거면서 그동안

왜 그리도 관심 없는 척 그랬데?"

"아니 그냥 얼굴 한 번 보는 게 뭐 그리 어려울 일인가

생각이 들더라고."

"누나 마음 바뀌기 전에 어서 연락이나 해 놓아야겠다.

진짜 누나  잘 생각했어, 진짜 진짜 진짜 놓치기 싫은 선배였거든 고마워 누나"

"별게 다 고맙다네(쑥쓰)"

"무튼 누나 난 선배한테 연락해서 약속 잡을게.

누나 선택에 후회는 절대 없을 거야.


누나 이 선배와 잘되길 내가 옆에서 응원 많이 할게."

"저거... 저거 콱 김칫국부터 마시긴... "


(약 오르지 하듯) 골려먹는 제스처를 취하며

동생은 자신의 방으로 재빠르게 들어갔고,

자신의 학교 선배와 열심히 통화하는 소리가

방문 너머로 거실 밖으로까지 다 울러 퍼졌다.


메시지로 간략히 주고받을 것만 같았던 나의 생각과 달리 둘의 통화는 무엇이 그리도

할 말이 많고, 즐거운지 깔깔 림이 멈추지 않고 동생의 통화 길어지던 밤이었다.

(꼭 여자들의 수다스러운 통화를 연상케 했다.)


동생의 통화하는 모습을 보둘의 사이가 얼마나 친한 사이인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동생이 놓치기 싫어하고, 좋아라 하는 자신의 학교 선배가 얼마나 좋을 사람일지는

만나지 않고서도 신뢰도가 승하기 시작했다.


동생이 저렇게까지 좋아라 하는 사람은 믿고 볼 수 있는 이미 증명된 사람이나 다름없는 사람이라 나는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었다.


은근슬쩍 동생의 학교선배와의 만남이

설레어지는데...




커밍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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