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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부 Dec 06. 2024

오빠 나 알아봐줘서 고마워

앞으로도 나 까먹지 않기로 해

오늘은 건대 외래를 다녀왔다.
도무지 혼자갈 힘이 없어 엄마 호출...
요즘 엄마 신세를 매일 진다.

나는 엄마에게 의지한채
힘하나 없는 행사장 앞 사람 모양 풍선처럼
흐물흐물한 몸으로 겨우 일정을 소화했다.

11시 10분 외래를 위해
10시 10분 출발!

가기 전, 딱 타이밍 좋게 기저귀를 갈고 갔다.
순조로운 시작이었다.

진료의뢰서도 엄마가 챙겨주고
구급차 탑승

구급차 안에서
앞을 보며 환자 옆에서 가는 좋은 자리랑
옆을 보며 가는 자리가 있는데
오빠가 안정감을 느껴야한다고
엄마는 쭈그리고 탑승을 했다.

최근에는
내가 고생하는걸 보는 것만으로도
가족들이 힘든데
직접 힘들게 하고 싶지는 않아
혼자 구급차를 타고 다녔었는데

엄마는 오늘 구급차에 동승하고는
이걸 그동안 혼자 타고 다녔다니 하고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건대병원에 도착해서
늘 빌리는 베드를 빌렸고
오늘은 엄마가 대부분 끌고 다녔다.

그동안 혼자 짐도 들고 베드도 끌고
어디서 그리 힘이 났는지
내가 생각해도 참 대단하다.

오늘은 정말 힘이 없어서
엄마에게 많이 의지를 한 날이었다.

신경외과에 이틀만에 재방문...
교수님과 최근에 이미 대화를 나눈 뒤여서
왜왔냐는 표정이셨다.

상황을 설명드렸다.
호스피스로 가기 전,
수두증이 아니라는 확인만 하고 싶다.
다행히 ct를 예약해주셨다.

교수님께서는
드레싱 해주는 병동간호사도 그렇고
재민씨를 다 예뻐한다며
젊은 환자라 더 마음이 간다며
그렇지만 환자를 위해 치료의 선을 정하는게 좋다고 말씀주셨다.

너무 무슨 말씀인줄 알아서
병원 전원 전에 수두증만 확인하고 싶다고 다시 말씀드리고

교수님께서도
가족들이 준비를 해야하는데 아직도 끈을 놓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고 하시며
근데 사실 재민씨가 예상보다 잘지내주니 어쩔 수 없을 것 같다고 하기도 하셨다.

내 마음을 읽으시는 것처럼 말씀주셔서
마음이 따뜻했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거웠다.

사실 6월에 시한부 1개월을 받았을때,
호스피스를 권유받았었다.
당시 호스피스를 가지 않은 이유는
오빠를 놓지 못해서,
오빠에게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고 이별을 부정했다기 보다는
마지막을 집에서 보내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래서 집으로 데려가 정성껏 보살폈고
어쩌면 그때 이미 우리에게 기적이 온 것이었다.
세 달을 잘 지내다가 오빠 입으로 재활병원을 가자고 했으니 말이다.

오빠가 하루하루 잘 지내주고 6개월이란 시간이 지나면서
오빠가 잘 지낼거야 라는 다짐이나 미련이 새로 생겼다기보다는
오빠가 언제든지 잘못될수있다는 마음이 점점 사라진건 사실이다.

그래서 오늘 오빠를 내가 놓지 못한다는 말이 잊었던 마음과 현실을 다시 상기시켜야해서 조금 마음이 아팠다.

사실 지금도 우리의 안녕을 미리 앞당겨 아파하기 싫다.
준비한다해도 아플 것이고
준비하지않는다해도 아플 것이라면
최대한 미루고 안하고 싶다.

계속 생각하면 기도가 된다는 말을 듣고
오빠와 이별하는 순간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오빠가 아파하고 힘들어한다면
오빠를 위한 선택을 하겠지만
사실 지금 오빠는 정말 다행히도 통증이 없다.

그래서 더
앞으로 어떻게 지내는게
오빠와 나, 우리에게 좋을지 고민이 된다.

그냥 지금껏 지내왔던 것처럼
하루하루를 사랑하며 지내도 되는 걸까?

아니면 아직 내 앞에 있는 오빠를 두고
마음의 준비를 해야하는 걸까?

마음의 준비를 한다면 어떻게 하는건지도 모르겠다.
준비를 해서 아프지 않을 수 있다고 해도 할까 말까한 준비인데 어차피 아플걸 알기에 나는 오늘도 준비를 하지 않는다.

그냥 나 답정너 할래...

이런 내 마음을 위로라도 해주듯
오빠는 어제보다 조금 나아졌다.

저산소 경련 이후
오빠는 섬망이 왔었고 소통이 불가능했었다.

그래도 그런 오빠에게
계속 말걸고 쓰다듬으며 예뻐해주고
대답없는 질문을 계속 하는데
갑자기 대답이 왔다.

오빠 내 옆에 누구야?
"어닝. 영경이 어머닝"

눈물이 핑 돌았다.

오빠!!!
나는 누구야
"영경이"

어눌했지만 소통이 됐다.

그래 오빠 오늘은 이거면 됐어

마음을 놓고 다시 재활병원으로 와서
오빠에게 콧줄피딩을 하고
나는 엄마와 엄마가 싸온 도시락을 먹었다.

하루가 참 길고 힘들었는데
오빠와의 짧은 몇 마디에 소통에 힘이 났다.

그 이후 오빠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조금씩 나랑 소통을 해줬다.

오케이? 하고 손으로 물으면
오케이라고 손으로 대답해주는 오빠

그러고보니 요즘 잊고 살았었다.
기저귀 갈아달라고 말하는 것도 사실 고마운 일이었다.
말을 하지 못하면 수시로 들여봐줘야하고 새는 날도 있다.

요즘 카톡으로도 소통하고 좋은 나날이었는데
또 그 소중함을 잠시 잊고 내 힘든 것만 생각했다.

어찌보면 요즘 내가 힘들고 아프고 지쳤던 것도
오빠가 계속 내 옆에 있어줄거란 믿음이었던 것 같다.
오빠가 얼마나 힘들게 내 곁을 지키고 있는지를 잠시 잊은채...

모르겠다
모르겠다
모르겠다
너무 어렵다

오빠 우리 그냥 하루살이처럼 하루하루 웃고 사랑하자

고마워 오빠
오늘 나 알아봐줘서 고마워
내일은 오늘보다 좋아져줄거지?

우리가족은 다 촉이 좋은데
오빠가 다시 일어날 것 같대
나도 좀 그래...

한번사는 인생
긍정적으로 살지 뭐

오빠 말처럼 걱정해봐야 뭐해
달라질거 없는데

오늘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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