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유학 에피소드 #2

좌충우돌 보스턴 어학연수 : 나는 맥도날드가 먹고 싶었을 뿐이고

by 지푸라기


우여곡절 끝에 미국으로 가게 된 저는


보스턴이라는 뉴욕에 비교적 가까운 어느 대도시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처음에는 홈스테이에서 히스패닉계(구릿빛 피부의 형, 누나) 가족들과 함께 지내다가


나중에는 그곳에서 공부하면서 만났던 쇼타로라는 일본인 남학생과 함께


방 두 개 거실 하나의 아파트에 거주를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아파트는 보스턴 지하철 레드라인인 JFK/UMASS 역에서 지척의 거리에 있었고, 우범지역이 가까워서 범죄도 종종 일어나는 지역이었습니다.


한 번은 대학교에서 강의를 듣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흑인 젊은이가 나를 막아서더니 가진 거 다 내놓으라고 한 적도 있었습니다. (솔직히 이때는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강도가 너무 어렸기에...)


저는 싫다고 그냥 20달러 지폐 한 장 줄 테니까 이걸로 만족하라고 하니까,


갑자기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흔들면서 말하기를


'나 지금 너랑 장난하는 거 아니야'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뭔가를 급하게 꺼내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는 방과 후 강도활동(?)과 패션에서 갈등을 했었었는지,


패션에 너무 신경 쓴 티가 나는 스키니 청바지가 너무 타이트하게 몸에 붙어 있어서,


호주머니에 손이 안 들어가는 것이었어요. (주머니에 손을 넣는 것을 실패하는 헛방질을 여러 번 했고 저는 구경했음)


그러다가 이 흑인 젊은이는 호주머니에 손을 넣는 데 성공했고 조그만 칼을 꺼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냥 그것을 보자마자 살려달라고 외치면서 반대로 도망을 갔었고 (그냥 그렇게 해야 될 것 같았음)


그렇게 위기를 탈출한 적도 있었습니다.


뭐... 거기 살면서 그런 일은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긴 했었습니다. 운이 좋게도 말이지요.





아무튼 그런 무서운 일도 벌어지는 지역에 살던 어느 날...


그날은 룸메이트 쇼타로가 저녁에 약속이 있어서 따로 저녁을 먹고 들어오는 날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마침 집의 식료품까지 다 떨어졌었고, 배고픔에 못 이긴 저는 갑자기 한 가지 생각에 사로잡혔습니다.


'맥도날드 햄버거가 먹고싶따."


시간은 저녁 8시 반 정도이고, 구글맵으로 인근의 맥도날드를 찾기 시작해서 결국 찾아내었습니다.


거리는 좀 있었지만 햄버거를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나기로 마음먹었지요.


후드집업을 걸치고 쓰레빠를 끌고 카드 한 장만 들고 길을 나섰뜨랬습니다.


미국에서는 원래는 9시 넘으면 번화가 아니면 길에 안 나다니는 것이 거의 국룰이었고,


아파트 인근에서 어설픈 중딩 강도도 한번 만났던 터라 저녁에 밖을 나가면 안 되었지만...


저의 맥도날드를 향한 열정은 모든 것을 극복하게 만들어 주었지요.(All for McD, McD for all)


가는 길에 밖은 이내 어두워지고 하늘에서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거리가 좀 되었던 터라 후드를 쓰고 비를 맞으며 묵묵히 걸어갔습니다.


마침내 맥도날드에 도착한 뒤 저는 제 두 눈을 의심했습니다.


그 맥도날드 매장은 맥드라이브라서


only 차량 전용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때 맥도날드 옆 풀 숲 뒤에서 생각했습니다.


생애 몇 번 해보지 않았던


심각한 고민을 했었죠.



'차 뒤에 줄 서 말어'



그리고 많은 것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 먼 길을 비를 맞으며 오면서 했던 수많은 다짐들... (빅맥 두 개 먹을 테임, 애플파이도 시킬 거임)


그리고 빨리 밥을 투입하라고 외치고 있는 나의 위장...


여기서 그만두면 안 된다는 누군가의 메아리 같은 외침...(제 기억엔 통키 아빠가 아들 부르듯 했습죠)


그리고 결심했습니다.


맥도날드를 향한 저의 열정은 도무지 식지를 않았기에 (All for McD, McD for all)


차의 행렬이 끊기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차가 뜸해져서 줄이 안 이어지던 그 순간!


자동차들 맨 뒤에 줄을 서서 드라이브스루를 통과하기 시작하였습니다.(미친놈인가?)


차뒤에 서서 걸어가는 동안에 제 가슴은 콩닥콩닥 거렸습니다.(아마 설렘보다는 '내가 드디어 미쳤구나'를 생각을 했던 게 아닌가 싶어요.)


드디어 모든 차들이 빠져나가고 제 차례가 되어 저는 종업원을 마주 보고 말했습니다.


Can I have some burgers and fried something?

(버거와 기타 등등을 살 수 있나요?)


맥도날드 직원은 저에게 말했습니다.

No!(안 돼요)


저는 울분에 차서 말했습니다.

Why?(왜요?)


맥도날드 직원은 저에게 말했습니다.

You don't have a car(당신은 차가 없잖아요)


그래서 저는 말했습니다.

OK~(네 알겠어용~) <=== 이때 나는 매우 쿨했음

끝.





(에필로그)

집에 돌아오는 길에 생각해 봤어요.


비 오는 야심한 밤에 후드티를 머리까지 쓰고


비와 땀을 얼굴에 질질 흘리는 어떤 미친놈이


차도 없이 드라이브 스루에 와서


햄버거 달라고 하는 모습을 보고


'맥도날드 종업원도 무서웠겠구나'라고요...


그 맥도날드 직원에게 사죄의 영상편지 하겠씁니다.

진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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