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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감히 「저출생 대책」을 논한다면(5)

양육의 경제적 부담을 과감히 해소해 줘야

by 강선 Mar 26. 2025

  

앞선 글에서 결혼 문제를 다뤘고, 이제 다음 단계는 출산이다.      


특히 여성들이 출산을 꺼리는 이유는 아이를 키우는 데 소요되는 비용부담과 아이의 양육과정에서 투자 내지는 희생해야 하는 부분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맞벌이가 필수인 현실에서 여성들이 일과 가정의 양립을 찾기가 매우 힘들다.      


가장 최근 2024년 한국경제신문이 만 25~45세 경제활동 여성 1,000명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명확하게 알 수 있다. 1,000명 중 62.2%가 출산 의향이 없다(미혼 여성은 66.6%, 기혼 여성은 59.2%)고 답했으며, 이들 중 정부가 필요한 양육비를 준다고 해도 자녀를 낳지 않겠다고 대답한 비율이 무려 61.3%나 된다고 한다. 양육비 지원만으로는 현재의 출산 및 육아 환경이 녹록치 않다는 인식이니 더욱 문제가 어려워진다.      


실제 이들이 출산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육아에 구속되기 싫어서(54.3%), 자녀가 힘든 삶을 살게 하고 싶지 않아서(54.3%), 여유로운 노후생활을 위해서(47.8%),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해서(47.8%), 자아실현에 방해가 될 것 같아서(15%) 등이다. 확실히 남성들과 구체적인 이유에서 다른 점이 있다. 남성보다 자아 측면이 훨씬 강하다.      


물론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전업주부의 경우에는 비용이 조금은 덜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기르라고 여성을 집에 있으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더구나 우리사회는 이미 맞벌이가 대세다. 아니면 사는 것 자체가 힘들다. 우리나라에서 대략 2015년부터 여성의 경제활동이 크게 증가하면서, 출산율도 그즈음부터 급격히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22년 통계자료에 의하면 결혼 및 출산의 적령기인 30대 초반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 비율이 이미 75%를 넘어섰다고 한다.     


한편, 2023년 EBS가 「인구 대기획 초 저출생」 특집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젊은이들이 장애가 없다면 희망하는 아이 수는 평균 2명이고, 현실적으로 그것을 가로막는 걸림돌은 다음과 같이 조사되었다. 1) 자녀 양육 경제적 부담(58%) 2) 취업·고용 등 소득불안(44%) 3) 개인 삶 중시(35%) 4) 과도한 주거비(22%) 5) 출산·육아 등 여성 경력단절(17%) 이다. 압도적 1위는 자녀 양육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다.      


다른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GDP 대비 자녀 양육비 비율이 세계에서 1위다(이것도 1위인가? 그만큼 아이들을 잘 기르려 하고, 여전히 교육열이 높다는 것이기도 하니까, 이건 좋은 것 아닌가?) 우리 다음으로 중국, 이태리, 영국, 뉴질랜드, 캐나다, 일본, 미국 등이 뒤따르고 있다.     


그럼 도대체 양육비가 얼마나 드는가?     


신뢰할만한 가장 최근 조사에서, 19세까지 자녀 한 명당 양육비는 평균 2억 5천만원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애가 태어나면 산후조리원, 육아도우미, 어린이집 또는 유치원, 공부 학원에 각종 예체능 학원 그리고 놀이학원까지 성장단계별로 코스를 거쳐야 한다. 여기에만도 매달 상당한 금액의 비용이 들어간다. 보통 맞벌이 가정의 경우 한 사람의 수입은 아이의 육아비용으로 다 들어간다고 보면 될 것이다.     


여기에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면, 초·중·고 학생 시절 기본적인 교육비 외에 사교육비만 1인당 6천만원이 소요된다는 통계(2022년)가 있다. 그것도 초·중·고 만이다. 대입 재수라도 하고, 현실적으로 취업 준비에 몇 년이 더 소요된다면, 추가적으로 엄청난 비용이 들어갈 것이다. 이것까지는 아무도 계산하지 않았나 보다.     


2024년 언론 보도에 의하면, 이웃 일본의 인구가 15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고 한다. 24년 1월 1일 기준으로 전년도 보다 86만 명이나 줄었다고 한다. 출산율은 1.2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객관적 지표로는 출산율이 0.72인 우리보다는 사정이 훨씬 낫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나름 칼을 빼 들었다. “출산율 1.2명에 놀란 일본, 18세 자녀까지 아동수당 준다”라는 제목의 기사다. 일본 정부와 의회가 최근 ‘어린이·육아 지원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저출산 대책을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개정안의 골자는 아동수당의 대폭 확대다.

기존 아동수당 지급 대상 15세까지를 18세로 늘리고, 부모 소득 기준은 없애서 보편 지급으로 바꿨으며, 아이 한 명당 월 1만 엔(약 8만 7천원)씩 지급하고, 셋째 자녀부터는 월 3만 엔을 지급한다. 육아휴직 동안에 받는 급여도 기존 급여의 80%에서 100%로 인상된다. 정부는 2030년 초반까지 지금의 육아 예산을 2배로 늘린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일본의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중앙정부와 별도로 지원책을 시행하고 있다. 도쿄도는 18세까지 자녀 1명당 연간 6만 엔을 지원하고, 특히 도쿄 23구는 의료비를 전액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일본은 우리보다 상황이 나쁘지 않은데도, 우리보다 한발 앞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사실 나는 딸 셋을 키웠음에도, 아이들 키울 때 정부로부터 아이들 양육 관련하여 뭘 지원받았는지 별로 기억이 없다. 내가 기억하는 것은 연말정산 시에 아이들 한 명당 100만 원씩인가 세액공제 받은 것이 전부다. 한 명당 연간 대략 10만 내외의 소득세를 깍아준 셈이다. 아내에게 물어보니, 셋째 아이만 당시에 신설된 다자녀 수당으로 2년여 동안 월 10만원씩을 받았고, 다자녀 전기료 감면 혜택으로 월 만원 가량을 감면받았다고 한다. 지금은 아이들이 컸다고 그런 것도 없다.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 아닌가? 지금도 아이들 셋 다 같이 사는데.... 어렵게 외벌이로 두 명도 아니고 셋씩이나 나서 잘 키웠는데.... “니가 나서 키웠는데 뭘 바래?” 라고 얘기하면 할 말 없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많은 분야에서 지원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실제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 입장에서 “그래 바로 그거야” 할 정도의 뾰족한 대책이라고 할 수는 없다. 가짓수는 많은 데 정작 손이 가는 맛있는 반찬이나 일품 요리가 없는 밥상인 셈이다.      


최근 우리 정부도 형식상으로는 칼을 빼 들었다고 볼 수 있다.      


2024년 5월 정부는 그간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대신에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신설하기로 하였다가, 다시 7월에 부총리급의 인구전략기획부로 확대 재편하기로 하였다. 또한 대통령실에도 새롭게 저출생 수석 자리를 만들고, 초대 수석에 그간 언론 등에서 저출생대책을 많이 제안해 온 유혜미 성균관대 금융경제학부 교수님을 임명한 바도 있다. 정부가 심각성을 깨닫고, 그동안의 미온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였다는 점에서 매우 환영할 일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는지는 알려진 바는 없다. 열심히 연구하고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전문가나 연구자는 아니지만, 저출생을 염려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나아가 비슷한 행정업무를 경험해 본 공무원으로서 생각한 것을 얘기해보고자 한다.      


이렇게 문제가 심각하기도 하고, 경제적 문제만이 아닌 심리적 문제까지 복잡한 변수가 있는데, 그럼 어떤 방법이 있을까? 이럴 때일수록 가급적 「문제를 단순화」하고, 꼭 필요하고 효과적인 부분에 「선택과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본다.     


양육비는 크게 생활비, 의료비, 교육비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먹고 입고 자고, 아프면 치료해야 하고, 사교육을 포함하여 사회에 나갈 준비를 위한 교육을 시켜줘야 한다. 이게 기본이다. 크게 양육비라고 하기보다, 이 세 가지로 구분해서 접근하면 문제는 좀 더 단순해진다.       


먼저 앞서 일본 정부가 지원한다는 양육수당은 엄밀히 이야기하면 생활비라고 볼 수 있다. 아이가 태어나면 일단 먹이고 입히고 놀아줘야 한다. 분유 값도 만만치 않고, 철마다 성장단계마다 옷을 입혀야 하고, 각종 장남감과 책도 필요하다. 요즘 유모차는 내 아이들이 타고 다녔던 것과 달리 벤츠급이다. 우리 아이들은 아토피 문제도 있었지만, 옷을 물려 입기도 했고 주변 사람들이 더 이상 안 입는 옷을 줘서 입히기도 했다. 그때는 많은 부모들이 그랬다. 지금은 택도 없다. 어디 남이 입다 만 옷을 입히냐고, 내 아이가 어떤 아인데.... 아이들과 때때로 여행도 가야 한다. 어릴 적부터 세상을 구경시켜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다. 이런 게 다 돈이다. 나도 외벌이 공무원 적은 봉급에도 그렇게 알뜰하게 절약하면서 아이 셋을 키웠다.     


솔직히 아이 키울 때는 부모 자신에게 쓰는 돈보다 자녀들에게 쓰는 돈의 비중이 더 크다. 물론 자식에게 쓰는 돈이라 아깝다는 생각은 없다. 한 번에 아주 큰 몫돈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날마다 일정액 이상의 돈이 들어간다. 그래서 부피가 작은 통장 잔액을 보면 항상 힘들고 걱정된다. 어디서라도 얼마의 돈이라도 조금 더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이런 부분에 정부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결코 만만치 않은 일상의 생활비 부분에 정부가 세세하게 신경쓰고 지원해야 한다.      


일본 정부가 모든 아이들에게 월 1만엔(8만 7천원 상당, 셋째부터는 3만엔)을 지원한다는 것도 이런 차원일 것이다. 솔직히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통 큰 지원이겠지만, 수혜자 부모 입장에서는 그리 큰 도움은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도 어디랴? 매월 정기적으로 정부가 내 아이에게 신경 써 준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일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중앙정부는 일률적으로 아이 한 명당 「첫만남 이용권」이라는 이름으로 국민행복카드 200만원 상당의 바우처를 지급한다. 여기에 전국 각 지자체마다 몇 년 전부터 조례를 제정하여 출산장려금이라는 이름으로 지원하고 있다. 물론 지원금액은 지자체마다 재정여건 등의 차이로 상이하다.      


이참에 도대체 우리는 얼마 정도를 지원하고 있는지 자료를 찾아보았다. 정부가 운영하는 임신육아종합포털 「아이사랑」 사이트에서 각 지역별 출산장려금 및 각종 출산지원 정책을 검색해보았다.      


가장 지원금이 큰 곳은 경북 봉화군이고 그 다음이 전남 고흥군 정도이다. 봉화군은 기본적으로 생후 5년 동안 지원하는데, 첫째 아이는 월 10만원(총 600만원), 둘째는 월 15만원(총 900만원), 셋째는 월 25만원(총 1,500만원), 넷째는 월 30만원(총 1,800만원)을 지원하며, 모든 아이당 출산 축하금으로 100만원을 추가로 지급한다. 가히 우리나라 현재 수준에서는 탑이다.      


다음으로 전남 고흥군은 첫째부터 셋째까지는 1인당 720만원(30만원씩 2년)을, 넷째부터는 1,440만원(40만원씩 3년)을 지원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내가 살고 있는 서울시는 어쩌면 가장 필요로 하는 지역인데도, 정부가 200만원 바우처를 지급하기 시작하자, 그나마 각 자치구별로 지원하던 출산장려금 제도가 대부분 사라져 버렸다. 강남구와 중구 2개구를 제외하고.... 참고로 강남구는 첫째아 기준으로 200만원을, 중구는 100만원을 지원한다. 용산, 성동, 금천, 광진 4개구에서는 셋째 이상부터만 지원금이 있다. 지원하는 자치구마저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안타깝다. 재정여건이 열악한 저 시골에서도 나름 최선을 다하는 데 서울의 자치구들은 아무 생각이 없는 것인가? 돈이 없는 것인가? 아니면 지원할 아이들이 얼마 없어서 인가?     


이런 현실에서 정말 축복과도 같은 단비가 내렸다.      

최근 부영그룹이 그룹 내 직원의 자녀 한 명당 출산장려금으로 1억을 지원했다. 총 66명의 직원에게 70억 원을 지원(다둥이, 연년생 자녀 포함)한 것이다. 대단한 일이다. 잠시 그 지원금에 근로소득세를 부과할 것인가 논란도 있었지만, 정부가 기업의 출산장려금은 비과세를 원칙으로 하겠다고 발표하여 일단락되었다. 출산장려금을 주는 기업이나 받는 부모 입장에서 무척이나 반길 일이다.      


이 기회에 비과세를 넘어,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는 기업에게는 정부가 행·재정적인 지원을 해줌으로써, 국가 전체적으로 기업의 출산장려금이 장려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참고로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님께서 저출생으로 인한 국가소멸의 위기를 다소나마 막아보시겠다는 뜻으로 파격적인 결정을 하셨다고 한다. 그분의 생각에 경의를 표한다. 정말 훌륭하신 분이다.     


다음은 교육비이다. 답은 매우 간단하다.

교육비는 현재 초·중·고 무상교육이니, 당연히 초등학교 전 단계 역시 무상교육으로 가야 한다. ‘국·공립 어린이집 비율이 몇 프로를 넘었다’ 이런 문구는 큰 의미가 없다. 최소한 교육만큼은 국가가 책임질 일이다.     


다음은 의료비이다. 의료비는 쉽지 않다.

자녀를 키우면서 부모의 가장 큰 걱정 중의 하나가 자식이 아플 때이다. ‘차라리 내가 아프고 말지’라는 게 일반적인 부모 마음일 것이다. 간단한 감기 정도야 별 게 아니지만, 큰 병에 걸리면 부모 마음은 먼저 사경을 헤맨다. 이때 드는 의료비 부담도 큰 문제다. 우리나라처럼 의료보험이 잘 되어 있어도, 큰 병일 경우에는 본인부담금만으로도 아주 큰 돈이 든다.      


만약에 정부가 자녀의 의료비를 책임져준다거나, 의료비 관련 보험료를 납부해줘서, 아이들이 클 때 큰 돈이 들어가는 의료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면 부모로선 한 시름 더는 것이다. 정말 든든한 보험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자식이 아픈 것으로부터는 걱정이 없을 것이다.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것이므로 단계적으로 풀어가는 게 좋을 것이다. 예를 들면 둘째 아이의 의료비는 얼마 이상의 금액부터는 정부가 전액 지원한다 뭐 이런 식의 정책 말이다.     


이렇듯 아이가 태어나서 아주 기본적으로 드는 양육비를 세분해서, 기본 생활비는 아이가 성년이 될 때까지 일부를 지원해주고, 교육비는 어릴 때부터 전체를 무상으로 하고, 의료비는 일정 기준을 정해 정부가 책임지는 패키지 정책으로 간다면, 아이의 양육으로부터 발생하는 경제적 부담을 많이 덜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출산을 다시 생각해보지 않겠는가?      


출산 및 육아에 대한 지원 분야로만 한정하여, 이웃 일본과 비교해보자.

현재 우리나라의 출산 및 육아에 대한 지원이 일본의 최근 통큰 대책에 비해 결코 작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일본은 아이 한 명당 월 1만엔을 만 18세까지 지급한다. 총 지급금액은 216만엔, 우리 돈으로 약 1,900만원 정도이다. 셋째부터는 그 금액의 3배다. 이 양육수당 이외에 또 뭐가 있는지는 내가 잘 알지 못한다.      


그에 비해 우리는 「첫만남 이용권」 바우처 200만원이 일단 지급된다. 다음으로 「부모급여」가 0세까지는 매달 100만원, 1세까지는 매달 50만원씩이 지급된다. 자녀가 만 8세까지는 「아동수당」으로 매월 1인당 10만원씩이 지급된다. 마지막으로 아동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을 이용하지 않고 가정에서 양육할 경우에는 만 24개월부터 86개월까지 월 10만원의 「양육수당」을 받을 수 있다.     


우리가 자녀의 나이 기준으로 지원기간이 짧지만, 대신 2세 미만일 때 부모급여로 지원하는 금액이 크다. 해서 전체적으로 아이 한 명당 지원하는 금액은 적은 돈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다만, 현 제도상으로 우리는 셋 이상 다출산 다둥이에 대한 지원이 다소 획기적이지는 못한 것이 아쉽다.     


일본의 GDP가 ‘23년 기준 약 4조 9천억 달러이고, 한국은 약 1조 8천억 달러로 일본의 37%에 불과하다. 일본의 신생아 수가 ‘23년 기준 75만명이고, 우리는 23만명 이라고 보면, 경제력과 신생아 수를 종합해서 따져보면, 두 나라의 지원 능력은 거의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이 아직도 우리보다 출산율 사정이 훨씬 나은 걸 감안하면, 다급한 우리는 빨리 한 발 더 앞서가야 할 것이다.      


여기서 잠깐 꼭 생각해봐야 하는 점이 있다. 물리학에서 임계점이라는 게 있다. 액체가 기체로 변하는 지점, 예를 들면 물은 일반적으로 100℃에서 끓으므로 물의 임계점(임계온도)은 100℃이다. 이 임계점은 물리학을 넘어 사회 전반에 적용된다. 어떤 물질이나 현상이 근본적으로 변하는 시점 또는 변화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지점을 의미한다.      


그럼 출산의 임계점은 무엇일까? 젊은 부부가 출산을 해야겠다고 마음먹는 지점일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출산을 해야지’라고 생각한 사람들도 있겠고, ‘어떤 지원이 있어도 나는 출산만큼은 안 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을 제외하고, 앞서 통계자료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2명의 자녀을 낳아서 키우고 싶은데 현실의 어려움으로 1명도 낳지 못하거나 1명으로 제한하거나 하는 부부들에게 본래의 생각대로 2명을 낳도록 마음먹게 만드는 그 어떤 지점을 얘기한다.     


자잘한 지원은 출산에 영향을 못 미친다. 서울시가 시행하고 있는 ‘서울시 임산부 교통비 지원’, ‘서울형 육아휴직 장려금’, ‘서울형 산후조리경비 지원’ 등이 그것이다. 단지 출산 이후 양육에 보탬이 되는 정도, ‘그거라도 주니 고맙지’ 정도일 것이다. 우리의 목적이 출산을 유도하는 것이라면, 위에서 언급한 각종 출산장려금이나 양육비 지원이 출산율을 높이는 데 얼마나 기여하는 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만약에 아직도 그냥 도움 수준이라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결국 선택과 집중을 통해 출산의 임계점에 다다르게 하는 「한방정책」이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99℃에서는 물은 끓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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