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도 아닌데 장맛비처럼 10월에 장대비가 내렸다.
방 한편에 있는 작은 창문으로는 도저히 비를 볼 수 없어, 책가방을 챙겨 도서관으로 향했다.
자주 가는 도서관에는 로비 입구에 신문 갑판대가 있고 통창이 보였다.
검은 창틀과 유리창이 번갈아 나열되어 있는 모습이 마치 피아노 건반 같아서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를 오롯이 볼 수 있었다.
창가를 마주하고 축축이 젖은 바지를 아무렇지 않은 듯 걷어 올렸다.
이런, 양말이며 구두며 다 젖었네…
연둣빛 의자에 앉아 혼자 투덜거리며 창 밖을 바라보았다.
단칸방에서 보이지 않던 빗소리가 이제 제대로 들렸다.
구름이 뒤덮어 버린 하늘은 뿌옇게 되어 어디까지가 비구름이고 어디까지가 하늘인지 경계가 모호했다.
사람들의 발소리가 바닥에 미끄러지는 듯 귓가에 착착 감기었다. 찌이익….찌이익....쿵….쿵…
우산을 접었다가 펴는 소리마저도 마이크를 갖다 댄 듯 크게 들렸다. 촤라락….촤악…..촤라락…..촤악…
다시 시선은 창밖을 향했다.
멀리 까페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음악소리를 들으며 나의 정신도 아득해 질 무렵, 하늘의 다음 연주가 시작되었다.
처음부터 알레그로 비바체..!!!!
음악 전공자는 아니지만 중학교 음악시간에 달달 외우던 단편적인 지식이 떠올랐다.
‘매우 빠르게 연주함.’
비바체는 너무 빨라서 정신없이 부산한 느낌인데 지금 듣고 있는 이 빗방울은 땅을 향해 소리치며 격정적인 연주에 참여하고 있었다.
하늘에서 내리는 보이지 않는 작은 음표들이 나무바닥에, 타일 바닥에, 시멘트 바닥에, 운동장 흙바닥에 수직낙하 하면서 각기 다른 소리를 내었다.
내려오는 동안에는 모른다.
하지만 그것들이 땅에 닿는 그 순간, 나는 비로소 비를 들을 수 있었다. 서로 다른 울음소리를.
통곡인가, 오열인가, 아니면 흐느낌인가…
그뿐만이 아니다.
폐타이어 바닥에 떨어지면 흔적도 없이 소리는 땅에게 먹혀 버렸다. 16분 쉼표 몇 개가 연속해서 지나갔다.
울다가 딸꾹질을 하는 건지, 입술을 깨물고 울음을 참고 있는 소리인지… 꺽꺽꺽걱… 으으음 흑…! 흐억흐억!
옛부터 비가 내리면, 어른들이 ‘하늘이 운다’라는 표현을 쓰곤 했다.
두 시간 동안 그렇게 로비에 앉아 귀를 기울이니 보이는 것보다 들리는 게 많았다.
내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슬픈 울렁거림이 올라와 함께 땅을 적셨다.
그리고 悲歌가 들렸다.
너와 나의 아픈 노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