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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대 메신저 Oct 20. 2024

잃어버린 이야기

사라져 가는 어른의 이야기를 남기고 싶었다. 

“나 때는 말이야~”

할머니, 할아버지 이야기를 듣다 보면 쉽게 들을 수 있는 표현이다. 손주 손녀들은 '언제 적 이야기냐'며,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거나 괜히 자리를 피하곤 한다. 꼰대스럽다는 이유로, 재미없다는 이유로, 지겹다는 이유로, 각기 다른 이유를 핑계 삼아 그렇게 이야기는 사라지고 있다. 어느새 서로의 이야기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1인 가구가 늘어갈수록, 할머니, 할아버지와 보내는 시간은 줄어들었고, 점점 더 우리는 이야기할 곳도, 들을 곳도 없어졌다. 단지 일회성 정보와 인스타 스토리를 통해 서로의 소식을 주고받으며, 얕은 연결을 간신히 이어간다.


어른들의 이야기는 점점 더 세상의 중심에서 멀어졌고, 그들의 목소리는 희미해지고 있다. 그들이 들려주던 이야기들은 과거의 한 페이지로만 남아, 현재와 미래로 이어지지 못한 채 단절되었다. 이 단절은 단지 과거와의 단절이 아니라, 우리의 정체성과 지혜의 단절이기도 하다. 이야기는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삶의 의미를 전달하고 우리의 내면을 풍부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이다. 이야기를 잃어버린다는 것은 단순히 옛날이야기를 놓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삶의 뿌리를 잃는 것이기도 하다.


한병철 철학가는 ‘서사의 위기'에서 현대사회는 서사가 이어지지 않기에 위기가 왔다고 말한다. 서사는 전승되는 지식이며, 단발성 정보가 끊임없이 생기고 사라지는 정보사회에선 찾기 어렵다. 이야기는 오랜 시간 동안 여러 사람을 통해 전해지고 각색되고 또 왜곡되며 이어지기 때문이다. 단지 오늘 뭐 했다, 어제 뭐 했다의 차원이 아니다. 더 먼 거리에서 긴 호흡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에서만 얻을 수 있는 지혜가 있다. 그것은 단순한 정보의 나열이 아닌, 경험의 축적이며, 시간의 무게를 견디고 남은 삶의 본질이다. 


과거의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교훈을 주고, 삶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할아버지가 전해주셨던 전쟁 시절의 이야기나, 할머니가 들려주신 가족을 지키기 위한 노력들은 단순한 추억을 넘어 우리에게 현재의 어려움을 견뎌내는 힘을 준다. 이런 이야기들은 단순히 과거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더 잘 살아가기 위한 지혜를 선물한다. 우리가 어른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 이야기 속에는 그들이 겪어온 고난과 기쁨, 실패와 성공이 담겨 있으며, 이는 우리의 삶에 큰 영감을 준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이야기 나눌 시간을 잃어버렸다. 빠른 정보와 순간적인 소통이 주를 이루는 시대에서, 깊이 있는 대화와 서사는 뒷전으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이제는 다시 이야기의 중요성을 깨닫고, 그것을 되찾아야 한다. 이야기가 이어질 때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더 깊이 연결되기 때문이다. 어른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이 어떻게 삶을 이겨냈는지 배우고, 내 삶의 길을 따라 걸어갈 용기를 얻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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