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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대 메신저 Oct 26. 2024

괜찮아, 나도 그랬으니까.

이근후 선생님과의 첫 만남

20년 11월, 이근후 선생님을 처음 알게 되었다. 당시 나는 가출에서 출가를 한지 만 1년이 넘은 초보 1인가구였으며 당장 이사를 결정해야 하는 시기였다.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던 시절, 무작정 인문학을 같이 공부한 언니를 따라 간 곳에서 처음 뵙게 된 것이다. 그는 내게 어떠한 답을 내주지 않았다. 단지 딱 한 마디를 계속, 반복적으로 했다.


“괜찮아, 나도 그랬으니까.”

나만 그런 줄 알았다. 나만 외롭고, 미숙하고, 슬프고, 뒤쳐지는 줄 알았다. 그래서 조급했다. 어떻게든 뭘 해야 할 것만 같은데, 방법은 모르겠고, 힘도 나지 않아 많이 힘들었다. 50여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많은 환자를 보고 또 자신의 삶을 가꿔왔던 그는 오히려 “나도 잘 몰라. 나도 미숙해. 나도 그랬어.”라며 허허 웃으셨다. 심지어 눈도 잘 보이지 않고, 귀도 잘 들리지 않음에도 담백하게 자신의 병과 더불어 산다는 말에, 내가 진 짐이 단지 버거운 것만이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젊은 날의 패기, 혹은 잘 몰라서 했던 서툰 선택으로 남겨진 자취들. 그는 그 미숙함을 따스하게 안아주고 이해해주었다. 그의 이야기는 나에게 단순한 위로 이상의 의미였다. 그것은 마치 삶의 어려움을 견디며 얻은 깊은 통찰을 나누는 선물과 같았다. 이근후 선생님은 자신의 약점과 고통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그 속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이야기해주었다. 그가 보여준 담백함과 솔직함은 그 자체로 큰 힘이 되었다. 나는 선생님을 통해 삶의 무게를 견디는 법, 그리고 그것을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이근후 선생님은 단순히 옛날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젊은 세대에게 진정한 지혜를 나누고자 한다. 그의 이야기는 우리의 현실과도 맞닿아 있으며, 인생의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과도 같다. 그는 자신의 과거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 미숙함을 통해 성장한 과정을 소중히 여기며 이야기한다. 선생님의 이야기는 실수하고, 실패하고, 다시 일어서며 배우는 것이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그것은 우리에게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주는 등불과도 같다.


그를 처음 만난 후, 나는 내 삶을 더 길게,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볼 수 있었다. 인생에서 서툰 시기를 겪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안에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계기였다. 그는 내게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그 말은 나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되었고, 나 역시 내 삶을 조금 더 온전히 받아들이게 만들었다.


앞으로 적을 글은 이근후 선생님의 삶에서 얻은 지혜와 경험을 후대에 남기고자 하는 작은 노력이다. 그는 정신과 의사로서 수많은 사람들의 아픔을 함께하고, 그들을 치유해왔다. 또한 교육자이자 멘토로서 후배들을 이끌며 사회 곳곳에서 다양한 역할을 해왔다. 그의 이야기는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과 영감을 준다. 울고, 웃고, 실수하고, 다시 일어서며 살아온 어른의 이야기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작은 위로와 용기가 되기를 바란다. 외로워지는 시대에, 우리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통해 잃어버린 서사를 회복하고자 한다. 그렇게 세대와 세대를 잇는 다리가 되어,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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