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틀넥프레스의 문장들 -1
지인의 추천으로 '터틀넥프레스 사업일기'를 읽게 되었다.
딥씨드를 운영하며 맨땅에 헤딩하는 듯한 기분으로 살고 있던 나에게 누군가의 활자로 기록된 고군분투의 이야기는 위로가 될 것 같았다. 출판사를 새로 연 베테랑 편집자가 겪은 일을 엮어낸 책 속의 감정은 나의 감정과 겹쳐져, 한참 동안 고개를 끄덕이며 읽어나갔다.
그러다 어느 순간, 카메라를 켜 한 문장을 찍었다.
109페이지. 김세미 대표가 인스타그램에 남긴 말을 김보희 대표가 옮겨 적은 문장이었다.
“자립이란, 수많은 의존처를 확보한 상태를 가리킨다.” 그 순간, 머리를 ‘댕’ 하고 맞은 듯했다.
나는 회사에 기대어 돈을 버는 것이 싫어 ‘자립’을 꿈꾸며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곳에 의존하며 살고 있었다. 사회생활은 원래 서로에게 기대며 살아가는 것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사업을 시작한 뒤 나는 의존보다는 ‘나의 결정’에 집착했다. 그 결정이 무겁게만 느껴져, 종종 연민과 힘겨움에 빠지기도 했다. ‘여기서부터는 가보지 않은 길인데!’ 하고 싶은 것들이 매일 생겨나지만, 그것을 혼자 해결한 적이 있었을까?
심지어 이 글조차 내 힘으로만 시작된 것이 아니다. 사업의 기록을 남기고 싶으면서도 시간을 내기 어려워 망설이던 중, 유튜브 채널 ‘요즘사’의 네트워킹 프로그램 ‘파인더스클럽’에서 만난 분이 운영하는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며 비로소 시작할 수 있었다.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모든 결정을 내리지만, 그 앞에는 늘 누군가와의 대화가 있다. 회사를 다닐 때는 상사, 고객사, 서플라이어 정도가 전부였다면 지금은 가족, 친구, 네트워킹에서 만난 인연, 영양제 제조사의 연구원, 반려견 보호자, 고객과 그들의 지인들까지— 수많은 주변인의 의견에 의존해 나의 결정을 만들어간다.
자립은 수많은 도움들이 모여 이루어진다.
그 도움들에 감사하고 겸손함을 배우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