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청년의 로컬 이주 도전기 - 예스맨이 되자
선택의 순간은 바로 찾아왔다. 소행성에 짐을 풀자마자 서빙 알바를 해줄 수 있냐는 연락이 온 것이다. 부여의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스페인 타파스 바 컨셉의 팝업 식당을 이틀간 진행하는데 원래 함께 하기로 한 팀원이 부득이하게 빠지게 되어 일할 사람이 없다고 했다. 서빙은 고등학생 때부터 많이 해봤었기 때문에 거절하려다 예스맨이 되자는 다짐을 떠올리며 예스라 답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몸은 정말 힘들었지만 재미있었고, 서빙 알바 그 이상의 무엇인가를 느꼈다. 오래간만에 하는 장시간 노동이었기에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팠지만 어떻게 효율적으로 서빙을 할 수 있을지, 먼저 서빙해야 할게 무엇인지, 다음에 뭘 해야 할지 등을 고민하고 행동으로 옮기면서 일이 착착 진행되어 가는 게 쾌감이 있었다.
메뉴들이 전부 부여에서 나는 제철 재료를 활용했다는 의미가 있었기에 요리에 담긴 의미, 재료 등을 속성으로 교육받고 서빙하면서 직접 설명도 했는데 이 점도 되게 좋았다. 찾아와 주신 분들에게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서빙하는 것이 아니라 이 팝업 식당을 기획한 분들이 전달하고자 한 가치를 내가 함께 전달하고 있다고 느꼈다.
단순히 서빙 알바라고 생각하고 "노"라고 했으면 얻지 못했을 경험인데 "예스"를 외침으로써 또 한 번 생각지 못한 긍정적인 일이 일어난 것이다.
걱정과 달리 나에게 찾아오는 기회가 많아 다행이었다. 오히려 '내가 그리던 로컬에서의 삶은 이런 모습이 아니긴 한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바빴다. 2일 차에는 알바를 세 탕 뛰었는데 아침엔 표고버섯 농사에 쓰이는 배지란 것을 만드는 일을 갔다가 점심 때는 흑백요리사로 한창 핫하셨던 이영숙 셰프님과 함께하는 팝업 식당에서 서빙을 도왔고, 저녁엔 다시 스페인 타파스 바에서 일하며 회사 다닐 때보다 더 긴 시간 노동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