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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현 Nov 22. 2024

끄적임 하나 - 이별

나이를 한 살씩 더 먹어가면서인지, 이별에 무뎌진 것인지 더 이상 누군가와 사랑하고 헤어지는데 눈물이 나지 않는다.

먹어도 먹어도 허기가 지는 듯한 상실감과 심장을 바늘로 쿡쿡 찌르는듯한 이 가슴아림은 분명하게 느껴지는데, 눈에서는 눈물 한 방울 나오지 않는다.


몸 밖으로 내보냈어야 할 감정들이 목 아래 어딘가에 걸린게 분명하다. 쇄골 근처가 결리고 쑤신다. 온몸이 늪에 빠진 듯 무겁고 답답하다. 눈물이 안나길래 생각보다 괜찮은 건가 했는데 아니었나보다. 


시원하게 한 번 울면 이 감정을, 이 슬픔을, 이 응어리를 함께 쏟아낼 수 있을까 싶어 울지 않고는 못 배기는 슬픈 영화를 찾는다.


인터넷에 슬픈 영화 추천이라고 검색하다 이런 내 모습이 가증스러워 마우스를 멈춘다. 그냥 여러 번 봤지만 다시 봐도 눈물을 흘릴 것이 확실한 영화를 튼다.


영화가 절정에 달하며 주인공의 감정이 폭발하고 메말라있던 나의 눈물샘이 성공적으로 터진다.
눈물과 함께 밖으로 흘려보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그 감정, 그 슬픔, 그 응어리들을 기대했던 것만큼은 아니지만 조금은 배출해냈다.

개운할 줄 알았는데 뭔가 찝찝하다. 눈물을 닦아내니 두통과 공허함만 더해졌다. 소주 한 잔이 절실해진다.
더 이상 알콜의 힘을 빌리지 않고 담담히 하루를 보내자 다짐했지만 아직 이른 것일까, 그냥 술이 마시고 싶은 것은 아닐까, 나도 잘 모르겠다.


어느새 해가 지고 컴컴한 어둠이 방에 내리 앉았다. 거리의 소음, 옆집 설거지 하는 소리, 윗집 발소리... 그리고 적막한 나의 방. 눈을 감고 가만히 나의 숨소리에 집중한다.


간만에 어떤 초월적인 존재에게 기도한다. 내일 눈을 떴을 때는 허기지지 않기를, 가슴 두근거리는 일이 있기를, 몸이 가벼워 날아가진 않을까 걱정할 수 있기를 그리고 너도 그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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