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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현 Dec 14. 2024

우리는 틀리지 않았어 (7)

20대 청년의 로컬 이주 도전기 - 마스터와 함께

서빙 알바로 정신없던 이틀이 지나가고, 본격적으로 마스터를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이제는 꽤나 익숙해진 부여에서 맞이하는 아침이다. 이불속에서 잠시 꼼지락대다 간신히 몸을 일으켜 고양이 세수를 하고 남면에 위치한 표고배지 작업장으로 향한다. 마침 배지를 찍어내는 시기라 일주일 정도 아침에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2시간 정도 배지를 옮기고 정리하는 일을 한 뒤에는 마스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대문 고치기, 전기 끊긴 폐방앗간 건물에 전기 따와서 콘센트와 전등 달아주기, 행사장 대형 LED화면 설치, 무대 페인트칠, 이사한지 얼마 안 된 집 빨랫줄 달기, 추녀 보수 공사 등 마스터를 필요로 하는 곳이 아주 많다. 

그라인더로 철 사각파이프 자르기

점심을 먹고 일을 조금 더 하다가 마스터의 힙한 트럭을 타고 부여 곳곳으로 놀러 다닌다. 백마강변의 억새밭을 드라이브하기도 하고, 임도를 타고 산에 올라 단풍 구경하기, 백제씽씽이 타기(전기자전거), 독립서점 놀러 가기, 카페에서 커피 한잔 하며 책 읽기 등 부여를 즐기다 보면 어느새 해가 져있다.

<상상 위크 캠프>에서 마스터를 알게 되고, 따라다녀보고 싶다 생각했을 때 기대했던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자연 속에서 여유를 만끽하는 일상을 그대로 체험할 수 있었다. 

백제씽씽이를 타고 억새밭 산책


기술의 발전으로 현대 사회에서 모든 것을 홀로 해결하기는 불가능하다. 핸드폰이나 TV, 컴퓨터, 자동차 등 무엇인가 고장 날 때마다 직접 고치기에는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데 시간이 부족할 것이다. 

의사를 예로 들어보자. 치열한 입시 경쟁에서 승리한 일부만이 의과대학에 입학, 6년을 공부한다. 국가고시에 합격해 의사면허를 취득하면 의료행위가 가능한 일반의가 된다. 만약 전문의가 되고자 한다면 3~4년 레지던트로 수련하고 전문의 시험에 따로 합격해야 한다. 

의사에게 핸드폰을 직접 고쳐라, 차에 문제가 생기면 직접 수리하라고 하지도 않겠지만 의료 기술을 익히느라 다른 기술을 익힐 시간도 없을 것이다. 매일 사용하는 핸드폰이 고장 나면 서비스센터에 방문할 것이고, 수술에 사용하는 의료기기가 고장 나면 해당 의료기기 업체에 연락해 수리를 요청할 것이다. 집에 도어락이 고장 나면 열쇠수리공을 부를 것이고, 오늘 먹은 점심 메뉴에 들어간 재료를 직접 수확하지도 않았고, 입고 있는 의사 가운도 직접 짠 것은 아니리라. 

 

나는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보다 일상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간단한 문제들을 직접 해결할 수 있고, 필요한 가구나 물건을 직접 만들거나 고칠 수 있는 재주꾼이 되고 싶다. 마스터를 따라다니며 용접, 목공, 전기 등 다양한 기술을 익히려고 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용접을 마스터해 용접공이 되겠다거나 전문 목수가 되겠다는 것이 아니다. 사실 어떤 것이 나에게 맞는지도 모르겠고, 하나를 선택했을 때 해보지 못한 다른 것들이 눈에 밟힐 것 같다. 그렇기에 마스터와 함께 다니며 얕고 넓게, 몸으로 직접 배우는 것이 너무나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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