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니 목이 칼칼하고 평소와 다르다. ‘더 아프기 전에 미리 약 먹어야지.’ 무거운 몸을 일으키어 부리나케 병원으로 향한다. 의사 선생님 앞에서 아기 새 마냥 입을 크게 벌렸다가 오므리며 검진을 받는다. “감기 초기 증상이네요. 약 드시면 금방 괜찮아지실 거예요.” 의사는 대수롭지 않게 말하며 약을 처방해준다. 걱정했던 나와 달리 의사의 반응에 ‘괜히 병원 갔나….’ 하는 생각을 한다. 신체에 조금의 변화만 있어도 곧장 병원을 가는 나다.
나의 예민함으로 엄마는 갑상선암 0기일 때 발견하였다. 엄마는 단지 목소리가 보통과 달랐을 뿐이었다. 남편의 암은 엄마만큼 일찍 알 수 없었으나 그 또한 나의 조바심으로 건강검진 시 추가한 복부 초음파에서 드러났다. 8cm의 혹이라니, 이건 묻지 않아도 위험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암을 진단한 의사는 딱 세 마디를 했다. “안아프셨어요? 간내담도암이예요. 꽤 많이 진행되었는데….” 우리는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난 남편의 손을 꽉 잡았다. 남편의 암 진단에 많은 이들은 남편보다 나를 더 걱정하였다. 남편을 지켜야 했기에 놀랄 정도로 단단하게 투병 생활을 지켜냈다. 지난 3년동안 나보다 남편이 먼저였다.
오늘도 집에 있는 약 몇 알 대충 먹고 버티며 남편을 챙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