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에게 보내는 편지

by 익화

창고에서 발견한 19년 1월 어느 날의 기록.


<반고흐, 영혼의 편지>를 읽었고 고흐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졌나 보다.

책에는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40여 편 편지와 그림들이 빽빽했고, 편지 곳곳에는 그의 그림에 대한 열정과 시대의 인정을 받지 못했던 처절한 고독이 서려있었는데, 문득 그에게 편지를 써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나 보다. 전해지지도 않을 고흐에게 편지라니, 터무니없고 손가락발가락 오글거려하면서 읽어 내려가다가 그때 느꼈던 감동과 마음을 이렇게 담아둔 기록이 참 좋아서 다시 꺼내본다.




고흐에게 쓰는 편지


당신의 편지를 읽고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토록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그림을 그리고자 했던 당신은, 세기에 걸쳐 나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의 삶에 깊은 감동과 행복감을 주고 있습니다. 이 편지가 당신에게 닿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미 당신은 꿈을 이루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 꿈이 되고 있으니 고통스러워하지 말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진심으로 당신을 꼭 안아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원한다면, 당신의 이야기를 조용히 들어주고 싶습니다. 무엇이 당신의 마음을 그토록 아프고 힘들게 만들었나요.


테오에게 보내는 한 글자 한 글자에 그림에 대한 당신의 사랑이 절절하게 묻어 있어서 눈물이 났습니다. 당신의 그 순수한 열정이 슬프도록 아름다웠습니다. 한 번은 테오에게 이런 편지를 보냈죠,



열심히 노력하다가 갑자기 나태해지고, 잘 참다가 조급해지고, 희망에 부풀었다가 절망에 빠지는 일을 또다시 반복하고 있다.
그래도 계속해서 노력하면 수채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겠지.
그게 쉬운 일이었다면, 그 속에서 아무런 즐거움도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계속해서 그림을 그려야겠다.

-1882년 1월 7~8일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 중-



당신은 밀레와 빌더스의 편지를 비교하며 어떤 상황에도 그림을 그릴 것을 다짐했죠, 밀레처럼 "그럼에도 -해야 한다"라고 말하며 실제로 그런 삶을 살았죠. 나는 당신이 테오에게 적은 편지의 이 부분을 내 머리맡에 적어두었습니다. 열정을 시작하기는 쉬어도 그것을 유지하고 키워나가는 데는 얼마나 큰 인내와 노력이 필요한지요. 나는 빌더스처럼 많은 부분 고통과 권태 앞에 노력의 꾸준함을 유지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꿈을 그려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 당신의 삶이 나에게 다시 용기가 되었습니다. 어떤 상황에도 계속해서 습작을 만들고 몰두했던 당신처럼, 그래서 꿈을 이룬 당신처럼 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다"라고 말하려 합니다.


나는 당신도 테오도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당신에게 테오가 있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당신이 살면서 받았던 고통과 어려움에 참 마음이 아팠는데 그 고통의 짐을 함께 지어주는 친구를 지닌 당신의 삶이 동시에 부러웠습니다. 당신이 계속해서 몰두할 수 있었던 큰 동력은 테오의 지원에 있었고, 그 지원은 단순한 돈이 아닌 사랑이었습니다. 당신도 그것을 알았겠죠. 테오는 끝까지 용기를 잃지 말라고 북돋았고 당신이 강직하고 용감한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테오와 당신의 우정에 나는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당신도 테오도 너무나 멋진 사람들입니다.


12년 동안 당신의 삶을 테오와 나누고 그 기록을 남겨주어 고맙습니다. 당신의 그 순수한 열정과 삶에 대한 사랑으로 나에게 이렇게 큰 감명을 주어서 감사합니다. 나도 당신처럼 내 꿈을 사랑하려 합니다. 계속해서 내 꿈을 그려 마침내 그 꿈에 닮아 있고 싶습니다.


당신이 그려낸 저 푸른 하늘의 또 하나의 별이 되어 행복하기를, 고맙습니다.


2019.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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