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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민 Oct 22. 2024

자세히 생각해야 들리는 혼잣말

#1(241018)

 생각하는 것은 나 이외에 나의 감각을 경험하는 또 다른 주체가 있다는 자각이다. 내가 단일한 주체가 아닌 복합적인 사고를 한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람안에는 우주가 담기기도 하고, 맛있는 치즈케이크가 담기기도 한다. 보통 맛있는 치즈 케이크를 사람 안에 담을 때는 문제가 없다. 문제는 우주와 같이 체감하기 어려운 것을 감당할 때 발생한다. 사람을 만나다 보면 종종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가늠이 안가는 사람들이 있다. 처음엔 그저 치즈 케이크만 들은 줄 알았는데, 그 사람이 케이크의 입자 개수를 세고 있었다는 식이다. 그와 대화하다 보면 실시간으로 속이 얹혀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시간이 꽤 지나면 구토감이 몰려온다. 대화는 무척 재미있지만 자주 하고 싶은 경험은 아니다.

 그저 대화뿐인데 왜 그리 유난이냐 말할 수 있겠다. 스스로 생각했을 때도 유난히 내 안에 이질적인 것을 들이는 것을 거북해하는 것 같다. 원체 음식으로도 자주 체하는 체질이고, 너무 많은 자극을 받으면 어지러움을 느낀다. 생각도 마찬가지이다. 이는 평상시에 내가 대상에 대해 관찰하고 사고하는 훈련이 되어있지 않기 때문인 것도 맞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글을 쓰지 않으면 여러 생각들을 소화하지 못하고 그대로 배설하게 된다.

 그래서 평상시엔 최대한 생각을 떠올리지 않으려 한다. 생각을 회피하고 싶을 때는 트위터나 유튜브 콘텐츠를 들여다보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 등은 사전 지식이 필요한 콘텐츠라 부담스럽고, 릴스는 자극이 너무 많다. 알고리즘을 이용할 수 있는 트위터에서 좋아하는 아이돌 소식을 듣거나, 구독하고 있는 유튜버의 영상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이미 익숙하고 수용할 수 있는 인풋을 마취 주사 맞듯이 계속 주입하는 것이다. 그러면 생각할 틈도 없이 짧은 반응만 발생한다. 그러다 불가피하게 콘텐츠가 중단되면, 꿍쳐놓았던 생각들이 계속 떠오른다. 보통 밥을 먹을 때, 화장실을 갈 때, 목적지로 이동할 때가 그런 타이밍이다. 그럴 땐 임시방편으로 밥 먹는 상대와 대화를 시도하거나, 이동하며 노래를 듣는 등 주의를 돌릴 수 있을 만한 것들을 시도한다. 하지만 만약 대화하기 어색한 상황이거나, 이어폰을 챙기지 못했다면 다시 내 안에 들어왔다 나가는 생각들을 무력하게 바라볼 뿐이다. 이 상황에서 종이와 펜이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생각을 바로바로 정리하고 어느 정도 가시화하여 매듭지을 수 있다. 하지만 그조차도 없다면 유감인 것이다.

 이러한 생각의 특징은 마치 꿈처럼 나의 환경이 바뀌면 기억에서 사라진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다시 같은 환경에 처하면 생각이 이어져서 떠오른다. 마치 자려고 이불을 덮고 누웠을 때, 지난밤에 꿨던 꿈의 내용이 생각나는 것처럼 말이다. 내가 생각을 기록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가끔 놓치기 싫은 재밌는 생각들을 놓치지 않기 위함이다.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것도 내 생각들을 정리하다 보면 점점 생각이 익숙해지고, 또 재미있게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이렇게 주기적으로 글을 쓰는 상황을 만들다 보면 나중에는 글을 쓸 때만 생각이 이어지는 습관도 생길 것이다. 무엇이든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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