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동안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에 하나가 "많이 바쁘시죠?" , "많이 바쁘시네요" 이다.
보통 인사할 때 "식사 하셨어요?"라고 묻는다. 그것 만큼이나 일로서 알게된 관계, 혹은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아는 사람들은 "많이 바쁘시죠?"로 첫 인사를 건넨다.
그런데 요즘 이 인사말이 썩 달갑지가 않다. 인사를 하신 분들 때문이 아니라 나에게 많은 고민을 던지는 인사말이 되었다. 바쁜 것이 좋은 것인가? 아니 바빠 보이는 것이 좋은 것인가? 내가 봤던 나이스한 사람들, 그리고 내공이 넘쳤던 사람들은 대부분 여유가 있었다. 나는 사람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보일까? 그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혹은 그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두려워서가 아닌 타인의 시선에서 바라본 내가 어떤 모습일지가 궁금했다. 그리고 내 자신을 돌이켜보았다. '아 나는 정말 바쁜척을 많이 하는 '가짜 바쁜' 사람이었구나'
또 질문을 해보았다. 그럼 왜 나는 가짜 바쁜 사람이 되었을까.
무엇을 잘해야하고 나의 리소스를 어디에 집중해야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허둥지둥하고 당장에 눈앞에 있는 것들을 해결하느라 우선순위와 힘을 빼야하고 줘야할 것을 판단하지 못했기에 모든 것이 중요하다 소리치며 바빠 보이게 지내는 것이다.
모든 분야에서 '비움'의 중요성을 항상 이야기한다. 너무 많은 친구가 있을 필요가 없다는 말. 집을 깔끔하게하고 내 주변을 정리정돈을 잘해야 한다는 말. 높은 성과를 달성한 운동선수 일수록 힘을 많이 주는 것이 아닌 힘을 빼는 것을 잘한다는 말. 좋은 보고서, 기획서 일 수록 핵심만 이야기한다는 말. 말이 긴 것보다는 짧고 명료한게 좋다는 말. 이 외에도 비움에 대한 강조는 많은 곳에서 이야기한다.
여러 책과 동기부여 영상, 그리고 교육을 통해 수도 없이 들었던 말이다. 그렇지만 실제로 행동하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 머리로는 이해 하지만 마음 속 깊이, 아니 내가 직접 경험하지 못하면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것 같다.
그래서 요즘 가짜 바쁨을 안하려고 노력한다. 바쁘지 않으면 내가 잘못 살고 있다고 생각하여 계속 나를 채찍질하고 새로운 인풋을 집어넣으며 바쁘게 살았다. 적절하고 필요한 인풋과 그것을 적합하게 소화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없는 상황에선 오히려 좋지 않은 상황을 만들어 내었다. 마치 어린 아이가 아버지가 멋있다고 아버지 자켓을 입는 것처럼 어색하고 나답지 못해지는 것이다.
평소 일과 러닝 이외에는 취미라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보통 아침 8시에 출근하여 밤 10시에 퇴근한 뒤 러닝 후 12시에 취침하여 다시 출근하는 패턴을 반복하였다. 물론 이러한 삶도 행복하고 즐거웠다. 다만 가짜 바쁨으로 인해 공허함이 생기고 오히려 성과도 나오지 않았다.
이제는 쉼의 가치를 조금 더 찾고자한다. 오히려 이 시간에 평소 경험하지 않았던 어색한 것에 대한 경험을 하고자한다. 그 곳에서의 배움과 영감이 훨씬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과정에서 내가 갖고 있던 고민과 문제점들이 유레카처럼 풀리는 경험들을 하고 나니, 쉼이라는 것을 잘 활용해야 나의 일에서의 성과도 더 나아지고 일이 라는 것과 나의 삶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진짜 바쁜 것은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는 진짜 바쁜 것의 정의는 어디에 힘을 정확하게 줘야하는 지 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말로는 몰입이다. 지금 내가 해야하는 것과 그 이유를 명확하게 알고 그 것을 해결하고 달성하기 위해 몰입하는 것, 그로 인한 바쁨이 진짜 바쁜 것이다. 단순히 나의 불안함을 없애기 위해, 열심히 살아야하기에 바쁘게 움직이는 것은 바쁜 것이 아니다. 나의 정신과 육체를 힘들게하는 것일뿐이다.
내가 해결해야할 그래서 몰입해야할 것이 어떤 것인지 알았다 하더라도 이를 행동으로 계속 이어가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나이가 들면서 겁이 많아지는 이유가 지켜야할 것이 많아서도 있겠지만 내 생각에는 경험이 많아지면서 리스크와 힘듬, 어려움이 더 많이 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때는 그런 것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겁없이 먼저 뛰어가본다. 그러나 경험이 쌓이고 경력이 높아지면 이게 잘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Just Do it' 이라는 슬로건이나 '그냥 행동해'라는 말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아닐까.
나는 아직 높은 경력이나 폭넓은 경험치를 쌓은 사람이 아니다. 그렇기에 행동하는 것이 두렵지는 않다. 오히려 행동하는 것은 나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준다. 다만 우리팀에게 주는 영향력 때문에 고민한다. 나의 행동이 곧 방향이 되고 메시지가 되기에 그것에 대한 고민이 있다.하지만 지금은 우리팀의 영향력에 대한 고민도 조금은 내려 놓으려한다. 우물쭈물하다 아무 행동도 변화도 없는 것 보다는 약간의 오해가 낫다고 생각한다. 그 정도의 신의는 상호간에 충분히 있다.
2024년도 이제 약 2개월정도 남았다. 지금 진짜 바쁨을 지향하고 움직이지 않으면 그 부메랑은 내년에 돌아올 것이다. 마이크 타이슨이 그랬다. "누구나 다 그럴 싸한 계획이 있다. 한 대 쳐맞기 전까지는" 계획도 물론 중요하지만 경험해보아야만 알 수 있는 것이 더 많다. 그렇지만 가설(계획)이 있어야 실패 했을 때 피드백을 할 수 있다. 그 피드백이 다시 나아가는 밑거름이 되고 실력이 될 것이다.
나 뿐만 아니라 현생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1년을 마무리하는 이 시기가 중요하다. 이미 내년의 계획을 수립하고 있거나 이미 수립한 사람과 회사도 있을 것이고 올해 최대한 높은 성과를 만들기 위해 마지막 힘을 쏟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확실한 것은 최소한 올해의 행동들은 당장 올해에 모두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최소 1년 뒤, 아니 3년, 10년 뒤에 나타날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 다같이 지금의 조금 더 거시적 관점에서 하루하루 과정을 즐기며 나아갔으면 좋겠다. 뭣이 중헌지, 내 리소스를 어떻게 활용해야하는 지를 알아 몰입하고 과정을 즐기는 사람으로 사람들과 함께 성장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