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과 브랜드를 구분하는 개념이 있을까.
배달의 민족이란 브랜드가 플랫폼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야놀자 또한 그렇다.
그렇지만 굳이 이 개념을 나눠 보자면, 플랫폼은 철저히 '고객'의 기준에서 서비스가 만들어지고 시장 전체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만든다. '배달'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최대한 맞춰서 개발하고 발전해 나가며 수요자를 모으고 공급자를 모은다. 트래픽과 유저가 늘면서 비즈니스의 구조가 완성된다. 즉, 이들은 플레이어들이 뛰어놀 수 있는 '판'을 만든다.
스타벅스, 맥도널드와 같은 대형 F&B브랜드, 샤넬, 루이비통과 같은 명품 브랜드, 그리고 요즘 핫한 스몰 브랜드들은 어떨까? 철저히 '고객'의 입장에서 만들어질까? 물론 이들 또한 고객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그렇지만 이들은 모두를 타겟하지 않는다. 타겟하는 고객들의 니즈를 공략하고 나머지 고객들은 본인들의 고객으로 정의하지 않는다. 또한 본인들의 헤리티지를 중요시하고 그것이 훼손되는 행위는 배제한다. 즉, 이들은 판을 만드는 것보다는 그 판에서 뛰어노는 '플레이어'의 역할을 한다.
비즈니스를 만들어가면서 이 개념을 명확하게 하지 않으니 고객도 혼란스럽고 가야 하는 방향도 혼란스럽다. 또한 어떤 방향으로 성장해 나가야 하는지, 무엇은 꼭 해야 하고, 무엇은 하지 말아야 하는 지도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정의가 필요하다.
우리는 기프트럭이라는 플랫폼 서비스를 만들었다. 그런데 푸드트럭은 산업 규모가 작아 양면시장이 만들어지기 어려워 플랫폼으로 시작하였으나 공급자의 역할까지 맡아서 진행하였다. 그래서 고객은 기프트럭이 현장 서비스를 직접 제공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우리가 전체를 풀커버하지 못하기에 우리에게 인증을 받은 외부 푸드트럭들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고객들도 혼란스럽고 우리가 잘해야 하는 것과 가야 하는 방향 또한 혼란스러웠다.
우리가 갖고 있는 갈증은 명확하다. 질 높은 서비스를, 그리고 좋은 F&B를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싶다. 그래서 이 개념을 구분하기로 하였다. 기프트럭은 기본적으로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한다.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푸드트럭 브랜드는 우리가 따로 구분해서 만들기로 하였다. 그래서 우리가 높은 퀄리티로 제공하고 싶은 것을 정의하고 우리가 고객에게 주고 싶은 가치를 브랜드로 만드려고 한다. 이렇게 된다면 기프트럭은 플랫폼을 지향하며 철저히 '고객' 가치 창출에 집중하며 고객들을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해 노력한다. 공급자가 부족한 것은 우리가 만든 푸드트럭 브랜드로서 채워 나간다. 물론 양면시장을 모두 풀커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기에 우리가 best practice를 만드려고 하는 것이다. 좋은 푸드트럭 브랜드를 만들어 플랫폼의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더 많은 소비자들을 유치하여 자연스럽게 나이스한 푸드트럭 브랜드들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열심히 하고 일단 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방향과 개념을 명확하게 하는 것의 필요성을 느낀다.
아무래도 회사가 성장하며 방향과 개념정리가 명확하지 않으면 구성원들과 얼라인먼트를 맞출 수가 없다. 그러면 동서남북으로 나눠져서 배를 끌고가, 열심히 달려가지만 배는 그 위치 그대로 있게 된다.
플랫폼이되어 시장과 산업을 압도할 것인가. 아니면 플레이어로서 내가 고객에게 주고싶은 가치를 이야기하는 브랜드가 될 것인가. 정답은 없다. 어떤 비즈니스가 나에게 적합하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볼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모든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이다.
어떤 것을 하고 싶고 어디로 향하고 싶은지 명확하게 하고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시간들을 만들어 가기 위해 오늘도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하고 행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