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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리 Nov 24. 2024

엄마의 미션 : 등교 성공시키기

"나 오늘 학교 안 가면 안돼?"

"하아..."

조금 전 기상해 책을 읽다가 한숨을 쉰다. 점점 그 강도게 세진다. 못 들은 척 하다 '엄마 제발 나 좀 봐줘.' 하는 느낌이 들면 "왜 그래?" 이미 답을 알고 있지만 모른척 묻는다. 




그것은 잊을만하면 불쑥 나타나는 달거리 같았다. 학교거부라기엔 거창하고,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는 그것. 어떤 날은 그날 아침에 시작되기도 하고, 어떤 날은 전날 밤부터 그 뉘앙스가 몽글몽글 피어나오기도 했다. 오늘의 경우는 후자다. 


"콜록콜록" 

어젯밤 잠자리에 들었던 아이가 기침을 해댔다. 며칠 진행되고 있는 기침이라 눈여겨 관찰하고 있었다. 심해지면 병원에 가야지. 기침을 하다 물을 마시러 나오기를 여러번. 잘자라는 인사도 여러번. 가습기가 도움이 되려나 급히 물을 채워 가져다 주었다. 이제는 좀 제발 잠이 들기를 바랐다. 그러나 나의 간절한 바람에도 기침은 계속 되었고 아이는 괴로워했다.


"쿨럭쿨럭, 잠이 안와. 내일 나 쉬고 싶을 수도 있어."

"어... 괜찮아, 잘 자면 괜찮아질거야."

내일 학교 안 가겠다는 말이군.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내일 피하고 싶은 수업이 있나, 하는 생각이 잠시 스쳤다. 학교를 못 갈 정도의 컨디션은 아닌 것 같은데, 내일 아침에 어쩌지. 어떻게 하면 서로 기분 상하지 않고, 학교를 보낼 수 있을까. 머리를 굴려봤으나 결론 없이 잠이 들었다. 


그리고 맞이한 아침. 

"잘 잤어?" 나의 인사에도 인상을 팍 쓰고 입은 오리주둥이가 되어 튀어나와 있었다. 아이가 하는 특유의 불만 표출 방법이었다. 그리고 한숨 비슷한 끙끙대는 신음소리도. 


"왜 그래?"

"나 오늘 학교 쉬고 싶어."

대응 방안도 마련하지 않고 잠을 자버린 나를 원망하는 순간이었다. 




아이가 학교 안 가고 쉬고 싶다고 말할 때 나는 고뇌에 빠진다. 학교는 웬만하면 간다라고 생각했는데 그 웬만하면의 기준이 무엇인지 나도 헷갈렸다. 고열이나, 친구들 사이에 큰 다툼이 나지 않는 이상 가는 거라고 생각했다. 금쪽이 같은 프로그램에서 학교 거부증을 겪는 아이를 본 뒤로 우리 아이도 그렇게 되는 거 아닐까 불안했다. 오늘만 아니라, 내일도 모레도 학교를 안 간다고 할까 봐 무서웠다. 아이는 기침이 조금만 나도 안 가고 싶어했다. 기회를 노린다는 생각도 들었다. 오늘도 그 기회를 잡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뭐라고 말하지?


내가 어릴 적, 아파서 학교에 못 가겠다고 했을 때 아빠는 말씀하셨다. "아파도, 학교 가서 아파라." 아버지, 이제 와 아버지의 깊은 고민과 성찰에 감사를 드립니다. 아버지의 말씀을 이 상황에 적용해 보겠어요. 


"엄마가 봤을 때 기침이 그렇게 심한건 아닌 것 같은데? 일단 학교에 갔다가 많이 힘들면 선생님께 말씀 드리고 집으로 와. 그럼 엄마랑 같이 병원에 가자."


아파도 학교 가서 아프란 소리를 돌려 말하기. 의외로, 먹혔다. 아이는 학교 안 갈 기회를 차분히 내려놓고, 주섬주섬 책가방을 챙기기 시작했다. 예전에도 비슷하게 말했던 것 같은데 그 때는 안 먹혔었다. 그냥마냥 울기만 했을 뿐. 녀석, 좀 컸나 보다. 솔직히 기침 몇 번으로 학교 땡땡이는 좀 그렇지! 무사히 등교를 시킨 에미는 성공의 빵파르를 울리며, 커피와 빵을 내와 행복한 아침 식사를 즐겼다. 선명한 교훈으로 아침 상황을 드라마틱하게 변화시키는데 도움을 주신 아버지한테 전화 한 통 드려야겠다고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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