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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물로 보냐(1)

죄는 짓고 살지 말자!!! 특히 너 말이야...

by 명랑처자




나에게는 지우고 싶은 학창 시절의 사건이 두 개나 있다. 아무리 지우려고 해도 지워지지 않는... 가끔 꺼내서 주변인들에게 이야기해 주면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졌냐'며 학교가 어디였는지 물어본다. 요즘에는 대학교를 잘 보내기로 유명한 학교로 불린다고 하는데 그러든지 말든지 '이쯤에선 꺼내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노트북 앞에 앉았다. 거의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게 된 이야기라는 점을 참고해 주길 바라본다.




고등학교 3학년 담임선생님을 다시 만난 건 졸업 후 학교에 갔을 때다. 그는 내 예상대로 벌써 교장선생님이 되어 있었다. 그런 그가 날 알아보시는 게 신기했다. '정말 알아보시는 걸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차 한잔 하자"라고 말씀하시며 '잠깐의 시간을 내어 달라'라고 하시는 걸 보면 '가 기억나시는 게 있구나' 싶었다. 하지만 그냥 잡담이라고 할 수 있는 소소한 얘기만 나누었다.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내가 기억하는 그때 그 사건'을 꺼내지도 않으셨다.
그래서일까?! 집으로 가는 나의 발걸음은 무겁고, 머릿속은 복잡했다.
나는 '그날 일을 잊을 수 없는데...' 말이다.
'어떻게 잊으실 수 있지?!' 아니면 '그냥 꺼내지 않으신 건가?!'
제발 후자이시길...

자자~이야기 시작하겠습니다.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학교 가는 버스 안이었다. 사람이 많지 않은 버스 안에서 기사님은 여유 있게 라디오를 틀어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뉴스에서 들려오는 내용을 듣다가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너무 충격적이라서 다리에 힘도 풀렸다.



"인천의 oo 여고 두 학생이 서울에 있는 고층아파트 옥상에서 손목을 긋고, 두 손을 잡고 떨어졌다고 합니다. 급히 병원으로 옮겼으나 살릴 수는 없었습니다."



나에게는 이름을 말해주지 않아도 알 수밖에 없는 두 사람이었다. 인사만 나눌 정도의 친분이었어도 옆반 부반장과 그녀의 친구라는 건 그냥 아는데... 설마...?! 만약 맞다면 그런 결심을 하게 된 이유는 많았겠지만 '갈 곳이 없어진 친구들은 이런 결심을 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지 같은 집구석도 지랄 맞은 학교도, 모두 우리가 선택한 건 아닌데 말이다.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달라지는 게 '1'도 없는 '집과 학교'가 나 역시 모두 정말 너무 싫어지는 아침이었다.




나는 중학교 2학년부터 여상을 졸업해서 빨리 돈을 벌고 싶었다. 하지만 엄마의 생각은 달랐다. 1남 3녀 모두 대학을 가야 한다며 '인문계'를 보내신 거다. 그래서 나는 '인문계'는 싫었고, 돈이 많이 드는 '사립여고'는 더 싫었다. 그런데다 하필 1학년 담탱이는 '미친 터미네이터'라고 불리는 인간이라 '정말 되는 일이 한 개도 없었던 때다.' 아무리 생각해도 절대 잊힐 수 없는 미친 000 담임이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때 쇠고랑을 차게 만들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던 게 아쉬웠다.
교육청은 학교 편이라는 게
그때는 왜 예상할 수 없었는지 알 수는 없었다.




사실 하나의 사건은 고1 때였고, 또 다른 하나는 고3 때 있었던 이야기다. 세월이 지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현재 교장이 된 그때 우리 3학년 담임이 가만히 넘어갈 사람은 아니니 어떤 불이익이든 줬을 꺼라 굳게 믿어보고 싶다. 그래서일까 고1 때 사건은 하늘에 맡긴 보람은 있었다. '미친개'한테 물렸다고 생각해도 턱 없이 부족할 만큼의 '미친 터미네이터'라고 부르는 것도 부족했다. 특히 우리 반에게는 매일매일이 지옥이었으니까 말이다.



그 시절 내가 소속되어 있는 '1-6반'매일매일 이유를 만들어 그냥 차례대로 맞았다. 나중에는 영단어로 하루 만에 100개를 시험 본 후 틀린 개수만큼 때리는 거다. 생각해 보니 이것도 보는 눈들이 많으니까 핑곗거리를 찾은 것 같다. 아니 당최 국어가 담당인데 영단어를 왜 보냐는 거다. 그 인간은 청소도구인 마포의 막대기만 발로 분리시켜 매를 만들고, 그걸로 우리 반 친구들을 열심히 때렸다. 그런데 거의 매일 맞다 보니 '마포'가 없으면 옆 반에 가서 빌려오는 경우도 빈번하게 생겼다. 생각해 보면 이 사이보그한테 때리는 이유 따위 필요하진 않았던 것 같았다. 어차피 인간이 아닌 걸로 소문 나 있는 '미친 터미네이터'였으니까 말이다. 그다음 순서는 그냥 신나게 렸으니 '5분~10분 만에 교과서를 읽으며 국어 진도를 나갔다. 그런 후 나가기 전에 반장을 교무실로 부른다. 그리고 나선 이 사이보그인간은 지갑에서 '만원'을 내 반장에게 내민다.



" 상처에 바르는 약 두 개 사 와~
그리고 매 맞은 애들한테 바르라고 해"



기가 죽은 우리 반 친구들은 반장이 전해 준 약을 돌아가며 발랐다. 지금 생각해도 '미친 터미네이터'는 제정신은 확실히 아닌 듯했다. (때리는 데 희열을 느끼나?!ㅜ.ㅜ 지금이니 이런 얘기도 한다.) 그런데 참 착한 우리 반 녀석들은 시키는 대로 바른다. 그것도 나는 참 이상하다고 느꼈다. "나만 계속 화가 쌓이는 걸까?!" 가만히 당하고 있으면 안 되겠다 싶었데 다른 친구들은 아닌가 보다. 하지만 나는 그 당시에 어떻게든 반항이라는 걸 하고 싶었다. 아니면 복수를?!



그때 내 자리는 단상 바로 앞이었는데 '미친 터미네이터'가 우리에게 '욕'을 쏟아내면 나도 책에다 똑같이 썼던 적도 있었다. 그리고 어떤 날은 '손바닥을 맞다가 피가 나기 시작해서 무표정으로 지금부터 엉덩이를 맞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눈물이 나오지도 않을 때라 절대 울지 않았다.
아무리 많이 맞더라도 말이다. 그냥 화를 주체하기 힘들었던 때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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