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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보통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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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쉴만한 물가 Nov 13. 2024

비어가는 두피처럼

사춘기까지 사랑한거야

푸르고 무성한 머리숱을 자랑하던 나무들이 머리에 두피가 드러나듯 며칠새  듬성듬성 가지를 드러낸다.  

불어오는 바람에 속절없이 제 잎들을 우수수 떨구는

너도 내 마음과 닮았을까?


중학생 사춘기 아이 둘을 키우는 일은 우리가 함께한 추억을 하나씩 곱씹어 바람결에 띄어 보내는 일이야.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처럼.


현재(present)를 사는 것이 가장 큰 선물(present)이라는데

가을을 보며 나를 보는 것이 세상이 주는 선물이기에 오늘하루도 나에게 위로를 건네는 나무에게 감사해.


연말 행사에 영상을 제작한다고 너희의 어릴 적 사진을 보내달라는 숙제를 받고 앉은 컴퓨터 앞에서 연도별로 정리된 너희의 사진을 보며 추억 여행을 다녀왔어. 두 시간 남짓의 시간여행은 그 어떤 여행보다 값지고 마음이 충만해지는 시간이었어. 그렇게 추억을 한장한장 바람결에 실어보내며 오늘은 살아.


귀여운 동물 모형이 있는 카페 앞에서


굳게 닫힌 너희들의 방문은 길 떠날 채비를 마쳤다는 듯 비장하지만 언 눈 녹듯 다시 스르르 열릴 그날이 오겠지. 언제고 괜찮아. 엘사언니를 기다리는 안나의 마음으로 엄마는 엄마의 두피를 지키면서 기다릴께.

너의 공간에서 너라는 나무에 너라는 꽃을 피워. 그런데 너는 지금도 꽃이야.


나무가 나에게 위로를 건넨다.


떨어진 가을 잎들이 겨우내 흙과 만나 썩어져 훌륭한 밑거름이 되어
마침내 나무의 일을 도와주듯
우리의 추억이 거름이 되어 너의 방문이 열리는 그날에 너의 일을 도와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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