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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보통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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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쉴만한 물가 Nov 19. 2024

내가 가는 길을 그가 아시나니

오늘의 인도하심을 구하다

크리스천 사업가들의 간증을 듣다 보면 세상의 방법대로 법을 피해 이윤을 추구했던 과거의 경영방식에 대한 스토리가 빠지지 않는다. 

내 주변에도 크고 작은 사업을 하는 크리스천 기업가를 보면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갖은 수법을 마다하지 않고 우리의 존속이 당신께 달렸다며 거래처에 온갖 로비와 접대를 일삼는 일들도 어렵지 않게 볼게 된다. 

믿음으로 살아가기보단 현실 앞에서 세상의 방식으로 위기의 순간을 모면하는 사례들을 수 없이 보았다. 


우리 아빠의 삶도 그랬다. 

작은 개인사업체를 운영하던 시절은 자동화와 공장화가 성공을 거두며 대량생산화가 가능해지면서  사업체가 점점 어려워졌다. 부도와 몇 차례의 이사를 하며 풍족했던 시간이 있었냐는 듯 빠르게 가난의 대열에 동참하여 우리 가족은 근근이 기본생활만 유지했었고 아빠는 점점 돈에 매몰되어 갔다. 경제 성장시기에 맞춰 성공한 크리스천 사업가로 주위에 베풀며 지낸 시기를 지나 주변의 도움 없이는 생활이 어려운 상황이 되자 주변의 시선이 많이 달랐으리라 추측해 본다. 

하나님 앞에 구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아침마다 성경을 읽으셨고 기도를 하셨으며 매일 드리는 가정예배도 그대로였다. 하지만 진정한 가치가 주가 아닌 돈인 것처럼 우리에게 자본제일 주의를 선포하셨다. 꿈을 꾸고 하나님 앞에서 비전을 발견하라는 대신 돈이 있어야 사람 구실을 할 수 있노라며 자녀들에게 안정적인 직장을 구할 것을 조언하셨다. 그런 아빠의 모습을 보며 20대의 나는 좀 혼란스러웠다. 분명히 가정예배를 드릴 때는 믿음을 강조하시며 살아계신 하나님을 체험했던 경험들을 나누어 주신곤 했다. 그런데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경험했던 상황은 지금 현재가 아니라 과거의 일들이었다. 지금 아빠의 삶에서 그 하나님은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나도 그 하나님을 잃어가고 있다. 첫사랑의 기쁨은 사라졌다. 

대학에서 배운 술은 하루가 멀다 하고 나를 삼켰었고 1년 대학생활을 마칠 때쯤엔 술로 몸무게가 10 킬로그램이 늘어 있었다. 어둠의 영은 어렵지 않게 나를 지배해 갔다. 그러던 중 휴학을 결심하게 되고 우리 교회에 부임하신 청년부 담당전도사님과 함께 제자훈련을 받게 된 것이다. 

모태신앙을 가진 F(감성형 사람) 사람이라 찬양을 드릴 때 밀려오는 은혜를 누리기도 했지만 그 감동은 찰나의 순간뿐이었다.  말씀에 대해 잘 몰랐던 내가 제자훈련을 통해 그분이 누구신지 나와 어떤 관계가 있는 분인지 알게 되면서 내 삶은 송두리째 변해갔다. 제자훈련을 통해 말씀을 배우는 시간에는 연신 머리를 주억거리며 끄덕이기 바빴고 매 순간 깨닫게 되는 말씀이 신기하고 감사하고 재미있었다. 

술을 끊기로 결단하고 하루아침에 술을 끊었다. 스스로 성경을 읽기 시작했고 매일 아침 기도시간을 구별하며 주님이 허락하시는 은혜와 평강으로 기쁨이 충만했던 시간들은 지금 회상해 봐도 다신 없을 것 같은 특별한 순간들이었다. 


그렇다. 나는 그 구원의 기쁨을 잃은 것이다. 

과거의 은혜를 수없이 이야기하셨던 아빠처럼 나도 과거의 은혜를 추억하고 있다. 

교회를 다니지 않는 것도 아니고 수없이 많은 설교말씀이 유튜브에서 흘러나와 여전히 내 주위를 둘러싸고 있지만 세상의 가치에 귀 기울이느라 여전히 중심을 못 잡고 헤매며 살고 있다. 

지난주일 말씀 한 구절이 마음에 남아있다.

처절한 고통과 고난의 시간을 통과하는 그 순간에야 비로소 최고의 감사를 할 수 있게 된다는 말씀이었다. 

불평, 불만, 의심의 텐션이 최고조인 나는 '정말? 아닐 텐데? 나도 감사한 마음 있는데? 극한에 가야 감사를 할 수 있다고? '라는 마음을 시작으로 반문하기 시작했다. 

내가 생각하는 내 생애 최고의 감사는 가장 가난했던 20대 그 시절이었다. 

기도에 응답해 주셔서, 내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셔서가 아니라 20대 구원의 감격이 충만했던 그 시절이 다시 한번 뇌리를 스쳤다. 주님 한 분 만으로 만족한다던 그 시절, 구원의 감격으로 뜨거운 기쁨의 차오르던 시절. 

그 시절에는 왜 그렇게 하나님을 찾았었나 생각해 보니 하나님 앞에 재정의 문제를 놓고 기도할 수밖에 없던 때였다. 하나님이 입히시고 먹이시지 않으면 모든 것이 중단될 수밖에 없어 대학 등록금 문제, 생활비 문제를 놓고 기도하던 시절이었다. 절박했던 인생의 순간들을 나는 주님이 주시는 위로와 구체적으로 재정을 채우심을 경험하며 매일 감사의 고백을 드렸었다. 


우리는 살면서 고난의 시기를 누구나 마주할 수밖에 없다.  재정적인 어려움, 건강상의 문제, 관계에서 오는 아픔 등 여러 가지의 모양으로 감당하기 힘든 순간들은 만난다. 내 힘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순간, 그때가 바로 "하나님이 때"인 것을 알지만 말 못 할 고난의 시간을 견뎌내는 사람들에게  지금이 하나님의 때인 것이라 감히 함부로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마음속으로 기도할 뿐이다. 


내가 가는 길을 그가 아시나니..(전도서 23:10)


아무 노력 없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남을 판단하는 것이다. 어떠한 노력 없이도 겉모습만 보고 상대방을 1초 만에도 판단해 버릴 수 있고 이야기를 나눈 단 몇 분 만에 단정 짓고 그가 어떤 사람이라고 맘속으로 선을 긋는다. 나와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왜 저런 거지?' 라며 쉽게 비난해 버린다. 

사업가가 되어보지 않은 나는 쉽게 크리스천 사업가들을 판단했다. 나에게도 언젠가 사업을 할 기회가 찾아온다면 나는 정직하게 운영하리라 다짐하며 그들의 사정을 헤아리지 못했다.  그러나 나도 그들과 같다는 현실을 그리 오래지 않아 알게 되었다. 오늘 아침 묵상을 하며 한 구절이 마음에 들어왔다. 


너희가 비판하는 그 비판으로 너희가 비판을 받을 것이요
너희가 헤아리는 그 헤아림으로 너희가 헤아림을 받을 것이니라(마태복음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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