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생각을 갖고 일을 하나요?
여러분은 어떤 직업을 갖고 계신가요?
여러분은 어떤 직무를 담당하고 계신가요?
그 위치에서 가장 중요한 역량은 무엇인가요?
학교를 갓 졸업한 새내기부터 이직을 시도하는 경력자들까지 새로운 회사나 직무를 담당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인터뷰를 진행하게 된다. 그리고, 인터뷰에서 꼭 묻는 질문들 중 하나를 뽑으라면..
동 질문에 대해서는 '지원자'의 다양한 답변을 들을 수 있다. 성격이 차분하다 거나 꼼꼼하다 거나 혹은 검증된 영업/마케팅 이력등 직무 전문성까지.. 수능문제처럼 인터뷰 질문에 대한 정답은 없다. 다만, 답변을 통해 회사의 문화나 직무에 얼마나 적합한지 판단하는 Data point 중 하나일 뿐.
얼마 전, 나는 회사 내부의 다른 직무로 전환을 시도했다. 현재 회사는 특정 직무 채용을 진행하면, 내/외부 사람이 모두 지원을 할 수가 있다. 차이점은 외부 지원자 대비, 내부 지원자의 인터뷰 횟수가 1~2회 줄어든 다는 것이다.
인터뷰에서는 희, 노, 애, 락의 상황에서 '지원자'의 경험을 말한다. '지원자'가 어떻게 문제를 정의하고, 조직이 아니라 '지원자'가 주체적으로 어떠한 노력을 하여 어떠한 구체적인 결과를 도출하였고, 이를 통해 어떤 레슨을 얻어냈는지 아주 빡씨게 파악한다.
나는 총 3분의 소위 안면이 있는 내부 직원분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안면이 있다고 친분이 있던 것은 아니고, 친분이 있다한들 적당히 진행되지는 않는다.) 그중 2분과의 인터뷰 과정에서 아무 생각 없이 직장생활을 했던 나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첫 번째 인터뷰에서 담당 직무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성과를 창출한 사례에 대한 나의 답변이 끝나 후,
인터뷰어(면접관)분께서 추가 질문을 했다.
"그 경험을 기반으로 성공을 확장시킬 수 있는 어떤 전략을 수립 혹은 실행하셨나요?"
"동일 산업 내, 잠재고객인 A고객/B고객에게도 제안을 하기 위해 관련팀과 협업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나는 짧게 대답했다.
"협업은 어떤 방식으로 하고 계신가요? 전략을 문서화하여 관련팀 혹은 동일 직무분들에게 제공하고,
전략에 대한 피드백과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견을 받아 보셨나요?
"아직 문서화시키지는 못 했으나, 협업팀과 고객상황에 맞게 적용하기 위한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개인의 성과도 좋지만, 우리는 뛰어난 동료들과 함께 더 빠르게 확장 적용해서 보다 큰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전략을 고민해야 합니다. 이러한 고민들이 전문성을 향상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공유드렸던 사례에서는 제가 그 부분까지 커버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좋은 피드백 감사합니다."
전혀 몰랐던 내용은 아니었으나, 결국 '실행'의 문제다. 이전에 스타트업에서 근무할 때, 나는 작은 팀의 리더로서 이 분께서 말했던 것을 분명히 '실행' 했었다. 하지만, 현재 나는 직장에서 다른 사람들의 '실행'을 보면서 자신의 성과를 과시하는 행위로 여기는 경우가 있었다. 부끄럽지만 인정한다. 그리고, 그것이 외국계 기업에서 살아남는 스킬 중의 하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나 스스로가 나의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면서 발생된 잘못된 생각이었다.
두 번째 인터뷰에서는 본격적인 인터뷰에 들어가기 전,
각자(면접자/면접관) 간단히 본인 이력을 소개할 때, 아이스 브레이킹을 위해 내가 먼저 물었다.
"면접관님, 경력이 다이내믹하네요. 공대출신인데, 컨설팅으로 커리어를 시작하시고 다시, S/W개발(솔루션) 기획자를 하시고 지금은 Account manager를 하시네요. 다양한 직무 경험과 역량을 보유하셨네요"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으니, 이것저것 해본 거죠. 제가 역할을 잘했는지는 모르겠어요.
다만, 직무별로 사용하는 도구(Tool)는 다르지만 목적은 동일하다고 느꼈습니다."
면접관이 대답했다.
"동일한 목적이 무엇인가요?"
"컨설팅은 ppt 장표로 클라이언트를 설득하고, 솔루션 기획자는 서비스로 사용자를 설득하고, Account manager는 담당 고객을 설득을 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생각해요. 설득의 과정에서 사용하는 도구가 프로그램이던, ppt 던, 엑셀이던, 그냥 말로 하던.. 결국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설득을 얼마나 잘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렇다, 지금 내가 진행하고 있는 인터뷰도 면접관을 설득하는 작업이다.
그렇게 시작된 인터뷰를 끝내고, 나는 나의 업무태도가 변해있었음을 깨달았다. 이전 직장들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오직 업무자체에만 몰입을 해왔다. 독불장군으로 일했다는 것이 아니라,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고민과 노력을 했었다면, 현재 직장에서는 전문가처럼 되기 위한 노력만 했다. 좋은 말로 전문가가 되기 위한 노력이지만, 한편으로는 남의눈을 의식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나 스스로 혹은 동료들에게 내가 이 회사에서 혹은 직무로 근무할 자격이 있음을 설득하려 하지 않았는가?
화려한 단어와 스킬들을 사용하면서 전문가처럼 보이고 싶어 하지 않았는가?
갈무리) 결과는 탈락. 지금까지는 이러한 경험을 하게 되면, fit 이 안 맞았구나 혹은 뭘 그리 잘났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온전히 반구제기(反求諸己 -나의 자세와 실력이 부족함을 깨달음)의 기회가 되었다.
성장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