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고 싶은데로 살 수 있는 삷
우리들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 있다.
'이 나이 먹고도 하고 싶은데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나 역시, 자주 이렇게 말한다. 그리고, 데미안의 저자인 헤르만 헤세도 소설 도입부에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내 안에서 우러나오는 대로 살고자 했을 뿐이다. 그것이 왜 그토록 어려웠을까?
나는 더 이상 별과 책에서 지혜를 구하지 않고, 대신 내 피 속에 흐르는 가르침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
모든 인간의 삶은 자신을 찾아가는 길이고, 그 길을 가려는 시도이며, 그 길에 대한 암시다.
누구든 심연에서 던져진 하나의 시도이므로 저마다 고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각자가 해석할 수 있는 대상은 자신뿐이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은 자아를 찾아가는 주인공의 성장 이야기다.
소설 '데미안'을 읽고, 나도 '용기'를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주인공 싱클레어는 성장하면서 자신이 살고 있는 선(善)의 세계와 다른 현실세계인 악(惡)의 세계에 대한 관심은 있지만, 두려움 때문에 선의 세계에 갇혀 고뇌를 하게 된다. 데미안은 자신이 생각하는 성경의 해석을 싱클레어에게 들려주며, 선에 대한 맹목적인 복종보다는 선과 악이 공존하는 현실세계 전체를 인정하고 스스로 '허락된' 것과 '금지된'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후, 싱클레어는 데미안과 다른 환경에서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우연히 마주친 베아뜨리체라는 여인이 그동안 자신의 마음속에서 사랑하고 숭배할 대상임을 알고 사랑에 빠지며 일상으로 돌아오게 된다. 얼마 후, 싱클레어는 본인이 사랑하는 베아뜨리체가 본인 자신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다시 데미안과 에바부인(데미안의 어머니)을 만나 선과 악이 공존하는 세상 전체를 인정하고 자신의 목표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자신을 깨닫게 되어 모든 두려움을 극복하고 당당히 미래에 맞설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된다.
주인공은 본인이 진정 원하는 것을 알기 전까지는 본인의 호기심과 욕망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데미안, 피스토리우스, 에바부인을 통해서 자신을 사랑하게 되고 두려움을 이겨냄으로써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살게 된다.
나 역시 주인공처럼 학창 시절 나도 힘센 형, 선배들이 두려워 가슴 졸였던 적도 있었고, 하루도 빠짐없이 술을 마시며 현실을 도피하면서 술자리에서 만큼은 목도리도마뱀처럼 나 자신을 크게 보이려 노력했었다.
지금도 크게 다르진 않다. 나는 여전히 앞으로 다가오는 시간에 대해 막연히 두려워하며, 내 안의 목소리보다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더 의식하면서 살고 있다.
지금까지 나는 '표식'이 있는 사람의 삶을 살지는 못했지만, 분명히 '표식'이 있는 사람들을 경험하였다.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몇 명의 '표식'이 있는 사람들은 덩치가 크고 힘센 사람들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은 조직 내에서 대다수와 다른 의견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도 두려워하거나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당당하게 말하고 행동으로 실천했다. 그들은 고집하지 않았다. 오히려 고집을 했던 쪽은 똘똘 뭉친 대다수였다.
이제부터, 누군가 내게 신념과 고집의 차이점을 묻는다면, 추구하는 목적과 방법이 다르다고 말하겠다.
신념은 수용적인 태도로 두려움을 이겨낸 결과로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실행하는 것이 목적이며,
고집은 배타적인 태도로 두려움을 피해낸 결과로 자신이 갖고 싶은 이익을 좇는 것이 목적이다.
'표식'은 타인으로부터 받는 벌도 훈장도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표식'을 볼 수는 없지만, 느낄 수는 있다.
그 이유는 '표식'이 두려움을 이겨내고 내가 원하는 가치를 실천하는 사람의 '용기'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살기 위해서는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나만의 '표식'을 만들기 위해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나에게 친절한 사람이 되어야겠다.
마지막으로 책에서 기억에 남는 몇 가지 대사를 적어본다.
"누군가가 두렵다면 그것은 네가 그 누군가에게 너 자신을 지배할 권력을 허락했기 때문이지"
"우리 안에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존재가 있다는 걸 알아야 할 거야!"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새는 신에게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프란츠 크로머를 아직 기억해? 네가 문제에 부딪히면 너는 내가 다시 필요하게 될지도 몰라. 그럴 때는 네 안의 소리에 귀 기울여봐. 그럼 내가 네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