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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복현 시인 Oct 20. 2024

네 꿈이 뭐니?

네 꿈이 뭐니?
 



엘리베이터에 만난 옆집 누나가

물었다.
“너 참 똑똑하게 생겼구나.
네 꿈이 뭐니?”
 
“제가 꾼 꿈 말이에요?
호랑이에게 쫓기다가 절벽에서 떨어지는 꿈이요.”
 
“호호호 호호호”
옆집 누나는 배꼽을 잡고 웃었다.
 
“아니, 그런 꿈 말고
장차 무엇이 되고 싶으냐는 거야”
 
“아  그거요, 사람이 되는 거죠”
 
“하하하, 얘 아주 독특하네
너는 이미 사람인데 사람이 되고 싶다니?”
 
“아 네,  우리 선생님께서 늘 하시는 말씀이
사람이 되라고 하셨어요

사람다운 사람만이 사람 이랬어요”
 
“아 그래, 넌 정말
일찍이 사람이 다 되었구나”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옆집 누나가 작별 인사를 했다
 
“호호호 사람 안녕! 또 만나자”





고슴도치
 


 

뭐, 너를 안아주라고?

 
아야야  다가오지 마
내 가슴에 구멍이 나고 말 거야
 
고슴도치야, 미안해!
 

네가 참 신기해서 좋지만
너를 안을 순 없어





풍뎅이와 소금쟁이
 



물에 빠진 풍뎅이가

뱅글뱅글 돌고 나서
 

“누구라도 나처럼 여러  바퀴를
제자리 돌기를 하진 못할 거야”
 

그러자 옆에 있던 소금쟁이가 비웃으며
 

“이 바보 풍뎅이야
너처럼 어지럽게
제자리 돌기만 하다가는 딱!
개구리에게 잡혀 먹히고 말걸,”
 
긴 다리를 쭉쭉 뻗으며
보란 듯이 헤엄쳐 앞으로 나가더니
금세 건너편 연못가에 이르렀다
 
그러자 마침 풀숲에 숨어
호시탐탐 먹잇감을 노리고 있던
개구리에게 날름 잡혀 먹히고 말았다.     


그러자 풍뎅이가 뱅그르르 돌면서

“거봐!

잘 난 체하다가는 큰일 난다니까”





영문을 모르겠다.   




학교 끝나고 동네 친구 영만이, 지훈이와 함께

수영장엘 갔다.
셋이서 수영하며 재밌게 놀고 있는데 저쪽에서
우리 반 혜숙이가 수영복을 입고 걸어오는데
참 날씬하고 예뻤다
 
혜숙이는 미처 날 보지도 못했는데
나는 왠지 혼자 부끄러워서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어서
어쩔 줄 모르며 망설이고 있는데
지훈이가 대뜸, 조그만 목소리로 내 귀에 대고
"저 애, 정말 죽인다." 하는 거였다.
 

지훈이는 그날 나에게 죽어라고
호되게 알밤 몇 대 맞았다.
지훈이는 알밤을 여러 대 맞고서도

반성하기는커녕 꽥꽥 소리만 질러,

나는 그만 부끄러워 죽는 줄 알았다.
 
나는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져서

한참을 물속에 잠수해 숨어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후에도 괜히

나 혼자 귓바퀴가 빨개지면서
수영복을 입은 혜숙이 예쁜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

나도 내가 왜 그러는 것인지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다.




 


개학식
 



봄 학기가 시작되고
나도 어느새 4학년이 되었다
 
3학년 때 엄마처럼 다정했던
담임선생님과 헤어질 생각 하니 섭섭하고
새로 오실 담임선생님이 누구실지도 궁금하여
첫 수업 시간을 기다리는데
가슴이 콩닥콩닥!
 
삐그덕  마침내 교실 문 열려
감았던 눈 살짝 떠보는데
 
아이고, 이거 큰 일 났다!

우리 학교에서 제일 무섭다는 호랑이 선생님,

바로 그 김동개 선생님이 아닌가!
 
 앞으로 다가올 1년을 생각하니
 눈앞이 아찔하다.
 
 하하하 그래도 반가워요, 호랑이 선생님!
 
 겁 반, 웃음 반, 친구들은 모두
 일어서서 크게 박수를 쳤다.  





                  

거북이




우리 집에는
기르는 거북이 세 마리가 있다.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  거북이집이 엎어져

거북이들이 뿔뿔이 사라진 것을 구

석구석 헤매며 다 찾았다.
 
제일 큰 왕초 거북이, 그다음으로

대장 거북이와 가장 작은 추장 거북이가 있다
 
저마다 특기가 있는데
왕초 거북이는 개헤엄, 대장 거북이는 밥 많이 먹기,
추장 거북이는 특기 없음이 특기다.
 
나는 얼른 숙제를 끝내고 오락도 하고 싶고

친구들과 놀고만 싶은데
집에만 갇혀 있는 거북이들은 얼마나 심심할까

생각이 든다.
 
학교에 데려가고 싶지만

수업 시간에 선생님께 혼날까 봐 그럴 수 없다.
 
참 이상하다.
거북이는 항상 책가방을 등에 지고 다니는데 

왜 거북이 학교는 없는 걸까?   




       


스승의 날



      

으악! 지각이다.
허둥지둥 학교로 뛰어갔다.
 
오늘은 스승의 날, 반 친구들이 모두 모여

담임선생님께 축하하기로 했는데

하마터면 혼자서만 늦을 뻔했다.
 
친구들과 교실을 예쁘게 꾸며놓고
책상 뒤에 몰래 엎드려 숨어 있다가

선생님께서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오시는  순간, 함께

스승의 노래를 합창하며 폭죽을 터트렸다.
 
우리 담임선생님은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신

주 예쁜 여선생님이시다.
얼마 전에 임신을 하셨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혹 폭죽 소리에 놀라시지나 않았을지
애 떨어질까 걱정이 되었는데 다행히
놀라지 않으셨다니 안심이었다.
 

참 이상하다.

스승의 날이니 선생님이 기쁘셔야 하는데

내가 더 기뻐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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