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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복현 시인 Oct 17. 2024

우리 아빠 빨간 넥타이

장난꾸러기  파도    




바닷가 모래밭에 맨발로 서있으면

파도가 살금살금 다가와 장난을 친다.      


처음에는 살살 다가와서  

하얗고 부드러운 손가락으로

내 발바닥을 간질이다가       

내가 깔깔대며 달아나면

금방 속도를 높여 쫓아와서는

와락 껴안고 덮치기도 한다.      


파도는 하루종일 숨바꼭질하듯

저와 함께 놀자고 장난을 건다.


어둑어둑 저녁이 되어도

별들과 함께 놀자 촐랑거린다.      


파도는 저러다가 언제 잠드나?

숙제는 언제 하고 학교는 언제 가나?      


아마도 저러다가 늦잠 들어 지각하면

선생님께 많이 혼날걸!     






보름달      




보름달은

엄마가 정성껏 만들어주신

노릇노릇 잘 구워진 빵 같아요.      


어쩌다가 실수로 바닥에 툭! 떨어뜨리면

와장창 깨질 것 같은

둥그런 사기 접시 같아요.    


하늘 길을 달리던

고장 난 구름 수레에서

떼구루루 빠져나온 황금 바퀴 같고요.


우리 형이 멋지게 쏘아 올린

농구공 같아요.     


아니, 아니 내가 뻥! 뻥!

하늘 높이차 올린 축구공 같아요.





                                                                                

고마운 쓰레기통   




험하고 궂은 것

더럽고 냄새나는 것들을

혼자서 몽땅 다 책임지는

쓰레기통이 고맙다.      

코 묻은 휴지를 손에 들고

어디에 버릴까 두리번거릴 때

저만큼에서 쓰레기통이

여기요! 손짓한다.       

쓰레기통이 입을 벌려 활짝 웃으며 말한다.      

“아무 데나 함부로 버리지 말고

언제나 나에게 줘!

내가 다 책임질게 ”        

참 착하고

고마운 쓰레기통입니다.    





                                                         

물어볼 수도 없고  



             

우리 반 여학생 중에

이민정이 제일 예쁘고 공부도 잘한다.      


나 말고도 다른 남학생들에게 제일 인기가 높다.      

나도 이민정을 좋아하는데  어쩌다 한 번만 마주쳐도

가슴이 콩닥거린다.      


말을 걸려고 다가가면 가슴이 떨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눈앞이 깜깜해져 돌아선다.      


이민정도 나와 눈이 마주치면 얼른 고갤 돌려

모른 척하면서 얼굴이 빨개진다.       


혹시 이민정도 나를 좋아하는 걸까?     


무척 궁금해 죽겠는데

이것 참  

물어볼 수도 없고...   






거울은 흉내 내기 천재다  


              



내가 울면

거울이 따라 울고       

내가 찡그리면

거울도 따라서 찡그리고      

내가 화를 내면

거울도 따라서 화를 낸다.          


내가 웃으면

거울도 따라 웃고      

내가 머릴 빗으면

거울도 따라서 머릴 빗고     

내가 예쁜 옷을 입으면

거울도 샘이 나서  멋을 부리고...      


거울은 샘 많은

흉내 내기 천재다.  






손잡아주는 나무   




아빠 따라 설악산에 갔을 때

가파른 산길에서

할아버지처럼 구부정한

소나무를 만났다.      


아빠보다 먼저 오르려다

숨차서 헐떡거릴 때

허리 굽은 할아버지 소나무가  넌지시 팔을 뻗어

내 손을 잡아주었다.     


길목마다 지켜 서서

손잡아주는 나무들이 있어서  

참 고맙다.      


아빠도 내 뒤에서 낑낑대며

소나무 손을 잡고 올라오신다.    






우리 아빠 빨간 넥타이   


             


우리 아빠 멋을 부린

빨간 넥타이      


바람 산들 불어와 팔랑일 때면   

혀를 날름대는 성난 뱀 같아.      


아이구나! 무서워요.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아빠를 올려다본다.    


아빠가 씩 웃으며

혀를 날름!      

아이,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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