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촛불 맨드라미 Oct 25. 2024

다시 나타난 말라깽이 고양이

 그제 말라깽이 고양이가 다시 나타났다. 거의 일주일만인 것 같다. 며칠 전 숲 가까이에 있는 전봇대 아래 힘없이 엎드려 있는 걸 남편이 보았다고 했다. 사람이 가까이 가면 도망치는 게 짐승들의 특성인데, 그냥 엎드려 있다는 건 어디가 아프거나 아니면 많이 굶어서 힘이 없다는 뜻일 게다. 그러지 않아도 걱정하고 있었는데 그 말을 들으니 더 근심되었다. 

‘그러다 굶어 죽는 건 아닐까?’

‘혹시 병에 걸렸나?’

 애가 탔다.     


 그러던 차, 그제 밤에 나타난 것이다. 미리 덜어놓은 사료 그릇을 내놓았더니 게걸스럽게 먹어 치웠다. 그리곤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다음날 아침에 사료를, 점심엔 닭고기 손질한 것을 내놓았다. 언제 다녀갔는지 그릇은 깨끗이 비워져 있었다. 그날 밤, 가녀린 고양이 울음소리에 밖을 내다보았더니 말라깽이 고양이가 와 있었다. 문을 열자, 지금까지 듣던 중 가장 큰 목소리로 울어댔다. 마치 배가 고파 죽을 것 같으니 제발 빨리 음식을 달라는 듯. 얼른 사료를 내주었다. 먹으면서도 계속 주위를 경계하는 모습에 다른 야생 동물이 나타나기 쉬운 밤이라 그런가 싶어 간간이 내다보았다.


 어디선가 몸집이 커다란 노란 털 고양이가 나타나 말라깽이 옆으로 다가왔다. 그 순간 냅다 소리를 질렀다. 말라깽이 고양이는 저만큼 물러나 있고 노란 고양이는 잔디밭 쪽으로 도망쳤다. 노란 털 고양이가 다시 와 빼앗아 먹을까 걱정돼 아예 집 밖으로 쫓아내 버렸다. 그제야 말라깽이 고양이는 편하게 먹었다. 개체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사람이나 짐승이나 살아가기 힘든 법이다. 더구나 약육강식의 야생 세계에서야!  

   

 어제 오후 남편과 내가 외출했던 터라 확인할 길은 없지만, 아마도 노란 털 고양이가 아침 사료와 점심 닭고기를 다 먹어 치운 게 아닐까? 하루에 한 끼 정도만 와서 먹던 녀석이 두 끼를 먹고도 밤에 또 온 걸 보면 말이다. 힘센 노란 털 고양이로부터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고 안쓰러웠지만 어쩌겠는가? 야생의 삶이니 스스로 살아가야지.      


 어쨌든 함께 한 시간과 들인 정성만큼 말라깽이는 점점 내게 특별한 고양이가 되어 가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말라깽이 고양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