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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숲 Dec 20. 2024

프롤로그

창으로 ‘마로니에’ 나무를 4계절 지켜보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그러나 그녀는 ‘마로니에’ 나무를 모른다고 했다. 마로니에 나무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어쩌면 몇 번은 봤을 수도 있지만, 마로니에 나무인지 모르고 그냥 지나쳤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또 그녀는 ‘버터빵’도 모른다고 했다. 버터를 바른 모든 빵을 ‘버터빵’이라 부르는지 물었다. 나는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기 모호해서 그럴 수도 있고 특정 어떤 빵 하나를 지칭해서 ‘버터빵’이라 이름 붙여 놓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녀의 이름은 ‘루나’입니다. 

루나는 아파트가 아니라 아름다운 주택에서 살고 있습니다. 집은 그리 크지 않지만 아담한 앞마당이 있고 마당에는 작은 화원이 있습니다. 화원에는 작은 식물들과 아기자기 작은 야생의 겨울꽃들이 제멋대로 자라고 있습니다.

루나의 집 맞은편 가까이 성당이 있어서 최근에 성당에서 5분마다 바뀌는 크리스마스 장식 꼬마 불빛을 지켜보며 그 변하는 모습을 스케치하는 재미에 빠졌다고 했습니다. 


루나는 돈이 많지도 않고 적지도 않습니다. 적당히 먹고 살만한 돈이 있고 사지 않아도 될 물건들이나 불필요한 음식들을 사지 않으면 저축도 꽤 할 수 있는 형편입니다. 루나는 어렸을 때 부모님 대신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았습니다. 부모님은 서울에 계신다고 했습니다. 루나가 왜 부모님과 떨어져 할머니 할아버지와 살게 되었는지는 잘 모릅니다.


루나는 가난이 물씬 묻어나는 거리의 귀퉁이에서 노래를 부르며 자랐다고 말했습니다. 울고 싶지만 울지 않기 위해 노래를 불렀습니다. 꿈을 꾸는 것도 잊어버리고, 하루하루 연명하기 위해 노래를 부르고 나면 거리를 걸어가는 가난한 사람들이 짤랑거리는 동전을 루나의 복주머니에 넣어주었다고 했습니다. 루나는 ‘스무살’이 되었을 때 신이 내려주신 목소리로 노래하여  음대에 들어가게 되었고 성악을 전공하여 졸업 후 인기스타가 되었습니다. 


'솔라'는 루나의 하나뿐인 절친한 친구입니다.  솔라 역시 희망이 보이지 않는 척박한 탄광이 있는 마을에서 자랐습니다. 어머니는 솔라에게 발레를 시켰습니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어린 솔라에게 선생님은 묻혀 있는 다이아몬드 원석이라고 늘 칭찬을 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대도시로 나가 제대로 된 발레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유명한 발레리나가 되라고 했습니다. 솔라는 스무살이 되었을 때 유명한 발레단의 오디션에 합격하였습니다. 그리고 예술대학에서 ‘루나’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루나와 솔라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나요? 

그러나 지금부터 하고 싶은 이야기는 ‘루나’와 '솔라'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지금부터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Are you ready? Let's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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