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날마다 많은 정보 속에서 산다.
그 많은 정보를 굳이 선택하여해야 할 의무는 없다. 안 해도 살 수 있고 사실 안 하는 게 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상에서의 정해진 궤도를 조금 벗어나보면 나를 설레게 하거나 나에게 행복을 안겨다 주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우리의 삶은 어떠한 형태든 매일 선택과 타협 속에 놓여있다. 나는 새로운 선택을 할 때면 때론 불안하고 나이도 있는데 혹 위험하진 않을까? 또는 혼자서 할 수 나 있을까? 아님 아직도 욕망이 남아있어 마음을 내려놓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구구절절 이유를 붙여본다.
하지만 나이에 핑계되지 않고 새로운 환경에서의 낯섦과 어색함을 벗어던지고 선택을 하여 산다는 것은 나의 삶에 많은 유익함을 안겨다 준다. 그래서 문학교실 수필 반 에 자리가 나왔다 하여 늦었지만 용기 내어 들어간 것이다.
잘한 선택이었다. 수필 반은 나의 정보 창고이다. 난 회원들의 글 속에서 정보를 찾는다. 첫날부터 강사님의 글 속에 호암 미술관에 대한 정보가 있었으며 두 번째 시간에는 경기 아트센터의 음악 콘서트에 대한 정보였다. 아는 것만큼 보이고 관심 있는 것에 쏠리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나는 관심 있는 것은 곧바로 실행에 옮기는 호기심 많은 성질 급한 사람이다. 곧바로 친구와 함께 호암 미술관에 갔다.
도슨트(docent)의 설명을 듣기 위해 2시에 맞춰 방문을 했다. 강사님께 들은 정보가 없었다면 도슨트를 만나지도 못했으며 작품에 대한 이해도 낮았을 것이다.
스위스작가인 니콜라스 파티는 몇 년 전에 한국의 리움 미술관의 유물을 보면서 자신의 작품과 어떻게 어울릴까를 구상하고 어떻게 해야겠다는 주제를 선정하고 한국의 유물과 정서적으로 매칭될 수 있도록 연구한 후 작가는 한국에 6주간 머물면서 전시장 룸 5곳의 한쪽벽면을 직접 파스텔화로 벽화를 그렸다. 어마어마하게 큰 벽면을 6주에 어떻게 5곳이나 그렸을까를 생각하니 그의 창작과 에너지가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의 작품은 비싸기도 하지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의 그림을 전시가 끝난 후에 모두 사라진다는 것이다. 내가 제일 맘에 드는 굽이굽이 파도처럼 펼쳐져 있는 산과 파스텔톤의 엷은 핑크빛 노을이 그려진 몽환적인 벽화 만 이라도 남겨 두었으면 하는 안타까움과 간절함이 있는데 정작 작가인 니콜라스 파티는 아깝지도 아쉬움도 미련도 없다고 말한다.
그의 10대 시절엔 거리예술인 그라피티가 유행이었는데 돈이 없는 그는 그림이 너무 그리고 싶어 담벼락이나 건물 벽에 낙서처럼 보이는 그림을 재빨리 그리고 도망을 치기가 일쑤였다 경찰에게 잡히지 않으려면 재빨리 그리고 빨리 도망쳐야 했는데 미처 피하지 못했을 때는 잡혀서 감옥신세를 지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 낙서 같은 그림들은 그 이튼 날 가보면 여지없이 지워져 있는 게 당연한 것이었다 그런 경험이 많은 니콜라스로서는 전시가 끝난 후 작품이 사라 진다 해도 아무런 미련도 아쉬움도 아깝지도 않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니콜라스 파티는 이번 전시회의 주제를 더스트(Dust)라는 주제를 선정했다. 그의 메시지는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은 허상이다’라고 말하며 또한 ‘모든 것은 먼지로 사라진다’는 메시지를 주었다. 나는 그 메시지에 동감하며 ‘우리 인간의 삶과 같구나’라는 공감과 함께 마음 편안함을 느꼈다.
작가의 일생은 그 작가의 작품세계에 큰 영향을 주게 되고 관객으로서도 작품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우리는 미술관 옆 거피 숖 에 앉아 살랑살랑 불어오는 가을바람을 볼에 느끼며 드높은 파란 하늘과 흰뭉게 구름의 가을정취와 커피 향에 마냥 행복하였다. 수필 반에서 알게 된 정보에 의해 미술관의 방문을 선택했을 뿐인데 이렇듯 나에게 호사스러운 행복을 안겨주다니 사는 게 뭐 별거 있나 이런 게 사는 찐 행복이지, 정말 최고의 선택인 것이다.
다음날 또 경기아트센터의 정보를 활용하여 역사상 3번째 주어진 차이코프스키콩쿠르 그랑프리 수상자인 프랑스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캉 토루프의 연주회에 입장료가 7만 원인줄 알고 갔었는데 칠순 넘은 경기도민은 ‘만원의 행복’이라는 좌석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하여 만원의 입장료를 내고 거의 공짜 관람을 한 셈이다.
나의 모토는 눈뜨면 오늘하루 즐겁고 행복하게 살기가 목표이다. 오늘의 목표를 계속 이어갈 때 나의 삶은 늘 즐겁고 행복한 삶이 영위될 것이다.
노인들에게 주어지는 혜택이 곳곳에 널려 있으니 정보를 활용하여 본인에게 맞는 취미를 선택하여 즐겁고 행복한 문화생활을 하면 좋을 듯싶다. 모든 선택은 본인 스스로 에게 달려 있다.
오늘도 선택할 수 있는 또 다른 정보가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문학교실 수필 반 동우님의 글 속에서 먹이를 찾는 하이에나처럼 난 오늘도 정보를 찾아 눈을 크게 부릅 떠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