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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규 Nov 13. 2024

도시의 저녁

도시의 저녁. 이라도 저녁은 어두침침하다. 제 아무리 네온사인으로 덧칠을 한들 어둠의 맨얼굴을 가릴 수는 없다. 해가 지고 난 다음 박명조차 사그라들기 전까지의 시간을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고 부른다는 건 이제 누구나 다 아는 얘기. 그 시간은 정말 짧았고, 그 시간엔 언제나 안에 있었다. 카페 안. 집 안. 이따금은 일부러라도 나와서 그 시간을 돌아다니기도 한다. 한강에 가기도 했고, 뒷산에 올라가기도 한다. 사실 그 시간 바로 다음, 그러니까 더 어두워진 그 시간도 좋다. 

가만히 앉아, 시꺼먼 나무 사이로 보여진 덜 시꺼먼 하늘을 바라보며 단지 어둡다고만 생각했던 그 하늘의 극히 짙은 암적색 톤을 느끼고 그것을 부분으로 하는 다른 어떤 부위를 떠올려본다. 

서정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음탕하기도 하다. 그리고 그 음탕함은 참 '구체'적이다. 구체적인 냄새와 아픔이 있는 음탕함. 겪어보지 못해서 불쾌한 아니 실은 두려운 음탕함. 

날 좀 어떻게 해달라고 아우성들이었다. 모두들 자신의 영역을 고집하고 그 영역에 누군가가 침범해들어오는 걸 무척이나 꺼리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 거죽이 무언가 예리한 것에 제대로 찢겨지기를, 그런 자신을 희롱하고 자신의 몸이 누군가에게 함부로 만져지고 짓눌리기를 원한다. 

그러나 그들이 올 리가 없다. 그들이 원하는 시간에, 그들은 그들이 원하기 전에 하던 그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무수한 시간의 착오들을 단 한번이라도 일치시킨다는 것이 그처럼 어려운 일이라니. 

그래서 사람들은 표현이라는 걸 하나보다. 그것은 내가 겪었던 혹은 소망하는 시간을 소환하고 드러내보이며, 동시에 누군가와 함께 그 시간에 잠시나마 머무를 수 있게 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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