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한 살, 나를 찾아 떠난 첫 번째 여정

불도저처럼 달려든 첫 도전

by HANA

때는 대학교 2학년, 전공 수업이 늘어날수록 가슴 한켠이 무거워졌다. '이 길이 정말 내 길일까?' 경영학과 강의실에 앉아 있을 때마다 끊임없이 떠오르는 질문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까지만 해도 나의 꿈은 선명했다. 패션의상 쪽 일을 하고 싶었고, 스타일리스트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다. 내가 꿈을 강하게 피력한 적이 없다 보니 가족들은 "예술 쪽은 돈 벌기 힘들어"라는 말로 쉽게 정리했고, 나 역시 그 말에 순응했다. 그렇게 선택한 것이 경영학과였다.

사실 나는 평소엔 귀차니즘이 강한 편이다. 하지만 무언가 꽂히면 불도저처럼 실행하는 스타일이었다. 중학교 때부터 패션 잡지를 즐겨 보았고, 온스타일 채널에서 방영되는 프로그램의 스타일리스트들을 동경했다. 그리고 주말이면 친구와 함께 서울 곳곳을 찾아다니며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곤 했다. 그때부터 이미 내 안에는 크리에이티브한 열망이 자라고 있었던 것 같다.

대학교 2학년, 교양과목 비중이 높았던 1학년과 달리 전공과목이 늘어날수록 내 마음속 목소리는 커져만 갔다. 방학이 되자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아니야!' 우리 학교에는 내가 원하는 과가 없었지만, 더 이상 망설일 수 없었다.

스타일리스트 학원을 선택하기까지 고민은 의외로 길지 않았다. 4년제 패션학과 과정을 4개월로 압축해서 배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편입이나 재수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이게 가장 빠른 길이라고 판단했다. 집에서 학원까지 2시간이 넘게 걸렸지만, 오전에는 학원을 다니고 오후에는 알바를 하면서도 전혀 힘들지 않았다. 배우는 과정 자체가 즐거웠기 때문이다.

학원에서 만난 사람들의 연령대는 18세부터 36세까지 다양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30대에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분들이 정말 대단해 보인다. 취업까지 가기 어려운 길임에도 꿈을 포기하지 않았으니까.

스무 살을 갓 넘긴 그때의 선택을 지금 되돌아보면, 후회는 없다. 오히려 더 일찍 이 길을 선택하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다. 예술대학으로 진학했다면 더 많은 가능성이 열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사진 구도를 잡는 감각이며, 어린 나이에 피아노를 치며 느끼던 음악적 감성이며, 그 시절의 나에겐 다양한 예술적 재능이 있었으니까.

지금의 나는 또 다른 시작점에 서 있다. 스타일리스트와 플로리스트라는 두 가지 직업만이 내 전부라고 생각했던 때와 달리, 이제는 더 넓은 세상이 보인다. 책을 통해 세상을 더 넓게 보게 되면서 스스로 만들어놓은 한계의 벽이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는 브런치 작가로서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P.S. 스물한 살의 그 용기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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