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2
이 주제를 보고 글을 썼다 지웠다 고민이 많았다.
힘들었던 과거를 굳이 찾아서 써야 하나?
무슨 특별한 이야기를 써야 하는 건가?
생각이 너무 많았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의 안고 있다.
-안나 카레니나, 톨스토이
우리 집은 그냥 평범한 집이다.
지금은 평범하기 위해 부모님께서 얼마나 열심히 사셨는지 알지만
어렸을 때는 그냥 다른 가정과 비슷하게 평범한 집이라고 생각했다.
좋은 건 마냥 좋게 생각하는 단순한 성격 탓도 있는지
내 기억 속 부모님이 주신 대부분은 밝은 쪽이다.
부모님을 생각해 보면 떠오르는 단어들이 있다.
밝음. 친구 같은. 열심. 희생. 도전. 바른생활태도. 웃음. 화목. 끈기.
결국엔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들.
아버지는 3n년동안 대동물 수의사로 일을 하시고
20년 동안 논술선생님이셨던 어머니는
10년 전 새로운 도전을 하셨다.
두 분 모두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계신다.
아버지는 새벽부터, 어머니는 밤늦게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부모님.
이런 부모님의 밑에서 자란 삼 남매는 그 ‘생활태도’를 닮는다.
최근에는 이런 적이 있다.
친척 결혼식이 있어 오전 10시에 출발해야 했다.
모두 새벽 6시에 일어나 일을 하나씩 해치운 후 출발한다.
하루쯤 그냥 나갈 수도 있는데도 모두 뭐라도 하고 온다.
어렸을 때는 시간을 쪼개어 일을 하시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면서
‘일은 저렇게 하는 건가? 왜?’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당연히 같은 태도로 살아가는 가족들을 보면서
‘굶어 죽을 일은 없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20대 때는 아버지의 이런 모습이 신기해서 여쭤본 적도 있다.
“아빠는 왜 이렇게 열심히 일해?”
이해가 안 될 거라 예상한 아버지의 대답이 내 예상과는 다르게 공감되었다.
“공부할 때 성적이 오르면 그 과목을 열심히 공부하게 되는 것처럼
일을 할 때 그에 따른 결과가 나오니까
재미있어서 열심히 하게 돼. 그게 다야”
가끔은 회사가 싫다고 생각하지만
그 마음에는 ‘일을 하고 싶지 않아!’는 없다.
일은 너무 재미있고 더 잘하고 싶지만
그게 안될 때의 투정인가 싶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일을 할 때 그때의 아버지 말씀을 떠올린다.
‘재미있어서, 열심히 하게 돼’
또 하나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가장 큰 것은 ‘밝음’이다.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너처럼 가족을 생각하는 애를 본 적이 없어”지만.
나에게는 너무 당연한 습관 같은 것이다.
고등학생 때 ‘가족들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 최선을 다하라’는
국어선생님의 말씀을 마음에 품고 사는 것 때문이기도 하며,
한 명 한 명 봐도 개성 있고 밝은 가족들과의 시간은
그 어떤 시간보다 힐링인 것 때문이기도 하다.
누구나 그런 것처럼 나 역시도
일이 잘 안 될 때,
체력이 떨어졌을 때,
누군가 때문에 울고 싶을 때가 있다.
우리 가족들도 저마다 힘든 일들이 있어도
다 같이 마주 앉아 농담하며 웃다 보면
또다시 다음날을 살게 된다.
그렇게 버틸 수 있는 이유는 서로가 나누는 밝음 덕분이다.
이렇게 써놓고도 모르겠다.
그 어느 날의 힘들었던 이야기를 써야 하나?
그냥 지극히 평범해서 재미없는 거 아니야?
생각이 많다.
그래도 진짜 내 마음이니 그냥 이렇게 털어놓을 수밖에 없다.
나는 화목한 가족들과
밝음 웃음을 나누는 운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