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등불 하나

by 리도씨

세상이 어둠 속에 잠기기 시작할 때,

우리는 문득 자신 안의 불빛을 확인하게 된다. 그 불빛은 언제나 밝고 선명하지는 않다. 때로는 흔들리고, 때로는 꺼질 듯 위태롭다. 하지만 놀랍도록, 사라지지 않는다. 아주 오래도록, 아주 작게, 우리 마음속에 머물러 있다. 그 불빛을 나는 '마지막 등불'이라 부른다.


어느 날 저녁이었다.

겨울이 시작되던 날, 바람은 차갑고 길은 어두웠다. 나는 손에 남은 온기를 입김으로 지키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걷고 있었다. 그 길 모퉁이에서, 아주 작은 카페 하나를 발견했다. 창 너머로 새어나오는 불빛이 나를 멈춰 세웠다. 아무도 없을 것 같은 그곳엔, 누군가가 조용히 책을 읽고 있었다. 마치 세상 끝에 남겨진 등불 하나처럼. 나는 그곳에 이끌려 문을 열었다.


따뜻한 공기, 잔잔한 음악, 그리고 커피 내리는 소리.

나는 한쪽 구석에 앉아 조용히 그 공간을 느꼈다.

그리고 문득, 오래도록 묻어두었던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그것은 오랜 친구와 나누었던 마지막 대화였다.


“힘들면, 잠깐 멈춰도 돼. 멈춘다는 건 쉬고 있는 거니까.”


그 말은 내가 잊고 살았던 등불이었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시간이 흐른 뒤에도 여전히 빛이 되어 마음속 어딘가에서 살아있다는 것. 우리는 그런 불빛들로 살아간다. 말, 눈빛, 손길, 기억. 그것들은 시간이 지나도 흐려지지 않는다. 오히려 어두운 시절일수록 더욱 빛난다.


인생은 수많은 밤을 지나야 한다.

환하게 빛나는 낮도 있지만, 말할 수 없이 긴 밤도 있다. 그 밤에 우리는 지치고, 외롭고, 가끔은 자신을 잃는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런 밤들 속에서도 우리는 버텨낸다. 어떻게든, 한 발씩 내딛는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나는 오래도록 몰랐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우리 안에 작게 타오르는 마지막 등불 때문이라는 것을. 아무리 많은 것을 잃고, 많은 것을 내려놓아도, 그 등불 하나만큼은 버리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을. 누군가의 말 한마디, 사랑했던 순간의 온기, 실패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던 그날의 숨결. 그 모든 것이 등불이 되어 우리를 지탱한다.


나는 나이가 들수록, 말보다 침묵이 깊어진다는 걸 느낀다.

아픔도 기쁨도, 때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순간들이 있다. 그럴 때, 우리는 눈을 감고 기억 속의 등불을 찾는다. 아주 작은 빛 하나. 그리고 그것이 우리를 다시 길 위에 서게 만든다.


삶은 완벽하지 않다.

때로는 뜻하지 않게 누군가를 다치게 하고, 자신도 모르게 마음의 문을 닫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간다. 왜냐하면, 누군가의 마지막 등불이 되어주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나 하나쯤은 괜찮다고, 나 하나쯤은 포기해도 된다고 생각하던 그 순간, 누군가의 손이 내 어깨를 잡고 말한다.


“당신 덕분에 내가 버틸 수 있었어요.”


그 말은 등불이 된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스스로의 존재를 인정하게 된다. 나도 누군가의 빛이 될 수 있다는 사실. 내가 견뎌낸 날들이, 누군가에겐 길이 되었다는 진실. 그것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든다.


이제 나는 알고 있다.

마지막 등불 하나를 지키는 일이, 얼마나 위대한 일인지. 그것은 결코 화려하지 않지만,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는 힘을 가진다. 그리고 그 등불은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삶이 힘들 때, 세상이 차갑게 느껴질 때, 그 등불을 떠올려보자. 그리고 자신에게 말해보자.


“괜찮아. 아직 너 안엔 빛이 있어.”


그 말 하나면, 다시 걸어갈 수 있다.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겨울 밤, 다시 그 카페를 떠올린다.

창 너머 작은 불빛 아래 앉아 있던 사람. 그가 누구인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나는 안다. 그 사람 또한, 자기 안의 마지막 등불을 지키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등불 덕분에, 나도 오늘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부디, 이 글이 당신 안의 등불을 다시 타오르게 하기를.


그리고 그 빛이, 또 다른 누군가의 어둠을 비추기를.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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