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숲하면 인제군 원대리를 떠올리지만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에도 있다는 것을 최근에 알았다. 폭포, 식물원 등을 잘 꾸며 놓았다는 아내의 말을 듣고 지난 일요일에 아내와 함께 가보았다. 양지ic를 빠져나와 22km 지점에 ‘자작나무숲’이 있었다. 첫인상은 자작나무는 몇그루 없었지만 규모가 생각보다 크고 아기자기하게 여러가지 볼거리를 잘 만들었다는 점이다. 주차는 무료이며 입장료는 5천원인데 우리와 같이 용인사람은 2천 5백원이다.
우리는 일요일이라 많이 밀릴 것 같아 아침밥을 먹지 않고 일찍 출발했다. 거기 까페에서 브런치 커피를 먹기로 했다. 3층 옥상에 자리를 잡고 1층에서 빵과 커피를 주문한 후에 가지고 올라갔다. 옥상에서 바라보니 전망대가 높은곳에 자리하고 있었으며 그 바로 밑에 인공폭포가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그 옆에는 식물원이 유리관 안에 숨어있었으며 레스토랑이 있었다. 그 위에는 커다란 호수에 분수가 3개가 모양이 각각 다르게 물을 예쁘게 뿜고 있었다. 우리는 먼저 커피와 빵을 먹으며 연인처럼 이야기했다.
다음 행선지는 식물원이다. 식물원에 들어섰는데 거기서 고등동창을 만났다. 세상 참 좁지 여기에서 동창녀석을 만나다니~. 그 녀석은 식당 주방장으로 호주에 아이 둘을 데리고 나가 유학시켰으며 지금은 큰 아이는 뉴질랜드에서, 작은아이는 호주에서 초등교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 녀석 처는 우리나라에서 공무원 생활을 했기 때문에 혼자만 나갈 수 밖에 없었단다. 운동을 좋아해 아파트 30층을 항상 걸어서 올라간다고 자랑했다. 대단한 녀석이다. 우리 네명은 식물원 안에 자리에 앉아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헤어졌다.
우리는 전망대에 올라가기로 했다. 전망대에는 엘리베이터는 없고 계단 90개가 원통형을 그리고 있었다. 허벅지에 힘을 주며 전망대에 올라가니 확트인 시야, 파란 하늘에 하얀 뭉게구름이 예쁘게 수를 놓고 있어서 아름다웠다.
우리는 핑크뮬리가 활짝 핀 꽃 동산으로 내려 갔다. 그 곳에는 연인과 가족끼리 들어가 사진을 찍고 있었다. 언제 봐도 꽃이 예쁜 핑크뮬리는 활화산처럼 정열적으로 다가왔다. 우리도 나이는 들었지만 연인처럼 하트를 머리에 그리고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했다.
우리는 양지 맛집 거리에서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자작나무숲을 나왔다. 아내가 검색한 곳은 유정이네 통영굴밥집이다. 정식 2만5천원짜리는 굴전, 굴무침, 생굴, 돌솟밥과 갖은 반찬 모두가 맛이 있었다.
아내는 요즘 영어공부에 푹 빠져있다. 4명이 한조가 되어 영어강사선생님과 공부를 하는데 월요일은 주말에 있었던 일을 영작해 발표한다고 한다. 그래서 가능하면 주말에는 나와 나들이를 가잔다. 나도 여행은 좋아해 기왕이면 가보지 않은 곳을 찾아 다니며 데이트를 즐길 생각이다. 그렇게 추억을 쌓으며 천상병의 시 ‘귀천’처럼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라고 말하고 싶다.
(24.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