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

by 필제

시곗바늘이 정확히 새벽 2시를 가리키자, 나는 그제야 밖으로 나가 외출할 기분이 들었다. 내가 막 현관에 나가, 운동화를 신기 위해 한참을 고군분투 하고 있을 때였다.

저만치 거실에서부터 검은 그림자가 천천히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난 당연히 우리 집 식구들 중 한 명이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내가 막 운동화를 다 신었을 참이었다. 내 운동화 앞에 뚜렷한 형체의 발이, 회색 양말을 뒤 짚어 쓴 채 눈앞의 빛을 가로채갔다. 그제야 내 앞에 선 사람이 확실히 무언가 다르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래 이 사람은 내가 봐왔던 어떤 것들과는 달랐다. 그건 바로 우리 엄마였다.


천장에 등불이 환히 빛나고 있음에도, 엄마는 마치 어둠 속에 홀로 서 있는 것만 같았다. 어둠 속에서 엄마의 피부는 하얗고 곱게 빛났다. 그와 반대로 두 눈은 까맣게 죽어있었다. 풍기는 분위기로만 보자면 엄마는 마치 죽은 사람이 되어서 인형의 몸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만 같았다.


왠지 모르게 좋지 않은 예감을 느꼈다. 엄마는 우리 집에서 유명한 예언가 셨다. 말하는 족족 전부 사실로 만들어버렸다. 그게 우리 엄마의 초능력이었다. 그러므로 난 지금 엄마의 입에서 나올 말 한마디에 식은땀을 흘리며 긴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고대하고 고대했던, 엄마의 말 한마디를 듣는 순간, 노심초사했던 내 모습이 우스워 긴장을 풀고, 엄마와의 포옹을 마지막으로 집 밖으로 나갔다.


"잘 다녀오렴"


나의 첫 목적지는 놀랍게도, 집 앞 놀이터였다. 한때, 하늘 공원이라고도 불렸던, 그 놀이터는 밤만 되면 더욱 음침한 기운을 뿜어댔다. 하물며 놀이터의 조그마한 미끄럼틀에는, [ 고장 수리 중 ]이라는 팻말을 붙여 이용을 금지해 놓았다.

어릴 적부터, 낮이면 날마다, 이 놀이터에서 놀았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때마다 놀이터의 특정 구간에서, 종종 지붕밑에서, 매번 귀신이 흰 치아를 드러내며 입이 찢어져라 웃고 있다고 느꼈다.

그 구간은 어린이용 계단을 타고, 길을 따라 올라가면 나오는 놀이터의 정 중앙이자, 마치 정자처럼 멈춰서 쉴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부분이었다.

그리고 그 놀이터의 실체는 낮뿐만 아니라 밤이 되면 더욱 추악하게 드러났다.

심지어 이 놀이터에는, 다른 곳과 달리 등불이 거의 없었기에 더욱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풍겼다.

공포는 가끔 현실을 회피하도록 만든다. 난 그날 이후로 이 놀이터 쪽으로 와 번 적이 없다.

그러나 오늘 확실히 알겠다. 이 놀이터에서 더 이상 공포란 존재하지 않는다. 공포는 그저 내가 만들어낸 무언가에 불과했던 것이다.

설령 이곳에 아주 끔찍한 무언가가 존재한다 해도, 그들 또한 생존을 위한 것일 뿐이며, 내 일상에 아무런 지장을 주지 못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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