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 절망과 깨달음
방학은 왜이리 빨리 끝나는 걸까?
새해가 밝았다, 그리고 2학기도 시작되었다.
교육대학원이 다른 특수대학원과 다른 점이라면, 양성과정이 존재한다는 것인데 양성과정을 선택한 학생은 졸업까지 교원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꽤 많은 수업과 할 일이 존재한다.
아마 다른 대학원 과정에 거의 2배가 달하는 학점을 들어야 할 것이다. 그 외에 수많은 교육, 검사, 봉사 등등.. 그 외에 해당하는 것은 하나 하나 경험하면서 써보도록 하겠다.
그래서 1학기에도 최대 학점인 10학점을 가득 채워 들었고, 2학기도 마찬가지였다.
수강 신청을 잘못하면 학교를 4-5일 가게 될 수도 있었다.
회사 퇴근 시간을 고려해야했기에 최대한 늦은 저녁에 시작하는 수업을 골라서 신청했다.
과에서 전해 내려오는 수업 후기를 다 보았고,
좋고 괜찮고 편안한(?) 수업을 여러개 추려보았지만, 그 과목이 내가 원하는 시간에 개설되진 않았다.
원래 모든게 계획대로 되진 않는게 인생 아니었던가!
결국 운명에 순응한 채, 2학기는 4일을 학교에 나갔다.
겨울이 가고 봄이 왔기에 학교에 갈 때 밝은 것만큼은 좋았다. 캠퍼스도 내 생각보다 더 이뻤다.
하지만 1학기보다 더 힘들었다, 신청할 땐 하루 더 가는게 뭐 대수냐 생각했지만 몸은 아니었던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2학기에 들은 수업은 배신에 배신이었다.
수업시연이라는 큰 산을 1학기 때 넘었고 더는 할 일이 없겠다고 생각했었다.
윗학번 선배에게 물어서 다음에 들어야 하는 과목에 수업시연을 요구하는 과목이 없는 것도 확인했었다.
하지만 이번엔 학교 외부에서의 요청이 있었고,(자세히는 모르지만) 교수자 양성을 잘하고 있는지 감사(?)가 필요하기에 수업 시연 과제가 치고 들어와버렸다.
선생님이 되기 위한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 교육대학원을 갔으면서 수업 시연을 이렇게 하기 싫어한다면 선생님이 될 자격이 없는 것 아니냐고 이야기 할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할 말이 없다. 맞는 말이다.
수업 시연을 하면서 나조차도 내가 선생님이 될 자격이 있나?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자아성찰을 하루에도 몇번씩 하게 하는게 대학원의 묘미인 것 같다.
결국 수업시연은 시간 관계 상 모두 하지 않고 몇 명만 하게 되었었는데 상대적으로 고학번(그래봤자 2학기이지만..)인 2학기생들의 몫이 되었다. 나도 예외는 없었다.
처음엔 너무 괴로웠지만, 나중엔 회사에서 동료들과 도입부를 함께 고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작년엔 점심 스파게티를 맛있게 먹었나요? 였는데 이번엔 무엇으로 할까하며 고민도 했었다. 하하하
그리고 2학기에는 수업 외에 새로운 활동도 시작했는데, 바로 교육 봉사였다.
교육대학원의 양성과정생은 교육 봉사를 60시간을 수행해야하는데,
나는 중학교 멘티와 일주일에 2시간씩 멘토링을 진행한다.
학기 초에 멘토링 시작 전 발대식을 하러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학생들이 함께 멘티들이 있는 지역으로 이동했다. 아, 정말 봉사를 하기 위해 가져야하는 헌신의 마음은 발대식을 위해 금요일 연차를 사용하고, 발대식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지역으로 이동하는 길에 점점 사그라들었다.
금요일에 연차를 사용한 것도 씁쓸한데, 쉬거나 놀러가는게 아니고 새벽같이 일어나서 이동하는 버스를 타러가면서 전의를 상실했다. 마음 한켠엔 그래도 좋은 일 하러 가는거니까 열정을 쥐어짜내보자 생각했지만 월화수목 직장과 대학원을 가며 떨어진 체력은 뇌의 명령을 듣지 않았다.
이때는 정말 내가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다행이었다. 봉사활동이 아니고 해결해야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맡은 바를 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치긴 했지만 내가 해야하는 일이니까 라고 마인드 컨트롤했다.
막상 멘티들을 만나보니 뭐랄까 마음에 새로운 활력도 생겼다.
만나기 전까진 준비한 것만 잘하자 생각했다면, 중학교 멘티들이 우르르 강당으로 들어왔을 때는 귀여우면서도 무서웠다. 나도 젊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young 을 만나니 기운이 쪽쪽 빨리면서도 얘네는 무슨 생각을 할까 싶은 호기심이 앞섰던 것 같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키만 크고 아직 너무 순수한 모습을 보았을 때 활력이 돈 것 같다.
그 모습을 보고 전의 상실 직장인의 페르소나를 감출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만나고 나서부터 돌아와 온라인 멘토링을 진행했고 아직도 하고 있다.
우린 주말마다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고 고민거리를 이야기하고 필요하면 수학문제도 푼다.
더 잘 알려주고 싶고, 더 즐거운 활동도 하게 하고 싶은데 언제나 에너지 분배를 해야하는 멘토로써 미안하기도하다. (내가 미안해,, ㅜㅜ)
이렇게 정신 없는 2학기도 결국 시간이 가니까 끝이 났다.
수업 시연도, 멘토링의 절반도 마무리하며 여름 방학이 다시 왔다.
2학기를 다니면서 느낀 점은 대학원은 자아성찰의 연장선인 것 같다.
전공 수업을 듣다 학부 때 배웠는데 모르겠는게 있다면, 아 이것도 알아야 하는데 몰랐네하며 학식에 대한 반성을 하고, 교직 수업을 듣다 보면 내 학창시절을 생각해보기도하고 지금 내 상태를 생각해보기도 한다.
교직 수업은 대체로 교육이라는 것에 대한 역사, 사회적 시선, 철학, 실질적인 활동 등등 여러가지를 배우는데, 이 수업을 듣다보면 꼭 교육과 학교에만 적용되는 내용은 아님을 느끼면서 내 지금 상태, 가족과 있었던 일, 회사에서 있었던 일 등 나에게 벌어지는 많은 일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나의 모난 부분을 둥글게 둥글게 다듬을 수 있는 것 같다.
개인적인 감정으로는 교육이라는 것을 배우면 배울수록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배우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나의 짧은 식견으로는 많고 깊은 이해를 하진 못하지만, 수업을 들으며 드문드문 드는 생각은 대학원에 오지 않았다면 아마 하지 않을 생각이었던 것 같다.
정말 힘들어서 하루에도 몇번씩 내가 왜 등록을 해가지고는 이런 고통을 느끼냐며 절망했지만 그 속에 숨겨진 보석 같은 깨달음도 있었던 2학기였다.
내 체력과 생기를 빼앗아가면서도 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곳이 대학원이라고 생각한다.
이러다 막 박사까지 하는거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