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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갓쓴글 Oct 26. 2024

문득, 생각난 것들 3

어두운 방에 홀로


가끔 불 꺼진 방에 홀로 앉아 있을 때가 있다.

어둠.

어둠이란 빛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보통 검은색으로 나타내고는 한다.

그렇다고 해서 검은색이 어둠은 아니다.

빛이 도달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매우 어두운 것, 그것이 어둠이다.

앞이 보이지 않으면 공포가 따라온다.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 어두운 저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니 그것이 상상의 공포를 가져오는 것이다.

그 공포로 인한 자기 보호가 위험에서 우리를 구하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음이라.

아마도 그래서 우리는 어둠을 악한 것으로 여기고는 한다.

하지만 나는 그런 어둠 속에서 편안함을 느낄 때가 있다.

그래서 가끔 불 꺼진 방에 홀로 앉아 있을 때가 있다.


...


유독 그런 날이 있다.

세상에 혼자인 것처럼 세상의 모든 것이 나 방해하는 듯한 날이 있다.

머피의 법칙이라 했던가.

나만 힘든 것 같다.

모두가 밉다.

결국 자기 자신과 싸우며 집으로 돌아오면 나를 반기는 것은 깜깜한 어둠이다.

사람을 인식하는 현관 조명의 빛마저 내 뜻대로 켜지지 않는 방해꾼이라는 생각에 모두 가린 탓이다.

그곳에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생각한다.


‘그만둘까?’


...


당신이 심연(深淵, abyss)을 오랫동안 들여다보면, 심연 또한 당신을 들여다볼 것이다.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


...


그래서 어둠은 악한 것일까.

그렇게 많은 생각 끝에 아무도 나를 방해하지 않고 있음을 깨닫는다.

나는 나의 의지로 어두운 방에 홀로 앉아 있을 뿐이다.

고요히 나를 돌아볼 뿐이다.

깜깜한 어둠은 나를 가만히 감쌀 뿐이다.

내가 들여다본 심연은 오히려 나를 들여다본다니, 나를 방해하게 놔둘 순 없는 노릇이다.

다시금 나를 돌아볼 뿐이다.

생각을 비운다.

이내 편안함을 느낀다.

아무것도 나를 방해하는 것은 없다.

그리고 다시 일어선다.

어둠은 나에게 스스로 일어설 휴식을 주었다.


...


우연히 본 강연의 한 장면이 있다.

“가끔 당신이 어두운 곳에 있을 때 당신은 묻혔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심어진 것입니다.”

원본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Pw9vISsp-98

Amudim Event 5 15 2016 Part 2 Rabbi Zecharia Wallerstein(18:02초부터)


...


가끔 막막한 어둠 속에 홀로 있는 기분을 느낄 때가 있다.

나처럼 실제로 어두운 방에 홀로 앉아 있을 때도 있을 테다.

하지만 우리는 묻혀있는 게 아니다.

굳센 줄기를 뻗으며 화려하게 피어나기 위해 잠시 심겨 있을 뿐이다.

씨앗은 이미 두꺼운 껍질로 스스로 보호할 힘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고요히 어둠 속에 휴식하며 피어날 순간을 기다릴 뿐이다.

우리는 어둠에 묻힌 게 아니다.

심겨 있을 뿐이다.


화려하게 피어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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